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증 장애인 석훈 씨. 그는 가래조차 마음대로 뱉지 못해 누군가 옆에서 직접 빼줘야 한다. 대소변도 못 가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행동장애까지 겹쳤다. 집안 곳곳을 부수고 다닌다. 석훈 씨 어머니는 냉장고·TV 등 집안 살림에 보호막까지 사비를 들여 설치했다. 석훈 씨 어머니는 사실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아들을 맡아줄 곳이 없어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본인 인생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에겐 석훈 씨를 장애인 시설로 입소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이마저도 입소 대기만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시설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시설에서
벌써 20년이 흘렀다. 2001년 9월 11일 세계 최대 강국 미국에서 2977명이 사망하는 테러 범죄가 발생했다. 뉴욕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시멘트로 뒤덮인 거리는 소방차 사이렌 소리와 함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쟁터가 됐다.사건 발생 4일이 지나서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현장에 등장했다. 뭐라고 했을까. "테러범을 지구 끝까지 쫓아가 잡아 오겠다. 전 세계가 우리의 비명을 들었다. 이 비참한 사태를 일으킨 자들도 곧 우리의 대답을 듣게 될 것이다."정부의 잘못이라는 말은 없이 복수의 다짐만 부시는 간결하게
클락션 소리로 가득 찼던 서울 도심은 이제 오토바이 엔진음으로 가득하다.숙박업소는 신이 났다. 다 어디로 갔나 했더니 여기 모였다. 인근 편의점 사장님은 "차라리 계속 거리 두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맥주, 소주, 안주, 라면, 담배까지 다 쓸어 담아 간다고 한다.구청 쓰레기 청소차 아저씨는 "죄다 음식물 쓰레기다. 술병도 늘었다. 깨지고 찢어지고... 분리수거 좀 잘 했으면 좋겠다. 비닐봉지에 유리 넣고, 음식물 쓰레기에 가득한 담배꽁초까지, 못 해먹겠다"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추운데도 공원엔 맥주캔 들고 벌벌 떨면서 옹기종기
"벗겨줘"라는 말에 딸은 엄마 바지를 움켜잡고 "오늘은 손님와서 안돼"라고 한다. 그래도 싫은지 엄마는 "벗을래, 벗을래"라며 떼쓴다. 기자는 지난 주말 치매 환자 가족을 만났다. 모녀였는데, 딸은 "바지 벗는 엄마 습관에 이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고, 환장할 노릇"이라며 세상 무너진 표정을 지었다. 기자가 말을 걸어도 엄마는 "바지좀 벗겨달라"는 말 뿐이었다. 계속 떼를 썼다. 딸은 처음에는 화까지 내며 남사스러운 습관을 고쳐보려 했지만, 이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이젠 자포자기했다. "왜 하필 많고 많은 습관 중, 바지를 벗는 것인지
"의사 5명 만나면, 기본 1000만원은 챙겨야 한다". 현금 200만원을 봉투에 넣어 바삐 움직이는 그의 가방을 보니, 돈 봉투는 셀 수 없이 많았다.리베이트. 제약업계에서 끊임없이 언급되는 단어다. 고지혈증 치료제만 해도 그렇다. 여러 제약사에서 나오다 보니, '제발 우리 약 좀 써달라'며 의사에게 일종의 '뇌물'을 건넨다. B제약사에서 사용한 리베이트 금액만 4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뿐일까. H, J, D 등 거의 모든 제약사가 이 난리다. 이러다 걸려서 징계받으면 '회사에서 시킨 건 아니다'라는 기계적인 답
"공문 보냈니?" "그게 제 업무인가요?"60년대생 선배와 90년대생 후배의 대화다. 칼 같은 업무 분담을 통한 자기 방어는 90년대생 사회인들의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희생은 최소화 하고, 개인의 삶의 질은 극대화한다. 사무실 점심시간 풍경을 보면, 90년대생 후배는 오후 두시가 되어서야 여유롭게 커피잔을 들고 당당히 사무실에 복귀한다. 이 모습을 본 60년대생 선배는 '묵언수행'한다. 언짢게 보는 선배들에 90년대생은 왜 이해를 못 하냐며 '답답해'한다.국내 취업 사이트가 조사한 '90년대생 직원들과 일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 4
내일이면 새해가 밝는다. 2020년 한해는 모두에게 ‘잃어버린 1년’이었다. 갑작스레 인류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생활의 전반을 바꿨다. 봄철 황사 때에나 쓰던 마스크가 이젠 필수품이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 특히 억울한 건 대학교 1학년 새내기다. 코로나19 때문에 새내기 시절만의 특권과 즐거움은 누리지도 못한 채 한 학년 올라가게 됐다. 고3을 비롯한 수험생들도 고생이었다. 수능을 앞둔 상태에서 이어진 비대면 수업, 감염병을 뚫고 시행된 수능. 모든 게 불확실했다. 올해는 멈춰있는 한 해였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들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 방송에서 퇴출되거나, 스스로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등 자숙 기간을 갖는다. 이후 방송 복귀 시점은 대부분 사회적 용인에 의해 결정된다.그렇다면 물의를 일으킨 인플루언서, 유명 유튜버들의 자숙 기간은 얼마나 될까. 정답은 매우 단순하다. 6개월 이내, 혹은 은퇴다.지난 8월 이른바 ‘뒷광고’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혹은 논란에 휘말린 뒤 자숙 기간을 가진 유명 유튜버들이 대부분 복귀했다. 8월 초에 논란이 불거졌다고 본다면 이번에도 약 6개월 내에 돌아온 것이다. 자숙
한동안 정치권을 강타한 단어는 ‘검언유착’이었다.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에서 근무하던 한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압박할 목적으로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는 ‘짜고 치는’ 판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다. 사람들은 ‘세상에 기자는 없고 기레기(기자+쓰레기), 기더기(기자+구더기)만 넘쳐난다’고 비판했다.최근 큰 인기를 끈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삼진그룹)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세 명은 자신들이 근무하는 기업이 페놀이 섞인 폐수를 무단으로 방류한 사실을 고발하고자 한 언론사를 찾는다. 그들과 마
11월 11일, 빼빼로를 살 때가 아니었다. 스타벅스 레디백 대란 속에서도 꿋꿋이 견뎠는데, 코카콜라에서 그와 비슷한 아니 더 나아 보이는 ‘미니 캐리어 백’을 판매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홈플러스, 롯데마트 온라인몰은 이미 품절이었다. 퇴근하고 오프라인 매장에 들러봤자 헛걸음할 것이 자명했기에, 재고가 풀리기를 바라며 하염없이 모니터 새로 고침 하는 시간은 초조함의 연속이었다.혹시나 싶어 들어가 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정가 2만 7700원을 몇 배나 상회하는 가격의 판매 글이 올라와 있었다. 재고가 남은 매장 정보를 공유하
최근 KB국민은행이 부동산 시장 주간 동향을 보여주는 매매·전세거래동향 지수 공개를 중단했다가 일주일 만에 다시 공개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다양한 분야에서 해당 통계 지수를 원하는 분들의 수요를 반영해 다시 자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라"며 밝혔다. 현재 주택 시장 양대 지표로는 한국감정원(공공기관)과 KB 통계(민간기관)이 꼽힌다. 하지만 감정원 통계는 최근 들어 유독 연일 KB와 비교되면서 지적 대상이 됐다. 감정원이 실제 집값 상승률 등 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감정원 통계는 연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6년이 됐다. 지하철에서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던 당시가 아직도 생생하다.대학교 1학년 때 학교에 강연 온 신해철의 인상은 방송에서 가끔 보여진 그대로였다. 잠시 쉬자고 말하자마자 담배를 무는 모습, 강연 말미 질문한 한 학생에게 “그건 논리의 비약인 것 같아서 내가 대답 안해도 될 것 같아요”라고 단호하게 불필요한 논쟁을 차단하는 모습, 조심스럽게 강연 후 사인해달라는 말에 진짜 자신의 팬 맞냐고 물어본 뒤에도 “다음부턴 CD 들고 와. 이런 종이쪼가리에 사인 받으면 곧 라면 받침대가 될걸?”
천일야화 속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는 명대사가 있다. 바로 “열려라, 참깨!”다. 도둑들이 보물을 숨겨둔 동굴을 열 때 쓰는 주문인데, 요즘 말로 하면 ‘프리패스(free-pass)’라 할 수 있겠다. 굳게 닫힌 보물굴을 단번에 열어버리니 말이다.국회는 지난 8월 27일부터 외부 방문객의 출입을 제한했다. 당시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은 “지금 임시국회가 열려 2019년 결산 심사를 하고 있고, 9월 1일부터는 정기 국회가 시작되는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 확대로 국회 회의가 전면 중지되는 사태가 우려되기
예년과 달리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 조금씩 물들어가는 가로수를 볼 때마다 어느새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 사실 가을은 사람들의 옷차림보다도, SNS에서 먼저 알 수 있다. ‘2020 가을 단풍 성지’ ‘가을 감성 뿜뿜, 국내 억새 핫플’ ‘핑크뮬리 인생샷 명소’ 등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게시물만 훑어봐도 우리나라 가을 여행지를 다 다녀온 느낌이다.특히 몇 해 전부터 눈에 뜨이는 게시물은 ‘핑크뮬리’다. 고운 분홍빛으로 가득한 사진을 보자마자 감탄사가 나왔다. “여기 어디야?” 모두가 비슷한 마음이었을 테다. 그래서인지 저 먼 미국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단호하게 조치하겠다”뮤지션 이승환이 LP 리셀러들에게 보낸 경고 메시지는 향후 가요계 관계자들도 깊이 고민해야 할 부분을 짚어준다.1950년대부터 전 세계 음악시장을 이끈 포맷 LP(Long Playing Record)는 카세트 테이프 및 CD의 등장, 급기야 mp3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탄생으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2010년 들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레트로-힙스터 문화와 연관되면서 다시 LP 시장이 살아났고, 국내서도 LP를 아티스트의 굿즈와 같은 개념으로 여기는 팬덤 문화가
사모펀드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이시장이 고사될까 금융당국이 걱정인 모양새다. 사모펀드 활성화 재개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모펀드 투자자 보호 및 제도개편을 위한 자본시장법’을 대표발의했다. 의원 발의 법안이지만, 금융위원회의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 방안이 담겨 사실상 정부입법인 셈이다. 지난 2018년 금융위는 ‘사모펀드 제도개편’을 내놨고, 김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이를 ‘사모펀드 활성화 법안’이라는 이름으로 발의했다. 당시 금융위는 국내 사모펀드가 해외 사모펀드보
펜은 심장의 지진계. 프란츠 카프카가 말했다. 기자 생활을 하며 가장 많이 떠올리는 말이다. 쏟아지는 사실 속에서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느낄 때면 이 말을 곱씹는다. 펜은 심장의 지진계. 기사에 쓰인 문장이 스스로에게 떳떳한 말들이기를 기원하면서. 아직 턱없이 부족하지만, 가끔 건방지게도 ‘정말 좋은 기사를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대개 마음이 움직이는 사건을 맞닥뜨릴 때다. 이번엔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를 만날 때 그랬다. 김용균법은 2018년 끄트머리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당시 국회에 있는 모두가 청년의 죽음을 안타까워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어느덧 반년이 훌쩍 넘었다. 사회, 경제, 정치 등 전 분야에 미친 파급력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타격이 심한 분야로 ‘여행’ 특히 해외여행을 꼽지 않을 수 없다.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해 국가를 오가던 비행 편수는 줄어들거나 사라졌고, 특정 국가에서 오는 사람들을 입국 금지시키거나 격리 조치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초창기 해외여행에서 돌아온 사람들의 잇따른 확진 소식은 불편함을 무릅쓰고라도 ‘가겠다’가 아닌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해 ‘미뤄두겠다’로 바뀌었다.‘그깟 해외 한 번 안 간다고 어때서 그래
최근 유튜브는 ‘뒷광고’ 문제로 떠들썩하다.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샀다)한 것처럼 영상 콘텐츠를 제작·공개했으나, 실상은 뒤에서 영상제작비라는 명목의 광고비를 수령하고 해당 제품을 광고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일각에선 ‘믿고 구독했는데 속았다’는 배신감이 비판의 기저에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이 이유가 가장 크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일부 유튜버들의 윤리의식에 있다. 원래 그런 마케팅을 해온, ‘뒷광고’를 의뢰한 광고주 문제와는 또 다르다.‘뒷광고’ 논란이 불거진 뒤 네티즌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