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료마의 고향을 가다이번 여행지는 일본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역사 속의 인물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의 고향 고치현(高知県)이다. 최근에 읽은 196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주석이 달려 있었다.坂本龍馬. 1835~1867. 일본 에도시대 말기의 정객. 막부시대를 종식하고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유명하다.그런 연유에서인지 혁신적인 사람을 칭송하는 장면에서, 책의 내용을 빌리면 다음과 같은 식으로 거론되곤 한다. '기존의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금기에도 차례차례 도전해서 야나기사와 그룹의 사카모토 료마라
이번 여행지는 ‘도고온천(道後温泉)’이다. 그림책에나 나옴 직한 ‘봇짱 열차(坊っちゃん列車)’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장편 소설 이 떠오른다. 나는 이란 소설을 읽은 적은 없지만, 일본 생활 30년이다 보니 자연스레 상식처럼 뇌리에 박혀 있다. 에히메현(愛媛県)을 소개할 때마다 등장하는 도고온천 본관 모습과 마츠야마(松山) 시내를 달리는 봇짱 열차의 영상 덕분이다.도고온천은 에히메현(愛媛県)의 현청 소재지 마츠야마 시에 있는 관광 명소로 3000년의 역사가 있다고 한다. 1894년에 개축한
도호쿠 지방 여행 1박2일. 마지막 날의 일정 중 하나가 내가 기대해 마지않았던 곳, 아오모리현(青森県)의 오이라세 계류(奥入瀬渓流)이다. 숲길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혼자 걸어도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서 지루하지 않다.오전에 이와테현(岩手県)의 하치만타이(八幡平)를 걸은 후, 아키타현(秋田県)과 아오모리현(青森県)에 걸쳐 있는 도와다호(十和田湖)로 향했다. 도와다호는 약 20만 년 전 화산 활동에 의해서 만들어진 칼데라 호수다. 그곳에 긴 세월에 걸쳐 빗물이 모이고 모여서 아름다운 호수가 되었다.
가는 해와 오는 해의 경계에서 자판을 두드린다. 한 해에서 다른 해로의 여행. 2023년 그믐날에 다듬은 글을 2024년 첫날에 다시 한번 가다듬었다.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미래로 타입 슬립한 듯하기도 하고, 과거를 미래로 끌고 온 느낌이기도 하다.경계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문득 이와테현과 아키타현에 걸쳐 펼쳐지는 하치만타이(八幡平)에 생각이 이르렀다. 걸을 때는 몰랐다가 집합 시간이 다 되어서야 발견하고는 서둘러 ‘県境’이라고 쓰인 푯말 사진을 찍었더랬다. 경계선이란 말에는 묘하게 사람을 설레게 하는 매
‘일본열도 발도장(47개 도도부현) 찍기’를 시작하고 40개의 현을 돌았다. 이제 7개의 현이 남았다. 수박 겉핥기식이기는 하나 방방곡곡을 돌아다녀서인지, 눈에 익은 곳의 사진이나 영상을 접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럴 때마다 마치 지인의 모습이라도 발견한 듯 반갑다.설명을 읽거나 듣기 전에 그곳이 어디인지 알아맞혔을 때는 더 신이 난다. 그저 정신없이 스쳐 지나온 것만 같았던 관광지들이 나의 추억 저장고에 차곡차곡 쌓여 있음을 느끼며, 결코 쓸데없는 일이 아니었다고 안도의 미소를 짓는다.오늘 이야기 할 ‘무사 저택 거리, 가쿠노다테(
이와테현(岩手県)이 포함된 여행을 예약해 놓고 아들에게 물었다.“이와테현은 무슨 요리가 유명하지?”“왕꼬 소바 아닌가?”“티브이에서 본 적 있어. 직원이 옆에 서서 그릇을 비우면 재빠르게 소바를 추가해 주는 거 맞지?”“응.”그런데 전통적인 왕꼬 소바를 단체여행에서도 먹을 수 있을까? 더구나 내가 여행했던 2022년 9월은 코로나 때문에 가능한 한 사람끼리의 접촉을 피하라는 때였다. 어쨌든 그 대처 방법을 포함해서 어떤 스타일로 먹게 될지 궁금했다. 두 번째 목적지인 추손지(中尊寺)를 보고 나서 왕꼬 소바를 먹으러 간다.2011년
'세상에 나에게도 이런 일이!'단체 여행에서 미아가 되었다. 내가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인솔자의 실수로 내가 버스에 타지도 않았는데 다음 목적지로 출발해 버린 것이다. 지금은 좋은 추억으로 남았지만,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여행 이야기.여행지까지 신칸센으로 이동하는 단체 여행에 참여했다. 목적지는 홋카이도(北海道) 아래쪽 바다 건너에 있는 도호쿠 지방(東北地方)이다. 그중에서도 이와테현(岩手県), 아오모리현(青森県), 아키타현(秋田県)을 돌아보는 1박 2일 일정이다.여행 신청할 때, 신칸센이
세차게 내리치는 빗소리가 반가웠다. 뽀송뽀송한 집 안에서 반소매 밑으로 뻗은 팔을 쓰다듬으며 느끼는 편안함. 비바람을 막아 줄 지붕과 벽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8월 내내 불더위였던 것도 모자라 9월에 들어서까지 35도에 육박하는 맹위를 떨쳤던 올여름. 드디어 백로다. 여름도 양심이 있으면 물러서겠지.문득 비 때문에 힘들었던 여행이 생각났다. 여행 초보자인 나는 8월 말부터 태풍이 시작된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알고는 있었으나 여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작년 여름까지는. 그저 열심히 놀 생
아이들이 다 크고 난 후, 바다는 놀러 가는 곳이 아니라 '보러' 가는 곳이 되었다. 나에게는 발 담그는 정도가 딱 좋다. 마음이 끌리는 것은 산속이다. 그것도 등산이 아닌 숲길 걷기.2022년 5월. 봄이 무르익어 갈 즈음, 일본 사람들이 한 번은 가보고 싶어 한다는 산악 리조트 나가노현(長野県)의 가미코치(上高地)를 찾았다. 관광버스 당일치기 단체여행, 나 홀로 참가다.표고 1500m에 있는 피서지. 물이 풍부하다고 유명한 곳. 아직 더운 시기는 아니었으나 여행 상품 안내에 올라온 다이쇼이케(大正池)라는 연못 사진에 반해서 신청
"7월에 도쿄 가는데 당일치기 여행 어때?""좋지. 찾아볼게. 언제가 좋아?""7월 11일."6월 초 친정 나들이를 겸해서 제주를 방문했을 때, 서울에서 내려와 숲길을 같이 걸었던 친구와의 대화다. 4월부터 일이 떨어져 백수 생활을 하고 있다. 남는 건 시간이고 빠져나가는 건 돈이다. 슬슬 일이 들어와야 하는데 라는 걱정을 하면서도,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쓸까 궁리하게 되는 요즘이다.친구와 참가하기로 한 관광버스 여행의 행선지는 군마현(群馬県). 라벤더 파크 구경하고, 복숭아 따는 체험하고, 동양의 나이아가라라고 불리는 '후키와레
종종 '예전의 제주는 찾아볼 수 없다'라는 말을 접한다. 나 또한 "어렸을 적 고향 모습은 없다"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애초에 사람들 관심 밖에 나지 않는 한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기란 어려운 일 아닌가?예전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해도, 제주는 '여전히 제주'였다. 약 1950m의 한라산과 370개가 넘는 오름, 21개의 올레길. 숲길, 휴양림, 생태공원은 또 어떤가. 풍부하고 아름다운 자연, 그것이 제주다. 지금은 '예술의 섬'이기도 하다. 바람에 실려 오는 축사의 쿰쿰한 냄새를 맡으며 미술관을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쭉
노토사토야마(のと里山) 공항을 빠져나오자 까만 지붕들이 눈에 들어왔다. 짙은 회색과 갈색 지붕은 본 적이 있지만 까만 기와를 쓰는 동네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난다. 새로운 발견에 기분이 고조된다. 지붕에 관심이 가기 시작한 것은 시마네현(島根県) 산자락 마을에서 갈색 기와지붕을 보고부터다. 한 동네의 통일된 지붕이 그 지역의 강한 개성으로 다가왔었다.노토반도(能登半島)를 돌아보는 2박 3일 단체 여행. 도쿄의 하네다 공항에서 약 1시간의 거리였다. 바닷가 동네에서 점심으로 노토마에즈시(能登前寿し)라
꽃구경은 관광버스 당일치기 여행에 딱 좋은 아이템이지 싶다. 수도권에 속하는 도치기현(栃木県)에 일본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등나무꽃 정원이 있다. '아시카가 플라워파크(あしかがフラワーパーク)'다. 등나무만이 아니라 다양한 꽃과 나무가 있어서 초봄에서 가을까지 즐길 수 있다.등나무꽃 시즌의 라이트업과 겨울의 일루미네이션은 일본 야경 유산으로 선정되었다. 1년 내내 볼거리가 있는 정원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것이 등나무꽃이다.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등나무꽃 축제가 열린다.1920년, 도치기현에 사는 대지주 하야
촉촉이 내리는 봄비 소리를 들으며 어제 갔던 벚꽃 놀이를 떠올린다. 그것이 먼 옛날의 기억처럼 느껴지는 건 아마도 잿빛 하늘과 빗소리 때문일 터이다. 어제는 친구와 꽃놀이를 계획한 날이었다. 비가 올 거라는 예보였지만, 친구나 나나 다른 날은 시간이 없어서, 비가 올 거라는 각오하에 만나기로 했다.코로나 상황이 종결되는 분위기이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아직도 마스크를 벗을 용기가 없는 우리다.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시간에 만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되는 대로 공원에서 보기로. 장소는 도쿄에 있는 우에노 공원. 정식 명칭은
2022년, 뜻하지 않게 얻은 긴 휴가철에 열심히 돌아다녀서일까. 겁쟁이인 내가 조금 성장했음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의존하려 하지 않고, 휩쓸리지 않고 바로 서려 하고, 혼자 움직이려는 내가 있다. 미소가 번진다.1월 중순. 코로나 규제가 풀린 기회에 친구들과 1박 여행에 나섰다. 나를 포함해 9명이다. '합숙'이라는 이름의 '신년회'. 목적지는 시즈오카현(静岡県) 아타미(熱海)에 있는 호텔이다. 우리 팀의 환갑 축하 장소로 애용하는 곳이다. 집에 갈 걱정 없이 맛있는 요리와 술과 수다를 즐기는 여행.여행에 재미가 붙은 나는 살짝
1월 16일은 오키나와(沖縄) 후손들이 모이는 날이다. 정월과 오봉(추석), 기일은 그냥 지나가기도 하지만, 16일에는 타지에 나갔던 자손들이 다 돌아온다. 오키나와 본토에 있는 나하(那覇) 공항에서 미야코지마(宮古島) 공항까지 임시 항공편이 마련되고 회사와 학교는 임시 휴일로 정해지기도 한단다.토지가 다르면 문화가 달라진다고 했던가. 일본 생활 30여 년이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가이드의 말을 들으며 놀라는 나를 보고 오키나와 출신인 일행이 자기도 한 달 뒤에 친정에 올 거라고 했다. 우리의 여행은 12월 14일부터 16일까지
2박 3일간의 히로시마 여행길에 나섰다. 세계문화유산이 두 개나 있는 곳. 이츠쿠시마(厳島) 신사와 원폭 돔이다. 이츠쿠시마 신사는 언젠가 벚꽃이 피었을 때 가보기로 하고, 히로시마 시에 머물며 걷는 여행을 하기로 했다.첫날은 히로시마 현립 미술관과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일본정원 슈케이엔(縮景園)을 보는 것으로 마쳤다. 미술관 입장권에 100엔만 더 내면 정원 관람까지 할 수 있다.400년 역사가 있다는 슈케이엔은 그야말로 손이 많이 간 정원이었다. 현립 미술관에는 원폭 피해를 다룬 대형 작품들이 꽤 많았다. 히로시마에 왔음을 실감
'타샤 튜더(1915~2007)'를 좋아한다. 넓은 정원을 가지고 싶어서도 아니고, 고풍스러운 생활 스타일을 동경해서도 아니고, 그림책을 좋아해서도 아니다. 스스로가 원하는 삶을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으로 살아내는 모습이 내 마음을 흔들었고, 이런저런 잡념에서 나를 해방시켜 줬기 때문이다. 타샤 튜더가 만 89세에 썼다는 『지금이 제일 좋을 때에요(今がいちばんいい時よ)』가 내가 처음 손에 넣은 타샤 튜더의 책이다. 그 후 그의 말과 살아가는 모습에 매료되어 『살아있음을 즐기세요(生きていることを楽しんで)』를 읽게 되었고, 타
산골 마을이었다. 사진으로 본 적이 있어서 산속에 있다는 건 알고는 있었으나 그야말로 산과 산 사이의 계곡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니 마을이 보였다. "아!" 작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손바닥 안에 들어 있는 듯한 마을이다. 어떻게 이런 곳에 마을이 있을까. 그것도 유명한 온천 마을이. 여행 초보자인 내가 단체 여행이 아니라 혼자 왔으면 꽤 헤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긴잔(銀山)이란 이름은 은 광산(銀鉱山)에서 유래한다. 에도 시대에는 일본 3대 은산(銀山)이라 불릴 정도로 번영했었다고 한다. 한창 때는 인구
2021년 10월 7일과 8일, 1박 2일. 관광버스 단체 여행에 처음으로 혼자 참가했다.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나로서는 역사적인 날이다. 일본열도에 발도장을 찍어보자고 작심하고 실행하게 된 '단체 여행에 나 홀로 참가하기'. 단체 여행이 저렴하기 때문에 선택한 방법이다.과연 나처럼 혼자 참가한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기 위한 여행길이었기에. 다만 옆에 누가 앉지 않기를 바랐다. 결국은 40여 명이 탈 수 있는 버스에 참가자는 19명이어서 혼자 참가하는 사람들은 좌석 2개를 이용할 수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