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이트데이에 사탕과 초콜릿을 밀어낸 제과 선물 1위는 놀랍게도 양갱이라고 한다. 그 맛을 익히 알 뿐 아니라 긴 세월 그저 올드한 간식거리로만 인식했던 나로서는 깜짝 놀랄 일이다.매번 마트의 계산대 앞에서 존재감 없이 고객과 눈을 맞추던 양갱의 화려한 부활은 다름 아닌 가수 비비의 노래로 시작됐다.다디달고 단 그것은 밤양갱!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아냐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한 개뿐이야, 달디단 밤양갱,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 가수 비비의 - 아이유의 매운맛 버전이라는 가수 비비의 노래 밤
'서두르지 마! 그럴수록 뜨개는 점점 미워져'젊은이들 사이에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이어나가는 손끝의 예술인 뜨개 열풍이 불고 있다. 각종 매체나 SNS상에서는 2030에 불고 있는 이런 현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어머니, 할머니의 손끝에서 피어나던 실과 바늘의 어울림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던 셈이다.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그리고 넉넉한 품으로!할머니 스웨터는 명품 카디건으로 태어나고최근 열애 소식으로 팬들의 응원과 뭇매를 동시에 받는 아이돌그룹 에스파의 카리나, 그의 뜨개 패션은 지금 최고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얼
'붕세권, 스세권, 다세권'이 인기라는 건 이미 한참 전의 이야기다. 그중 특히 붕세권이 주는 즐거움은 각박한 세상에 작은 위로라고 볼 수 있다. 비록 역세권에 신축 아파트를 갖진 못해도 추운 겨울 집 근처의 붕어빵 가게는 힘든 하루를 녹여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더불어 온갖 생필품의 보고인 다이소와 거의 커피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산재해 있는 스타벅스도 무슨 무슨 '세권'이라는 대열에 합류했다. 그중 저가 생필품 매장인 다이소에는 뜬금없는 줄서기가 유행이다.명품관만 오픈런? 아니 아니언제부턴가 부쩍 익숙해진 단어 '오픈런'은 원래
명절을 앞둔 대형마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무엇일까? 전통적으로 명절 선물이라 하면 정육이나 과일, 전통주 아니면 굴비나 곶감 세트 정도가 최상위권 순위였음은 분명하다.하지만 최근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최근 대형마트에 오픈런을 불러온 품목은 따로 있다고 한다. 바로 위스키다. 위스키? 솔직히 뜬금없다. 특히나 나처럼 술을 못 마시는 소위 '비주류' 들엔 더욱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그 중심에는 이제 대중적인 주류로 자리 잡은 '하이볼'이 있다. 고독한 미식가는 하이볼 대신 우롱차!한·일 간의 복잡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여전
''전쟁통에 어른들 볼은 야위어가고 아이들 배는 개구리처럼 튀어나온다.''박완서 작가의 에 나오는 구절이다. 함께 등장하는 '고구마'는 가난을 구제해 주는 고마운 먹거리이기도 하고 주인공인 일곱 살 소녀가 다섯 살 동생의 손을 놓아버리는 아픈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분명 볼품없이 작은 고구마였겠지만 전쟁통의 주식이 되었을 그것을 나눠 먹기 싫은 어린 소녀의 마음이 아프게 다가왔던 이야기였다. 소설 속 이야기처럼 가난이라는 단어에 아프게 자리를 차지하던 고구마는 이제는 다이어트와 건강이라는 키워드로 관심을 받고
그러고 보니 한껏 차려입었다. 이제는 명절이나 친지의 결혼식에도 거의 입지 않는 한복을 정성스레 입고 무슨 얘기를 심각하게 나누는 걸까?부쩍 추워진 요즘, 서울 북촌의 골목골목엔 각양각색의 한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심심찮게 오고 가고 있었다. 단아하고 품위 있는 디자인보다는 SNS에 맞춤인 다양한 모양새의 한복이 주를 이뤘다. 그런 현상에 불만인 이들도 있겠고 그렇게나마 관심을 불러 모으는 것이 다행이라는 측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코로나로 위축됐던 관광지로서의 북촌이 활기를 찾은 듯 보여 좋았다.곱게 차려입은 중년 한복 군단(?)
분명 어울리지 않는 냄새다. 말끔한 건물의 엘리베이터로 풍겨오는 고기 냄새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맛있는 냄새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PC방이었다. 세상에~~ 얼핏 말로만 들었던 소위 PC방 맛집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오다리와 컵라면의 시절은 가고?PC방이 처음 생겨 날 때도 이미 어른이었던 난 그곳을 드나들기엔 조금 쑥스러웠다. 당시, 그러니까 1990년대만 해도 겨우 프린터나 팩스기기를 이용하러 가는 정도였던 것이다.실내는 어두웠고 아직은 금연 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던 터라 담배 연기마저 음침하게 자욱했었다. 당연히 자주 드나들
냉장도 아니고 냉동이라고? 그것도 김밥을?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냉동 김밥을 극찬하는 영상으로 날 안내했다. 파란 눈동자의 크리에이터는 한국의 음식, 소위 K푸드를 극찬하고 있었다. 이미 알려진 불고기, 갈비가 아닌 야채 김밥이다.거기까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니 이건? 꽁꽁 언 얼음 방망이 같은 냉동 김밥이란다. 냉동이라고? 갑자기 자세를 고쳐잡고 화면 앞으로 가까이 갔다. 정말 냉동이다. 화면에서조차 냉기가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다. 저게 맛있을까? 냉장도 아닌 냉동인데?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다들 김밥의 추억이 자
자고 일어나면 생기는 신조어를 따라가기 바쁜 요즘이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말로 혹은 촌철살인의 맛으로 불쑥 나타나 한동안 머무른다.그렇다면 '약과라이팅', '약켓팅' 이런 말을 들어 보셨는지? 이 말이 생소하다면 영락없는 기성세대다. 이삼십 대 젊은 층, 특히 여성들 사이엔 이미 '고전'이 되었기 때문이다.약과에 가스라이팅 당하다?최근 몇 년간 방송을 통해 가장 많이 들리는 말 중의 하나는 가스라이팅일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내가 아는 탕후루는 아프도록 달콤하고 치명적인 신맛이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 장국영의 영화 에는 탕후루 이야기가 등장한다.'얼마나 맞았으면! 저런 연기를 할 수 있는 거야?' (영화 패왕별희 대사 중에서)만만치 않았던 경극의 극단 생활, 집요하고 반복적인 훈련과 바깥세상을 동경하던 어린 수련생들은 충동적으로 가출을 감행한다. 그런 그들이 평소 제일 먹고 싶었던 게 있었다. 바로 탕후루! 보석처럼 빛을 내며 흐르는 진득한 달콤함과 아삭함이 일품인 그것은 당시 장터의 인기 먹거리였다.그들은 일시적이지만 자유라는 달콤함과
철 지난 드라마를 보다 보면 여주인공의 순진함과 촌스러움을 극대화하는 도구가 있다. 바로 양말이다. 구두 위로 올라온 새하얀 순면 양말! 시골에서 상경한 순박한 주인공의 한껏 멋을 낸 모양새엔 이처럼 뜬금없는 패션아이템이 등장하곤 한다. 정성 들여 닦은 반짝이는 구두 위로 얌전하게 올라앉은 양말은 단숨에 캐릭터를 이해하게 만들곤 한다.하지만 언제부턴가 단순히 보온을 위해 혹은 원래 신어줘야 하는 용도(?)에 지나지 않았던 만년 조연이던 양말은 이젠 주인공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이것이 바로 그 모내기 룩(look)인가?지하철 앞자리
궁금했다. 도대체 어떻길래 이리 난리들일까? 최근 아니 개봉 한참 전부터 논란에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영화 인어공주가 장안의 화제다. 안타깝게도 꿈꿔왔던 동화 속 아름다운 이야기 대신 그를 둘러싼 각종 이슈가 영화 자체를 뛰어넘고 있다.디즈니가 34년 만에 실사화한 영화 인어공주이니만큼 대중들의 기대는 컸다. 하지만 나 같은 중장년들에게 있어 인어공주는 화면에 펼쳐지는 이야기 대신 도톰한 빨간 양장의 계몽사 소년 소녀 명작동화집에서 시작했다.안타깝고 슬펐던 나의 아름다운 인어공주무려 50여 권으로 구성된 동화전집은 어린 나에게 있어
수시로 대박을 터뜨리는 K-콘텐츠의 선두엔 한국 드라마가 있다. 상반기에 전국을 한바탕 휩쓸며 학폭이라는 사회문제까지 돌아보게 한 송혜교의 가 있었다면 요즘은 가 그 뒤를 이어받았다.화제 면에선 글로리보다 덜한 면도 있지만 극 중 주인공인 김희애의 패션이 장안의 화제다. 그 중심엔 스카프가 있다.■ 스토리를 끌고 가는 스카프와 블레임 룩(Blame Look)드라마 퀸메이커는 배우 김희애와 문소리가 호흡을 맞춘 넷플릭스 시리즈다.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고 흔들던 황도희(김희애)가 인권변호사
'꼭 망한 부잣집 딸 패션 같아.'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된 말이다. 요샌 유행어가 하도 빠르게 지나가는지라 이건 또 무슨 말일까 궁금했다.망한 부잣집 딸의 구닥다리 패션은? 내용인즉슨 이렇다. 어느 유저가 옷장을 정리하다 오래전에 유행했던 소위 3초백이라 불렸던 가방을 발견했다. 하지만 유행이 한참 지난 듯해서 이걸 들고 나가도 될까 하는 고민 글을 게시했다.우후죽순으로 달린 댓글은 이렇다. 까짓거 유행이 별거냐 그냥 들어라, 요즘은 촌스럽게 그런 가방 안 드는 추세다, 그런 게 바로 유물이다 등등 다양한 댓글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가요 '벚꽃엔딩' 중에서또 왔다, 이 노래.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왔음을 상큼하게 알려준다. 희한하게도 이 노래가 들리면 헛것이 보이는지 자꾸만 눈앞에 꽃잎이 살랑이는 착각이 들곤 한다. 그동안 꽁꽁 얼어 움츠렸던 춘심이 발동해서 절로 콧노래가 따라 나오는 것도 신기하다.취소한 꽃축제에도 굴하지(?) 않던 상춘객들, 이제는!말해 뭐하랴, 지난 3년은 모두가 바이러스라는 블랙박스에 갇혀 움츠리고 또 움츠러들었다. 해마다 철마다 피고 지던 꽃들도 찾
작년 3월 2022 FW 서울 패션위크에서 누구보다도 눈길을 끈 의상이 있었다. 『오징어게임』으로 지구인의 사랑을 받는 월드 스타 이정재가 선보인 바지가 그 주인공이다.얼핏 보기에 영락없는 운동복임이 틀림없는 이 바지는 코로나 시대의 최고 히트 패션이 되었다. 이름도 친근한 추리닝에서 '조거 팬츠'라는 어엿한 패션 용어로 자리 잡은 이것의 매력은 무엇일까?일반인이 보기엔 아무리 봐도 동네 편의점, 혹은 분리수거할 때 입으면 어울릴 모양이다. 하지만 요새는 흔한 일상 패션이 되어버렸다. 거기에는 세계적 트렌드를 이끄는 블랙핑크 같은
일요일이면 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최대한 편한 복장으로 나서는 발걸음은 평소와 다르게 한결 가뿐하다. 아주 가끔은 통기타를 어깨에 메고 가기도 하는데 그게 좀 어색한 건 사실이다.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래! 인생은 60부터라고 하지 않든가, 아! 따지자면 올해부터 만 나이 적용이니 도로 뒷걸음을 쳐 아직은 50대인가? 후후후···.어찌 됐든 요즘 나의 달콤한 위로는 스스로 내게 들려주는 통기타 선율이다.온통 부동산 사무실로 빼곡한 잠실 아파트 상가에서 눈에 띄는 광고문구를 보았다. 어른이(이 말 또한 재밌다)기타 배
눈물의 웨딩케이크라···. 아주 오래전 사랑받던 동명의 노래가 있었다. 연인을 떠나보낸 후 남겨진 웨딩케이크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었다던 그런 내용이었다.멕시코 소설『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서도 웨딩케이크가 등장한다. 기쁨의 맛 대신에 슬픔과 절망의 맛을 듬뿍 담고서.책을 읽다 보면 등장하는 음식들, 상상과 꿈 그리고 희망과 후회 등을 재료로 한 상 가득 차려주니 독자로선 그저 고마울 뿐이다. 거한 잔칫상을 차려주기도 하고 때론 달콤한 디저트, 혹은 술상을 내어주기도 한다.달콤함보다는 쌉싸름한 인생의 맛소설을 읽다 보면 가보지 못한
한참 전부터 사람들이 장난삼아 우스갯말로 노잼이라 부르는 도시가 있다. 말 그대로 재미라곤 당최 없다는 말일 터인데 그렇다면 거긴 어디? 바로 대전이다. 지난해 대전시와의 인연으로 발행물의 표지 그림을 맡게 되었다. 나와는 접점이 없던 한 도시와의 우연한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0시 50분에 맞춰진 대전역 꽃시계시작은 대전의 관문인 기차역에서부터다. 연배가 있는 이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플랫폼의 가락국수는 사라지고 없지만, 여행자들의 시간을 디자인해주는 꽃시계가 있다. 특히 봄철에는 화사한 각종 꽃이 언덕을 이루며 이야기를
동네에 멕시코 음식점이 생긴 건 한참 되었다. 초록의 선인장 그림 간판이 이색적인 그곳은 그리 흔한 맛집은 아닌지라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이름도 어려운 음식 몇 가지를 고민 끝에 주문했다. 그러자 직원은 해시태그#를 붙인 상호를 SNS에 올리면 서비스 음료와 후식이 무료라고 했다.공짜라니~~ 그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터이다. 꽤 오랜 기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긴 하지만 입맛엔 영 둔감한지라 맛집 리뷰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무료라는 달콤한 유혹에 당장 넘어가고 말았다.해보니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저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