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꿈의 현주소가 ‘건물주’라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회자돼 온 현실이다. 왜 건물주가 되고 싶어 할까? 화려한 도시와 멋진 차, 고급 옷과 명품 가방, 멋진 레스토랑과 스테이크, 원할 때 떠날 수 있는 해외 여행⋯. 이 풍요로운 삶을 채우기 위해 사람들은 끊임없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것을 채우는 인간의 욕망은 지구에도, 인간 이외의 다른 생명체에도 엄청난 상처를 남기고 채워질 수 있는 것들이다. 인간의 욕망은 지구를 아프게 하고 기후 위기는 아픔의 신호다.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이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오니 겨울에 입었던 외투며 두꺼운 기모 바지, 손빨래할 것과 울 세탁할 것 등을 잘 분류해 세탁하는 것도 큰 행사처럼 보통 일이 아니다. 빤 옷을 정리해 옷장에 넣다 보니 더 이상 입지 않는 옷, 쓰지 않는 모자와 스카프, 들지 않는 가방, 신지 않는 신발 등으로 옷장이 터질 것 같은 상황이다. 언제 샀는지조차 모르는 새 옷들도 있었다.지역 중고 앱을 통해 처분하려고 옷과 가방 사진을 이리저리 찍어 올려 보고,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할 물건들도 따로 추려 놓았다. 그리고 1층 화단 옆의 의류 폐기물 통에도 한 보따
나는 최근 1개월 남짓 주야간 보호 시설에서 어르신들과 생활할 기회가 있었다. 평균 연령 85세인 25명의 어르신 대부분이 치매였고, 파킨슨병과 루게릭병 병증이 있는 분도 있었다. 질병을 겪으며 산다는 것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통제할 수 없으며, 그래서 더없이 불안정해 보였다.초고령화 시대의 ‘노인’의 삶은 어때야 하는 것일까? 나도 늙어가기에 ‘늙음’을 죄악시하지 않는다. 돌보는 사람도, 돌봄을 받는 사람도 좋은 돌봄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닥쳐올 노년기가 공포로 느껴지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이
누구나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장애’ ‘질병’ ‘노화’에 대해 돌봄을 받는 것이 민폐가 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사회는 돌봄을 받는 사람을 부끄러워하도록 만든다.라는 드라마가 있다. 주인공 지안은 하루 종일 누워 있는 할머니를 위해 마트의 카트를 가져와 이불로 꽁꽁 싸매서 카트에 태우고 동네 달구경을 나간다. 달을 바라보며 “좋다”고 하는 할머니를 보며 지안은 마음의 공허함을 위로받는다. 지안은 근무를 마치고 오자마자 할머니 식사며 기저귀를 살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엔 일방적 희
“곰 세 마리가 한집에 있어. 엄마 곰, 아빠 곰, 애기 곰. 아빠 곰은 뚱뚱해. 엄마 곰은 날씬해. 애기 곰은 아이 귀여워. 으쓱으쓱 재미있다.”"엄마 상어 뚜루뚜루, 어여쁜 뚜루뚜루. 아빠 상어 뚜루뚜루, 힘이 센 뚜루뚜루. 할머니 상어 뚜루뚜루, 자상한 뚜루뚜루. 할아버지 상어 뚜루뚜루, 멋있는 뚜루뚜루."남성이나 여성이나 멋지고 아름다움을 위해 끊임없이 욕망하는 사회다. 어릴 적 듣는 노래로부터 시작해 즐겨 보는 애니메이션, TV를 틀면 나오는 강렬한 광고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생각의 틀을 만들었다. ‘이런 얼굴과 이 정
닫힌 공간에서 물리적으로 약한 아동은 약자입니다. 16개월 정인이, 열한 살 아동이 쇠사슬에 묶이고 지붕으로 탈출했던 사건, 아홉 살 아이를 여행 가방에 넣고 벌을 세운 사건⋯ 그때마다 우리는 분노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끔찍한 아동학대는 멈추지 않고 있는 현실입니다.해마다 40명 안팎의 아동이 하늘에 가서야 비로소 안전하게 되는데, 이는 통계 속 학대 사망의 숫자이고 실제로는 4배나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소리 높여 말하고 인지함에도 왜 끊이지 않는 걸까요?아동학대라 함은 뉴스에서나 봄직한 위에서 말한 끔직
는 2021년 만들어진 인디영화이다. 미쟝센 단편영화제 최우수상 출신인 남궁선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여기서 ‘십개월’은 임신 10개월을 의미한다.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미래’는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한순간도 생각해 보지 않은 여성이다. 영화에서는 그런 그가 임신하면서 겪게 되는 세상을 향한 질문과 마음의 갈등 등을 그렸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면서 그의 배는 점점 더 불러오게 되고, 38주는 현실이 돼 갔다.여성들이 겪는 임신은 보통의 여자라면 당연히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으로 다루어졌다.
한국의 고등학교 수는 2735개이고, 그중 특성화고가 488개에 달한다. 말 그대로 특정 분야 인재 및 전문 직업인 양성을 위한 특성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다. 현장실습 제도는 특성화고 학생이 학교에서 배우고 익힌 기술을 현장에서 실습하면서 현장 적응력을 높이고 경험을 쌓게 한다는 취지다.그러나 현실의 현장실습은 본연의 뜻과는 다르게 여러 가지 위험과 폐해들이 드러나고 당사자인 실습생들은 온전한 학생으로도, 노동자로서도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2023년 2월 8일 개봉한 영화 는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
인간은 모두 행복한 삶을 원한다. 어린이도 마찬가지다. 에는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강조하면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엄을 지녔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이 모든 사람엔 어른뿐 아니라 아동이 있고 아동 또한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부모가 돈이 많든 적든, 장애가 있든 없든 관계없이 존엄과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것을 명백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아동은 스스로 최상의 이익, 행복을 추구하기 어렵다. 그래서 주변 체계(환경)가 매우 중요하다.세계 1
교권과 학생 인권은 각자 영역을 넓히는 땅따먹기가 아닙니다.‘인권’ ‘존엄성’ ‘권리’ 이런 개념은 원래부터 있었던 것일까요? 원래 있는 것을 인간이 찾아낸 걸까요? 아니면 에디슨의 발명품처럼 없었던 것을 발명한 것인가요? 에디슨의 전기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환하게 하듯이 인간들이 같이 잘 살기 위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인권’은 더 많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불과 200년 전에는 양반이나 백인이 노예를 소유하고 사고파는 일은 죄책감을 일으키는 일이 아닌 당연한 그들의 권리였고, 남자가 부엌에 들어갈 수
“아기를 20만원에 팝니다.”한 식당 음식물 쓰레기통에 탯줄을 그대로 단 채로 있다가 사흘 만에 구조된 갓난아기, 무궁화호 열차에서 아기를 낳고 나서 달아난 20대 친모, 갓 태어난 아기를 종이박스에 담아 버린 20대 엄마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생후 5일 된 아기를 살해해 하천에 유기.이 영아 살인사건 아기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세상에 태어났지만 주민등록에도 오르지 못한 ‘유령 아기’들이 최소 수천 명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모두 출생신고가 안 돼 있는 생일 없는 아동이다.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이번에 나누고 싶은 인권 영화는 ‘4등’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정지우 감독이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하여 2016년 4월 13일 개봉한 영화입니다.수영코치로 등장하는 광수는 수영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입니다. 큰 대회가 코앞이니 연습에 매진해야 하지만 해만 지면 선수촌 담을 넘어 포장마차로 달려가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 채운 뒤 주량도 모른 채 마십니다. 그런데도 다음 날 기록을 재면 전날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기도 하는, 수영에 천부적 소질을 지닌 사람입니다.누구도 대적할 사람이 없으니 광수는 선수촌의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기
1948년 잉그리드 버그먼과 샤를르 보와이에가 주연한 흑백 스릴러 영화 은 70년 전의 작품이지만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영화다. 남편은 여자의 재산을 노리고 결혼한다. 남편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의 조도를 점점 낮게 만든다. 그 집의 가스등은 남편이 외출한 후엔 흐릿해지며, 그 집의 다락방에선 발소리가 난다.“두려워요. 저녁이 되면 불이 흐릿해져요. 그리고 가끔 발자국 소리가 들려요.” 남편은 그때마다 “당신이 너무 예민해서 그래. 당신의 착각이야. 그저 상상일 뿐이야!”라고 말한다.남편은 상속받은 아내 폴라의 유
『지각대장 존』은 1987년에 영국의 그림동화 작가 존 버닝햄이 쓴 현실과 판타지가 공존하는 고전 같은 그림동화입니다. 많은 곳에서 필독서로 소개되고 어른과 아이들에게 이미 익숙한 책입니다. 존 버닝햄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아홉 번 학교를 옮겨 다니고 마지막엔 대안학교인 서머힐 학교에서 자유로운 학교생활을 하게 됩니다.실제 이 책의 주인공인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도 현실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단절돼 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의 모습이 존 버닝햄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같이 느껴집니다. 『지각대장 존』은 아이들에게는 마치
‘서프러제트’의 의미는 여성 투표권을 주장하며 거리에서 투쟁하는 사람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영화『서프러제트』는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자서전인『싸우는 여자가 이긴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우리는 모두 존엄하고 평등한 사람입니다. 누구나 공감하는 말이지만 불과 100년여 전만 하더라도 ‘우리’의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은 특정한 사람뿐이었습니다. 참정권이 처음부터 모두에게 주어지는 당연한 권리였을까요? 평등한 투표권이 보장되기까지 역사 속에 수많은 투쟁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투쟁 중의 하나인 여성의 참정권을 다룬 영화『서프러제트
생활고로 인한 사망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이와 관련해 극한 절망과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결국에는 자유를 얻는 한 무기수의 이야기, 영화『쇼생크 탈출』에서 ‘희망’을 되뇌어 보고자 한다. 영화 속에서 대비되는 세 인물을 중심으로 그 의미를 살펴본다.앤디 듀프레인. 아내와 그녀의 애인을 살인했다는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받아 중범죄들만 모여 있는 쇼생크 교도소에 들어가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쇼생크 교도소는 강간, 폭력 등 잔인함과 파렴치가 뒤섞인 지옥과도 같은 곳이다. 앤디는 부당함 속에서 인간성을 지켜나가며 자유와 희망의
“저의 걱정은 유료로 판매하고 있으니 구입 후 이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카드 결제도 환영. “모의고사는 몇 등급 나오니?” 5만원, “대학 어디 어디 지원할 거니?” 5만원, “살 좀 빼야 인물이 살겠다.” 10만원, “취업 준비는 아직도 하고 있니?” 15만원, “나이가 몇인데 슬슬 결혼해야지?” 30만원, “너희 애기 가질 때 되지 않았니?” 50만원. 누군가가 연휴 동안 듣기 싫은 말들을 모아 가격을 매겼다.명절날 친척들을 만났을 때 나오는 대학-취업-결혼-출산 등으로 이어지는 질문들은 ‘연휴 기간 가장 듣기 싫은 말’
1923년 9월 일본 도쿄와 요코하마 주변에 규모 7.9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불과 13초간의 지진으로 관동지방은 초토화됐어요. 지진이 멈추자 거리 곳곳에 화재가 발생했고, 두 시간 만에 도시 전체는 화마에 휩싸였습니다. 가족과 재산을 잃고 먹을 물도, 식량도 없는 상태에서 유언비어가 퍼져나갔지요. 조선총독부의 관제 언론이었던 매일신문은 1923년 9월 10일 자에 ‘대지진 당시 조선인들이 폭동을 조장한다’는 기사를 전면에 실었습니다.이 내용은 혼란한 민심을 틈타 점점 퍼져나가게 됩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당사국은 부모(또는 가족 공동체의 구성원, 법정 후견인 또는 아동에 대한 법적 책임자들)가 아동 양육에 있어 아동의 능력 발달에 상용하는 방법을 적용해 양육할 책임과 권리 및 의무를 가진다.’ -유엔아동권리협약 5조 “자인, 너 몇 살이니?“ “전 몰라요.” “저 사람들한테 물어보세요.” “부모를 고소하고 싶어요.” “왜 부모를 고소하죠?” “나를 태어나게 해서요.”영화 속 깡마르고 남루한 옷을 입은 자인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부모를 고소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자인은 열두 살 정도로 추정되는 아이입니다. 부모가 출생등록을 하
여러분은 우리가 늘 만나고 있는 아동을 사랑하시나요? 그렇지요. 사랑하고 있고, 정말 잘 자라서 멋진 어른으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지닌 공통의 희망사항이라 생각합니다. 때론 이 사랑이 조금 과해서 ‘다 너 잘 되라고···’ ‘따끔한 훈육이 필요해서···’ 매를 드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마음에서 내가 만나는 어린이를 바라볼 때 사랑을 기본값으로 하고 그 위에 존중하는 마음과 태도, 행동이 무엇인지를 정말 따뜻하게 보여주는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김소영 작가가 쓴 에세이 『어린이라는 세계』입니다.저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