日 고시엔 고교야구 산실로 명문구장 반열
명문 골프장이 되기위한 사회적 책임이란?
9가지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해본 韓골프장
한국 최고가 회원제 골프장 코스의 수준은?

2020 도쿄 올림픽의 골프경기장인 카즈미가세키 컨트리클럽의 동코스.
2020 도쿄 올림픽의 골프경기장인 카즈미가세키 컨트리클럽의 동코스.

일본 골프의 고시엔···카즈미가세키 컨트리클럽

고시엔은 해마다 여름이면 개최되는 일본 전국 고등학교 야구선수권 대회의 명칭이자 이 대회가 열리는 한신 타이거스 홈구장의 이름이기도 하다.

야구에 있어 일본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선수들을 배출한 장소가 고시엔이라면 골프에는 카즈미가세키 컨트리클럽이 있다. 카즈미가세키 컨트리클럽이 자랑하는 오랜 역사는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닌 일본 골프의 발전과 함께 해왔다.

일본 고시엔 야구 선수들이 / 니케이아시아
일본 고시엔 구장에서 야구 선수들이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 니케이아시아

지난 50년간 일본 주니어 대회를 통해 유소년 골프를 후원했으며, 1957년에는 캐나다 컵(현 월드컵)을 아시아 최초로 개최했고, 2010년에는 아시아 아마추어 챔피언십(현 아시아 퍼시픽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개최하여 국제수준의 프로대회와 아마추어대회 모두를 일본에 선보였다.

이는 일본 골프역사에서 선수들의 기량과 함께 코스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향상시킨 계기였다.  이 골프장이 지금 2020 도쿄 올림픽을 통해서 그 가치를 재평가 받고 있고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골프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2015년 프레지던츠 컵, 2016년 아시아 퍼시픽 아마추어 챔피언십과 2017년부터 3년간 국내에서 개최된 미 PGA투어 정규대회인 더CJ컵을 통해 경험한 바는 다르다.

영국의 R&A, 미국의 PGA투어와 같은 국제적인 골프단체의 전문가들과 함께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고 배운 것들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이다. 국제적 수준의 대회를 준비하는 데는 일반 골퍼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장기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코스의 난이도와 규격을 조정하고, 잔디 관리 상태를 최고수준으로 향상시키며, 선수들과 갤러리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대회 환경을 만드는 경험은 개최 코스의 수준 뿐만 아니라 그 대회를 통해 배출된 개최국의 전문인력들의 수준까지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아시아 퍼시픽 아마추어 챔피언십 트로피. /Golf Monthly
아시아 퍼시픽 아마추어 챔피언십 트로피. /Golf Monthly

대기업 소유의 회원제 골프장과 ESG 경영

지난 회에서 명문골프장이 되기 위한 전통의 수립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말한 바 있다. 모든 골프장이 명문이 될 수는 없고 될 필요도 없다. 대중제 골프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과 기대치에 맞춰 적정한 가격에 차별화된 제품, 즉 골프경험을 제공하면 되는 것이고,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는 회원들과 맺은 계약과 골프장의 정책에 따라 안정적이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골프장이 ‘명문’이라는 단어를 활용해 자사의 가치를 높이려고 시도하는 순간 그들이 쓰고 있는 단어에 내재된 무게감을 이해하고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값비싼 회원권 분양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 골프장은 명문이다’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것은 천박한 장삿속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에서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는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기대치는 올라 갈수 밖에 없다. 특히 21세기 비즈니스의 화두로 등장한 ESG 경영은 골프장이라고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환경(Environment)적 책임, 사회(Social)적 책임과 지배구조(Governance) 개선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기업 경영에 도입하겠다는 약속은 모든 대기업들이 예외 없이 하고 있다.

이런 약속이 그들이 운영하는 골프사업을 통해서도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대기업들은 골프장의 환경적,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모범적인 거버넌스를 통해 ESG 경영을 실천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실천을 통해 진정한 명문 클럽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초고가 회원제 골프장 하드웨어 심층분석

앞서 언급한 다소 형의상학적인 담론을 잠시 뒤로하고 골프장의 기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제일 값비싼 회원제 골프장의 코스 수준은 어떨까?

필자는 미국과 영국에서 골프코스의 역사와 설계를 공부했고 국내외 필드에서 코스를 설계하고 만들어 본 경험과 함께 세계 100대 코스를 선정해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위에 던진 질문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 위해 다소 천박하지만 현실적인 기준 두가지로 후보군을 선정했다.

첫째 최근 10년 내 국내외 골프매체에 대한민국 10대 골프장으로 선정된 이력이 있을 것.

둘째 개인회원권을 기준으로 2020년 입회금이 10억원 이상일 것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 수준의 골프장이면 회원 수 300명 내외의 소수정예주의 클럽으로서 차별화된 골프 경험을 기대 할 수 있는 곳이다. 비회원 골퍼들의 버킷 리스트에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들어있으며, 행여 주변지인이 이곳의 회원인 경우 지인찬스 얻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초고가 소수정예 최상위 1% 회원제 골프장은 마치 H사의 B가방처럼 보유하기 위해서는 차례가 오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시중에서 거래되지도 않는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렇게 대단한 골프장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은 골프를 치기 위해서이다.

위에 언급한 두가지 선정기준으로 200여 곳의 회원제 골프장들을 필터링한 결과 총 5곳이 후보로 선정되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수도권과 가까운 여주/이천과 춘천권역에 분포하고 있고 대부분이 대기업에서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여주/이천 권역에는 CJ 해슬리나인브릿지CC, 신세계 트리니티클럽과 효성 웰링턴CC가, 춘천 권역에는 한화 제이드팰리스GC와 태광 휘슬링락CC가 선정되었다. (골프장의 명칭은 포털사이트 등록기준으로 통일)

총 9가지의 엄격한 코스 심사기준

2021년은 미 골프매거진이 2년에 한번 선정하는 세계 100대 코스 랭킹이 발표되는 해이다. 필자에게도 코스 선정을 위한 투표용지(실제로는 전산파일이다)가 금년 봄 이메일로 전달되었고, 지난 수개월간 과거의 자료들과 함께 COVID19 팬데믹 직전에 방문한 동남아시아 코스의 평가 자료들을 검토하며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투표 후보군 중에는 국내 코스들도 포함되어 있어 나름 엄격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코스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심사위원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취향, 방문 당일의 스코어와는 별개로 일련의 기준이 필요하다.  필자도 이런 기준을 수립하여 평가에 활용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이를 공개하고 이번 칼럼의 평가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총 9가지로 세분화된 평가 기준은 크게 봤을 때 두가지 분류로 나뉜다.  첫번째 분류는 코스의 환경적인 측면을 다루고 두번째 분류는 플레이적인 측면을 다룬다.

첫번째 분류인 환경적 측면(Environment)은 총 3가지 기준으로 나뉘며, 이는 1.코스부지(Walkability), 2.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3.심미성(Aesthetics)이다.

두번째 분류인 플레이적 측면은 총 4가지 기준으로 나뉘며, 이는 1.샷밸류(Shot Values), 2.난이도(Resistance to scoring), 3.디자인 다양성(Design variety), 4.잔디관리 상태(Conditioning)이다.

그 외에 추가로 두가지 기준이 있는데 이는 분위기(Ambience)와 기억성(Memorability)이다.  이 두가지 기준은 환경적 측면과 플레이적 측면 모두를 아우르는 기준으로 볼 수 있다.

코스를 평가하는데 있어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실제로 미 골프매거진은 전 세계 97명의 코스평가 심사위원들에게 성문화된 평가기준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는 전적으로 개별 위원들의 경험과 지식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전통에 기인한다.

그러므로 필자가 여기에 공개한 9가지 기준은 골프 매거진의 코스평가 기준이 아니며, 이 글을 접하는 골퍼들에게 향후 참고할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다음편에서는 9가지 기준에 대한 각각의 설명과 함께 대한민국 초고가 회원제 골프장 최종후보 5곳을 이 기준을 가지고 비교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오상준 아시아골프인문학연구소 대표

한국인 최초로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대학에서 골프코스 설계 부문 석사 및 컬럼비아대 건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송도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 조성공사 등에 참여했다.

2015 프레지던츠컵과 더CJ컵 국제대회 운영을 담당했으며, 미국 GOLF매거진 세계100대코스 선정위원, 싱가포르 아시아골프산업연맹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골프에세이 '골프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면'을 출간했고, 유튜브 '마이 골프 레시피'와 강연 등을 통해 다양한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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