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 게임 또는 플레이투언(Play to Earn, P2E) 모델은 이미 예상했듯이 게임 업계 전체의 흐름을 뒤흔들 정도로 거센 물결로 커져가고 있다. 물론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시류에 휩쓸려 나온 게임들이 지속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블록체인 게임도 게임이다. 재미가 없으면 절대 오래 갈 수 없다. 재미 없는 게임이 대박이 나는 것은 운이 좋은 처음 몇 개 뿐이다. 앞으로의 판도는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도 높고, 크립토 이코노미의 장점이 잘 발휘될 뿐만 아니라, 높은 투명성과 탈중앙성을 가진 블록체인 생태계의 장점이 유기적으로 잘 결합된 게임들이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1월 9일 포트리스 아레나 게임 탱크 NFT의 최초 판매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1999년에 출시되었던 포트리스 게임은 한때 명실상부한 국민게임으로 자리를 잡았었다. 하지만 이 게임을 블록체인 기반 게임으로 재구성하고 컨텐츠 또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되살려 보자는 기획이 최근 시작되었다. 포트리스 V2를 스팀에 론칭했던 레티아드사가 게임 개발을 맡고, 필자가 대표로 있는 아톰릭스랩사가 블록체인 관련 솔루션 공급을 담당했다. 블록체인 분야에서 수 년간 경험을 쌓은 컨설턴트들로 구성된 플레이 팩토리사가 퍼블리싱을 맡았다. 짧은 홍보 기간에도 불구하고 단시간 내에 완판이 이루어진 것은 탱크 NF가 어릴 때 밤세워 플레이하던 기억과 감성을 되살려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판매가 시작되었을 때 초기에 구매한 사람에 대한 혜택이 무엇인가를 두고 부정적인 기류가 있기도 했지만, 대폭적인 보상 혜택이 발표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어 성공적인 판매 완료로 이어졌다. 커뮤니티의 참여와 지적이 없었더라면 이러한 신속한 전환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실질적인 커뮤니티의 파워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승패를 가르는 근원임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초기 단계에서 블록체인 게임 커뮤니티는 게임과 블록체인 양쪽에 다 익숙한 사용자 그룹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스스로 신규 유입자를 교육하고 자연스럽게 같은 멤버로 흡수시켜 내는 작업을 알아서 해줘야만 한다. 눈에 보이는 커뮤니티 숫자는 사실 믿을 게 못 된다. 숫자 늘리는 것은 조그만 돈을 줘도 쉽게 가능하다. 어려운 것은 열성적이면서도 자율적으로 행동을 주도하는 핵심 커뮤니티 구성원들을 확보하는 일이다. 

보수적인 국내 규제 당국의 태도는 플레이투언 게임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이 급성장한 글로벌 시장까지 통제할 수 있는 명분과 능력은 없어 보인다. 유튜버 방송하고 돈을 버는 것은 합법인데, 게임에서 돈을 버는 게 왜 불법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절실히 필요한 상태다. 노무현 정부 시절 바다이야기 트라우마가 아직도 많은 정책 결정권자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모양이지만, 이제는 그런 감성적인 트라우마를 공론화하고 넘어가야 될 때가 되었다. 

포트리스가 게임으로서도 재미가 있고, 블록체인이 가지는 독특한 장점들이 잘 녹아들어가 있는 게임으로 재탄생한다면, 성공적인 글로벌 게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얼마나 탄탄한 탈중앙화된 커뮤니티를 확보하게 될지, 또한 좋은 글로벌 파트너들을 잘 만나서 얼마나 강력한 시너지를 낳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국내 블록체인 커뮤니티 1세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 석사 출신으로, 이후 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 커뮤니케이션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아톰릭스랩 대표로 서울 이더리움 밋업 공동 운영자, 한국이더리움 사용자그룹 운영자를 역임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국내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 서울 이더리움 밋업과 한국 이더리움 사용자 그룹을 중심으로 이더리움 커뮤니티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2018년 아톰릭스랩 설립 후 개인키를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키관리 솔루션과 이에 기반한 Dapp 지갑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