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팬데믹의 막바지에 한국골프산업학회라는 단체가 발족식을 가졌다. 국내 다양한 골프 산업에 IT를 접목해 수출 산업으로 키우는 등 골프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골프 신사업을 발굴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경영활동을 지원해 성장을 돕고, 정부에 올바른 골프 산업 정책을 제안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목표로 한 학회의 출발을 알리는 뜻깊은 자리였다.한국골프산업학회는 한국골프캐디연맹과 함께 캐디의 전문성 확보와 복리증진을 위한 지원과 협업을 첫 프로젝트로 진행해 왔다. 그런데 이 학회에서 2주 전 필자에게 그들이 주관하는
내게 네덜란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무수히 많은 자전거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색깔과 모양의 자전거들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이를 타고 있는 스타일리시한 사람들이다.나는 한때 해외 어디를 가더라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에 남기는 일에 몰두했었다. 나라마다 그들만의 자전거를 타는 독특한 방식은 비교하면 비교할수록 재미를 더하는 요소들로 가득했다.그중에서도 네덜란드인들은 두 바퀴 운송수단 위에서 가장 패셔너블하면서도 행복한 사람들로 보였다. 그들의 자전거 앞에 달린 작은 수레는 식료품,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스코틀랜드 서해안 아일셔의 프레스트윅 골프클럽은 1860년 디 오픈 챔피언십이 시작된 유서 깊은 명문 클럽이다. 40일간의 코스 답사를 준비하면서 최소한의 짐을 꾸리던 와중에도 재킷, 셔츠와 넥타이를 챙긴 이유는 프레스트윅의 회원식당(Formal dining room)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이 클럽의 회원식당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넥타이를 맨 옷차림이 필요하다. 필자를 동반했던 친한 지인 한 명은 점심 한 끼를 먹기 위해 전날 에든버러 시내의 백화점에서 셔츠와 넥타이를 사는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했다.
한 번쯤은 ‘도장 깨기’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道場荒らし(도조아라시)’라는 일본어가 어원으로 보이는데, ‘荒らし(아라시)’는 ‘황폐하게 함, 망쳐 놓음’이라는 뜻으로, 그리 긍정적인 표현은 아니다.유명한 무술 도장을 찾아가서 그곳의 관장이나 무술 고수를 꺾는다는 의미의 단어는 특정 분야를 선정해서 파고드는 행동을 일컬을 때 쓰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맛집 도장 깨기와 같이 도장이란 단어가 ‘道場’에서 ‘圖章’으로 바뀌어, 방문한 곳마다 스탬프를 찍어 기록으로 남기는 ‘스탬프 투어’ 혹은 성지 순례를 말할 때도 쓰인
한국 사람들만큼 골프에 진심인 경우도 드물다. 골프를 좋아할 뿐 아니라 잘 치기도 한다. 이는 아마추어와 프로 모두에게 해당한다. 심야에도 실외 연습장은 환히 불을 밝히고 있고 심지어 새벽에도 무인 스크린 골프 연습장을 찾는 열혈 골퍼들이 있다고 한다.어릴 적부터 경쟁에 익숙하고 각종 시험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얻은 집중력과 끈기가 골프에도 통하는 것인가? 좁은 땅에 많은 이들이 경쟁하며 살다 보니 답답한 도심에서 벗어나 풀밭에서 하는 공놀이의 매력이 더한 것도 사실일 것이다.우리만큼 골프에 진심인 미국과 영국인들이 자주 하는 말이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아본 게 1997년이니, 골프가 내 인생에 개입한 후 벌써 26년이 흘렀다. 그동안 내 골프스윙에는 두번의 큰 변화가 있었다. 처음은 영국유학을 마치고 귀국하기 직전 티칭프로 자격증을 받는 과정에서, 두번째는 2년 전 PGA 클래스A 교습가와의 만남이 촉매가 되어 시작되었다.그동안 수많은 동반자들, 남녀노소, 세계각국의 다양한 사람들과 라운드를 하면서 관찰하고 느끼고 확인한 진실이 있다. ‘스윙은 그 사람의 성격을 닮아 있다.’2023 AIG 위민스 오픈 우승자, 릴리아 부미국 선수 릴리아 부(Lilia Vu)가
지난주 열린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프랑스 출신의 셀린 부티에가 우승했다. 2013년 메이저 대회로 승격된 30년 전통의 이 대회에서 프랑스 출신 선수가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부티에는 이 우승으로 역대 세 번째 메이저 우승을 한 프랑스 선수라는 타이틀도 얻게 되었다.태국 출신의 부모를 둔 그녀는 이민 2세로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극복하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골프선수가 되었고 영광의 순간을 가족과 자국 골프 팬들과 같은 든든한 서포터즈들과 함께했다.이 대회가 열린 프랑스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은 2010년 신지애, 201
2주 전 일요일,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매킬로이의 그림 같은 2번 아이언 샷을 봤을 때, 일주일 후 클라렛 저그를 들어 올릴 주인공은 다시 한번 매킬로이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이건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9년 전 그가 3번째 메이저 타이틀이자 처음으로 디오픈에서 우승했던 바로 그 곳, 로열 리버풀은 매킬로이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코스이기 때문에 같은 곳에서 열린 151회 디오픈에서 그의 우승을 점치는 건 무리가 아니었다.북아일랜드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링크스 코스에서 기량을 갈고닦은 그가 타 선수들에 비해 월등한
‘파리(Paris)’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단어는?패션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샹젤리제와 몽테뉴 거리를 떠올릴 것이고, 연인들은 퐁네프 다리와 에펠탑, 미술애호가들은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 독서광이라면 헤밍웨이가 자주 들렸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을 떠올릴 수도 있다.나는 20대 초반 배낭 하나 메고 파리에 처음 도착했을 때 몽파르나스에 위치한 ‘르 셀렉트’라는 카페로 달려갔다. 독일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소설 ‘개선문’의 주인공인 외과 의사 라비크의 단골집을 찾아간 것이다.하얀 턱시도를 차려입은 나이 지긋한
타이거 우즈의 붉은 티셔츠만큼은 아니지만 골프복의 색깔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선수가 있다. 지난주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우승한 미국의 리키 파울러(34)이다.릭 유타카 파울러(Rick Yutaka Fowler)라는 이름의 미들 네임 유타카는 일본인이었던 외할아버지의 성에서 따왔고, 그의 외할머니는 나바호 인디언의 후손이었다. 백인 일색의 미 PGA투어에서 그의 외모는 오렌지색 의상만큼이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어릴 적 남의 도움 없이 수년간 혼자 연습장에서 골프 실력을 갈고닦은 그는 고등학교 골프팀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오클라
"지금 당장 당신의 드라이버 비거리를 10m 늘릴 수 있다면 얼마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가?"주변 골퍼들에게 물어본 결과, 특별한 노력 없이 스윙을 똑같이 하면서도 공을 더 멀리 보낼 수 있다면 100만원 정도는 낼 의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골프채를 만드는 세계적인 업체들이 매년 앞다투어 내놓는 최신 드라이버의 가격대는 60에서 100만원 사이를 맴돈다.저마다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보낼 수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건 TV 광고를 보면 ‘한번 바꿔볼까?’라는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된다. 10m가 아니라 5m만 더
골퍼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이란 말이 있다. 영어로는 ‘Drive for show, putt for dough'라 하는데 ‘dough’가 빵을 만드는 밀가루 반죽이란 뜻과 함께 비속어로 ‘돈’을 뜻하는 단어이니 같은 표현이라 할 수 있다.‘드라이버를 써서 멀리 똑바로 티 샷을 하는 것이 누구나 바라는 멋진 모습이지만, 정작 스코어를 결정하는 건 그린 위에서의 퍼팅 실력이다’라는 말이다. 하지만 골프채를 잡아본 사람이라면 하나 같이 크루즈 미사일처럼 멀리 곧게 날아가는 멋진 드라이버 샷이 주는 짜릿함을
필자가 골프 인문학을 주제로 강의한 과정의 수강생들과 함께 해외의 유서 깊은 코스와 골프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가까운 일본에 갔을 때 겪은 일이다.하네다 공항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데 공항 로비에 골프 백 20여 개를 둘러싸고 벽안의 여성 골퍼들이 모여 있었다. 잠시 후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그들 중 몇을 다시 마주친 나는 웃으며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그들은 영국에서 온 단체 골프 관광객들이었다. 영국에서 일본까지 골프 여행이라. 팬데믹의 종식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우리 일행의 첫 번째 목적지인 시즈오카현, 이즈반도에
美 골프매거진 아·태 100대 코스 발표골프장을 방문했을 때, 특히 해외의 골프장을 그곳의 회원이나 관계자, 또는 오너와 플레이하고 나서 자주 받았던 질문이 있다.‘우리 코스가 세계 100대 코스 순위에 들어갈 수 있는가? 코스가 더 좋아지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가?’어떤 코스는 평가항목 용지를 미리 준비해 놓고 전문 패널에게 라운드가 끝난 후 답변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라운드를 마친 후 편한 자리에서 질문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는 이럴 때 가급적 날카로운 비판은 피하고 그들이 잘하고 있는 좋은 점을 먼저 언급하고
4대 메이저 PGA 챔피언십 명장면여러 번 반복해서 봐도 지루하지 않은 영화가 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장르는 달라도 누구에게나 서너 번씩 봤던 영화 한두 편 정도는 있을 것이다. 스토리가 흥미롭고 배우들의 연기가 살아있으며 영화 곳곳을 채우는 세부적인 디테일이 섬세한, 완성도 높은 영화일수록 다시 봐도 새로운 장면을 발견하고 재미와 감동을 느낀다.‘스포츠는 드라마’라 했던가. 골프라는 스포츠에서도 보면 볼수록 긴장감 넘치고 재미있는 명승부가 있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골프라는 스포츠. 언제 어디서 예상치 못한
끝없는 도전출중한 신인의 탄생은 언제나 반갑다. 지난주 열렸던 제42회 GS칼텍스 매경 오픈은 작년 KPGA 코리안투어 데뷔 후 19 경기만에 첫 승을 일군 정찬민(24) 선수의 압도적인 플레이가 화제였다.16언더 파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1라운드부터 마지막 라운드까지 선두로 우승)을 올린 그는 188cm의 키에 100kg 넘는 체중의 거구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비거리로 갤러리들의 환호를 받았다. 340야드에 이르는 드라이버 샷은 지금까지 국내 투어에서 보지 못했던 대형 신인의 탄생을 알리는 축포와 같았다.모든 스
네가 떠난 자리를 한 번쯤 되돌아보거라.이것저것 잘 잃어버리고 다닌 아들에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아니었다.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다니라는 가르침이었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가르침이 골프에도 백 퍼센트 통할 줄이야. 지난주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에 다녀온 외국인 친구들과 저녁 자리에서 나온 얘기이다.‘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은 내가 최근 다녀본 골프장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다. 한국을 오기 전에 들렸던 일본의 세계 100대 코스들보다도 더 좋았다. 그런데 이틀 동안 라운드를 하는 내내 앞 팀의 그 누구도 벙커 정리나 볼
외모냐 성격이냐?데이트 상대나 배우자를 선택할 때 외모가 우선인가 성격이 우선인가라는 질문은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2022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배우자 선택 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답변에 63.1%가 ‘성격’이라 답했고, ‘외모’는 2.7%에 그쳤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게 나타났는데, 실제로도 그럴까?사람을 처음 만날 때 그에 대한 정보를 갖고 만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 소셜미디어나 메신저 서비스의 프로필 사진을 먼저 보게 되는 경
결국 타이거 우즈는 대회의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지 못했다. 악천후로 중단에 중단을 거듭한 이번 마스터즈에서 우즈는 일요일 아침 3라운드 잔여 경기가 열리기 직전 기권을 선언했다. 전날 공동 49위에 올라 가까스로 컷을 통과한 그가 3라운드 경기를 시작한 지 7홀 만에 6타를 잃었고 합계 9오버파의 기록으로 최하위로 떨어진 후 기권한 것이다. 우즈에게 쏟아졌던 미디어의 관심은 존 람과 브룩스 켑카의 우승 경쟁으로 옮겨갔다. PGA투어와 LIV골프의 대결 구도가 2023 마스터즈 대회 최고의 관전 포인트가 된 것이다.LIV골프와 PGA
마스터즈의 계절이 돌아왔다.베일에 싸인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이 1년에 딱 한 번, 페인트론(Patron)이라 불리는 일반 관람객들에게 공개되는 한 주간이 바로 이번 주이다. 2023년, 그린 재킷의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아이러니하게도 작년 우승자인 스코티 셰플러와 로리 맥길로이, 존 람 등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들의 승부보다 더 큰 관심은 타이거 우즈가 받고 있다. 현 세계랭킹 1위인 스코티 셰플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다. 그는 아직도 아버지가 물려준 11년 된 픽업트럭을 몰고 다닌다. 그의 아내조차 농담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