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댄스 5종목 중에는 ‘비에니즈 왈츠’, 또는 ‘비엔나 왈츠’라는 춤이 있다. 흥겨운 빠른 3박자 템포에 파도가 너울대듯 하는 멋진 춤이다. 모던 5종목 경기 대회에 나가 본 사람들은 이 춤이 규정종목이므로 당연히 이 춤을 잘 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의외로 이 춤을 제대로 출 줄 아는 사람도 없고 그러다 보니 댄스파티에서 즐겨 추지도 않는다.일단 이 춤은 오른쪽 회전, 왼쪽 회전, 그리고 회전 바꿀 때 쓰는 연결 스텝으로만 이뤄진 단순한 춤이다. 그런 이유로 보통 석 달 정도로 운영하는 한 학기 종목으로 끌고 가기에
돌아보면 나는 파트너 관리에 상당히 소홀했던 것 같다. 혼자 살다 보니 나는 자립정신이 강하고 연애도 별로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여자 다룰 줄을 몰랐다. 댄스에서는 내가 파트너들보다 경력도 많고 우월적 지위에 있으므로 자만했는지도 모른다.한번은 용인시민체육관에서 경기 대회가 열렸다. 대회가 열리는 장소는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쉽게 찾을 수 있으므로 대회 날 거기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강남에 사는 나도 전철을 여러 번 갈아 타야 했다. 파트너는 강북에 사는 사람이라 나보다 더 고생을 하며 온 것이다.남자는 연미
보통 일급 호텔에서 벌어지는 댄스파티에는 프로 선수가 아닌 아마추어에서 시범으로 나오는 순서가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모든 사람이 보는 가운데 댄스 시범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다. 댄스가 끝나고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화려하게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오는 기회를 가진 사람은 몇 안 된다. 일단 댄스 실력이 어느 정도 되어야 하고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기 때문이다.시범 댄스는 본인이 잘해서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춤 출 장소와 기회를 그 순간 혼자 독점하는 것이므로 그에 대한 보상을 돈으로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왈츠 한
댄스파티는 댄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춤추며 즐기는 파티다. 절반은 남자, 나머지 절반은 여자가 모여 춤추는 자리이므로 매너도 중요하다.가장 기본적인 것이 드레스 코드다. 댄스복 정장을 원칙으로 한다. 댄스스포츠가 왈츠 탱고 등의 모던댄스만 추는 것이 아니고 자이브, 룸바, 차차차 등 라틴댄스도 같이 즐기다 보니 드레스 코드에서 가끔 실수하는 사람들이 오기도 한다. 모던댄스는 당연히 남자는 연미복이나 턱시도를 입는다. 여성은 풍성한 댄스 드레스를 입는다.그런데 라틴댄스는 댄스의 특성상, 그리고 즐기는 세대들이 젊은 편이기 때문에
전문 댄스학원에는 어떤 과정이 있을까? 댄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구민회관이든, 주민센터이든 그냥 가서 몇 달 배우면 그것이 전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거기까지만 배우고 댄스를 해 봤다며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다.입문 과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댄스계 전체를 알아두면 댄스를 배우는 목적을 이해할 수 있고 목표도 생길 수 있다.일반적으로 댄스에 입문하면 초보반, 또는 초급반이라고 한다. 댄스스포츠, 라틴댄스 5종목 중 대중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자이브, 룸바, 차차차 정도까지만 배운다. 파소도블레, 삼바는 중급반
베트남 여성을 주 대상으로 하는 국제결혼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맞선을 보기 위해 예비 신랑들과 함께 하노이에 갔었다. 그중에 30대 훈남 화물차 운전기사가 있었다. 우리나라 남성과 결혼하려는 베트남 여성이 많으므로 목에 힘을 주고 갔다.그런데 뜻밖에도 베트남 여성이 이 남자를 첫 만남에서 거부한 것이다. 화물차 운전기사는 장거리를 가야 하므로 외박하는 일이 많은데 다른 여자와 어울릴 위험이 많다는 이유였다. 베트남은 남북으로 긴 나라라서 화물차 운전기사는 외박 일수가 많다 보니 숙박지마다 현지처가 있다는 얘기 등 외도가 심각
군사독재 시절 오랫동안 사교춤은 불법이라며 숨어서 춤추던 사람들을 잡아갔다. 얼굴을 가리고 잡혀 들어가던 사람들 사진이 종종 신문에 오르기도 했다. 그 당시 대부분의 사람은 사교춤이 남녀 간에 문란한 교제로 이어져 가정파탄의 원인을 제공한다고 여겼다.그 때문에 사교춤은 지하로 숨어들었고 지금까지도 춤을 배우러 다닌다고 하면 일단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현상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춤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댄스학원을 열고 춤을 가르치려는 사람이나 배우러 다니는 사람 모두 고초가 많다.1984년에 제작된
젊은 시절 나이트클럽에 몇 번 가 본 사람들은 그나마 춤 동작이 큰 편이다. 음악 소리도 크고 많은 사람이 비좁게 나서서 춤을 추다 보니 술도 한잔했겠다 춤 동작이 과감해지는 것이다.그러나 일반적인 야유회나 노래방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의 동작을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관광버스 춤이다. 지금은 달리는 버스 안에서 춤을 못 추게 되어 있지만, 관광버스 안에서는 공간의 제약이 있어 팔이나 앞뒤로 흔드는 선에서 추는 것이다. 다리는 아예 움직이지 않는다. 스텝이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춤을 추는 사람은 더 넓은 공간에 내보내도 그렇게 춘다.그
내가 댄스스포츠를 배우게 된 동기는 1980년대 독일 주재원으로 나가 있을 때 눈으로 직접 본 것 때문이었다. 프랑크푸르트 로렐라이언덕 인근 와인 촌에서 백발의 할아버지와 20대 성숙한 딸이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신나게 자이브를 추는 것을 보고 넋을 잃었다. 신나고 화려한 춤 동작에도 빠져들었지만, 우리나라라면 과연 할아버지와 딸이 같이 춤추며 노는 문화가 가능할까라는 부러움이 동시에 충격처럼 와 닿았다.우리나라에서는 부모 자식 세대가 모이면 방바닥에 앉아 차려 놓은 음식 먹으며 담소 나누는 것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댄스스포츠와 사교댄스 차이점을 아시나요?댄스한다고 하면 사교댄스를 먼저 연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댄스스포츠보다 사교댄스의 역사가 더 깊고 세간에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저변 인구도 더 넓고 콜라텍의 숫자도 더 많다.댄스스포츠가 그나마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동아문화센터와 중앙문화센터가 부부볼룸댄스 강좌를 열면서부터라고 봐야 한다. 사교댄스는 한국전쟁 때 미군이 들어와서 댄스 문화가 번지기 시작했다. 전쟁 직후에는 춤으로 바람을 피운다는 내용의 정비석의 연재 소설 이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
신들린 듯 춤을 춰 봤나?내가 같이 춤을 춰 본 중에 기억나는 사람이 강남의 단골 술집 여사장이었다. 위스키 종류를 파는 고급 바인데 상당히 지적이고 미인이라 손님이 많았다. 그런데 그날은 실연의 슬픔에 술 좀 마셨다는데 좀 과음한 듯 보였다. 심야가 되어 손님들이 모두 자리를 뜨자 내게는 남아서 춤 좀 잡아달라고 했다. 내가 댄스를 한다는 것을 알고 하는 말이었다. 자신도 무용을 전공했다고 했다.손님들이 하나둘 나가면서 단둘이 되자, 그녀는 홀의 의자와 테이블을 거칠게 벽 쪽으로 밀치더니 음악을 크게 틀었다. 빠른 템포의 격정적인
나를 ‘춤추는 사람’, ‘댄스 강사’, ‘댄스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면 십중팔구는 색안경을 끼고 본다. 아직도 댄스에 대해 선입견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그런데 댄스 종목의 하나인 ‘왈츠를 추는 사람’, ‘왈츠 주 종목 선수’라고 하면 반대로 십중팔구는 부러워한다. 그만큼 댄스에 대해 잘 모르고 있지만, 의외로 왈츠에 대한 이미지는 좋게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다른 춤은 어두운 장소에서 남녀가 은밀히 추는 춤이고 왈츠는 적어도 넓은 호텔 볼룸에서 남들 보는 앞에서 우아하게 추는 춤이라고 생각하는
영화 에 보면, 클럽에서 자연스럽게 남녀가 춤을 추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미리 연습한 것도 아니고 음악에 맞춰 파트너의 리드에 따라 멀어졌다가 다가서기도 하고 오면서 돌기도 하고 감아 들어오기도 한다.그렇다면 둘이 미리 연습한 것이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바로 손을 잡고 멀어졌다가 끝까지 당겨지면 자연스럽게 다시 당겨오는 방식으로 춤을 추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텐션(Tension)이다. 팽팽하게 당겨졌다가 다시 수축해 들어오는 것이다. 남녀가 서로 마주 서서 손
내 나이가 70이 넘었으니 고령자 축에 든다. 노인을 법적으로 65세 이상으로 뭉뚱그리니 70이 넘으면 당연히 노인이다. 다른 세대는 10대, 20대 식으로 10년 단위로 구분 짓는데 노인은 65세 이상은 한 무리로 친다. 그리고 전쟁 이후에 움트기 시작한 무슨 분야든 1세대에 속한다.그러다 보니 나도 댄스 1세대로 친다는 사람이 있다. 나이로 봐서는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이야기다. 댄스 1세대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과 비슷한 나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앞에 몇몇 선배분들도 생존해 있다.그러나 진정한 댄스 1세대는 댄스가 양지로 나
우리나라에서도 한창 댄스스포츠가 대유행을 타기 시작하던 시절 일본 영화 가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중견배우 리차드 기어를 내세워 리메이크 영화를 만들 만큼 큰 히트를 쳤다. 댄스가 특별한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극화한 영화다.이 영화에 선망의 여성 댄스 강사 메이 선생이 나온다. 일본 배우 쿠사카리 타미요다. 이 배우가 당시 한국을 방문했을 때 댄스스포츠 코리아 잡지사 편집기자 자격으로 인터뷰했다.첫 질문이 “댄스스포츠 한지 얼마나 되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녀는 “댄스스포츠는 한
영화 에 보면 어린 빌리가 영국 로열 발레학교에 가서 오디션 보는 장면이 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춤 실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내년에 또 보면 된다며 옆에서 위로하던 경쟁자를 때려 폭력성이 감점 요인이 되어 불합격을 받을 참이었다.마지막으로 불합격을 감지하고 실망스럽게 돌아서는 빌리에게 심사관이 묻는다. “왜 발레리노가 되려 하는가?”였다. 빌리는 “모르겠어요. 음악이 나오면 전기에 감전된 듯 몸이 미친 듯이 움직여요”라고 했다. 이 말 한마디로 빌리는 합격했고 성공한 발레리노로 성장한다.나는 어디를 가나
지역 문인협회에서 알게 된 노인이 전화해 왔다. 요즘 동네 주민센터에서 춤을 배우고 있는데 도저히 못 따라가겠다는 것이다. 춤은 꼭 추고 싶은데 못 따라가니 도중하차할 판이라 마지막으로 내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했다. 따로 내게 개인레슨이라도 받아 주민센터에서 단체 반 강습이라도 따라가겠다는 생각이었던 모양이다.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다. 동네 주민센터에서 대충 배운 것이 좀 미흡하다면 내게 고급 기술을 배워야 하는데, 내게 배워 주민센터의 남들과 맞추자는 생각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친한 관계이니 신세 좀 지자고 한 말이지만, 1회에
춤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흥미를 갖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아예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자신은 몸치 박치라는 것이다. ‘몸치’란 노력을 해도 춤이나 율동 등이 맞지 않고 어설픈 사람을 말한다. ‘박치’는 박자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거나, 박자에 맞추어 하는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여기 음치라는 사람도 있다. 음치는 음악에 대한 감각이나 지각이 무디어 음의 가락이나 높낮이 등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거나 발성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요즘 시대는 스포츠나 예능을 잘하는 사람이 인기가 있다. 학교 성적으로 줄서기
볼룸댄스(?) 볼륨댄스(?)고종 때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댄스를 췄다는 기록이 있으나 1940년대 중반 미군정 시대에 댄스스포츠가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소개되었다. 1950년대 전쟁 직후에 정비석의 ‘자유부인’ 열풍과 70여명의 젊은 여성들을 울린 박인수 사건 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키자 군사독재정부는 댄스는 불법이라며 단속하자 지하로 숨어들었다. 춤을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 모두 들키면 범법자 취급을 받았다. 이때를 우리나라 댄스 ‘질곡의 시대’라고 한다.그러다가 1980년대 중앙문화센터와 동아 문화센터에서 ‘부부볼룸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