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페이지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웹
탈중앙화 근본적 변화, 커뮤니티가 만들어 낸다

웹3 이미지./픽사베이
웹3 이미지./픽사베이

지난 11월에 트위터 CEO를 사임한 잭 도시는 결제 서비스 업체인 스퀘어의 사명을 블록(Block)으로 바꾸면서, 본격적인 비트코인 생태계 확장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미 이전에도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과격주의자)로 잘 알려져있던 인물이기에 이러한 행보가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 웹3에 대한 비판으로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실리콘 VC의 배만 불려주는 웹3'일러스트./트위터
'실리콘 VC의 배만 불려주는 웹3'일러스트./트위터

여기 저기 웹3를 많이 떠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실리콘 밸리 VC의 배만 불려주는 매우 중앙화된 조직의 돈벌이 수단이라고 비판을 하고 나선 것이다. 얼마전 화장실에서 웹3 이야기를 주워 들었다는 그림을 올리면서 비아냥거렸던 일론 머스크의 트윗과도 일맥상통한 면이 있다. 본인의 트윗을 NFT로 판매해 수십억원을 벌어들기도 한 그가 웹3를 비판하고 나온 배경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잭 도시가 언급한 웹3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사실 업계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잭 도시의 비판은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장되어 가고 있는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 다양한 서비스를 전반적으로 포괄하는 표현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 디파이로부터 시작해서 NFT, 크립토 게임, 여기에다 최근 DAO 열풍까지 크립토 산업의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흐름은 확실히 비트코인이 중심이 아니다.

32억원에 팔린 잭 도시의 1줄짜리 트윗 NFT./트위터
32억원에 팔린 잭 도시의 1줄짜리 트윗 NFT./트위터
일론 머스크의 web3 조롱 트윗./트위터
일론 머스크의 web3 조롱 트윗./트위터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 입장에서는 비트코인의 시장 지배력이 계속 감소하고 이더리움을 기반한 다양한 프로토콜과 서비스들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이 상당히 못마땅해 보일 것이다. 더구나 환경 이슈에 매우 민감한 20-30대의 크립토 사용자들에게 비트코인과 같은 작업증명 방식의 블록체인이 가지는 호소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비트코인 시장 지배력./코인마켓캡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비트코인 시장 지배력./코인마켓캡

비트코인은 디지털 골드이기 때문에 특별한 유틸리티가 없이 그냥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가치 상승이 생길 수 있다는 신화도 그 단순성으로 인해 제도권 금융 자본으로부터도 관심을 끌었지만, 유틸리티를 강조하는 이더리움 생태계는 밈 문화와 더불어 급속하게 대중화에 한 발 더 앞서 가고 있다. 잭 도시가 비트코인 생태계 확장에 초점을 두는 것도, 더 이상 비트코인이 디지털 골드라는 신화에 얹혀서 확장해가기는 힘들고, 결제 수단으로서의 유틸리티를 확보해야 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가 겨냥하고 있는 웹3에 대한 비판은 일견 의미있는 지적임에도 불구하고, 과연 그가 지적하고 있는 중앙화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과히 건설적인 비판은 아니다.

비트코인의 채굴은 극소수의 초대형화된 채굴기업의 독점 산업이 되어 버린지 오래이고, 대부분의 비트코인 거래는 완전히 중앙화된 거래소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거래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테이블 코인인 USDT 역시 매우 중앙화되고 불투명한 운영으로 심심할 때마다 한번씩 터져나오는 시한 폭탄같은 존재가 되었다.

제도권 금융의 진입은 중앙화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더욱 고착화시키고 있다. 결국 어느 헷지 펀드나 억만장자가 비트코인을 더 샀느냐 말았느냐가 주요 관심사가 되어버렸다. 저개발국가의 독재 정권이 완전히 중앙화된 송금 시스템에 비트코인을 이용했다는 것이 마치 크립토의 대중화를 이루어내는 것이라 자위한다. 이런 비트코인 생태계를 지지하면서 웹3가 중앙화되어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물론 웹3 역시 지속적인 중앙화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이 과정에서 VC의 역할이 다시 과대해지는 것에 대해 많은 우려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웹3의 등장 배경 자체가 잭 도시가 지적하는 독점화된 지배구조를 대체하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된 것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웹3

웹의 첫 단계는 1990년대에 인터넷이 상업화되면서 등장한 개별 기업이나 개인들이 효율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주로 읽기 전용의 홈페이지 서비스이다. 각 사이트의 데이터는 서로 연결되지 않고 폐쇄적인 구조로 분리되어 있는 형태가 주류를 이룬다. 이에 반해 2000년대 본격화되기 시작한 웹2.0은 사용자들이 제공하는 컨텐츠의 비중을 늘리기 시작하고 사용자간의 소셜 활동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개별 기업의 사이트보다는 플랫폼 중심의 서비스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소수의 집중화되고 독점화된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가 대세를 이루게 된다. 각자의 중앙화된 데이터 베이스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API를 통한 상호 연결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이러한 진화의 배경에는 다이나믹한 웹 서비스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모바일 인터넷의 대중화가 큰 몫을 차지한다.

블록체인 기반 웹3의 개념은 인터넷 패러다임의 전환을 단순한 기술 발전의 결과물로서가 아니라, 현재의 인터넷이 갈수록 더욱 중앙화되고 독점화되어 가고 있는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로부터 출발해야 함을 강조한다. 원래 인터넷은 분권화되고 분산된 병렬적 네트워크의 연결망으로서 등장했지만, 독점 자본주의에 의해 장악당한 인터넷은 갈수록 더 중앙화되고 독점화되어 가는 극소수의 플랫폼 기업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조차 이를 더 이상 통제하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개인의 근본적 자유 마저 침해당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웹3는 탈중앙화된 인터넷 개념을 블록체인을 이용해 다시 구축하고 이를 통해 공정하고 분산된 새로운 디지털 경제 구조를 확립하려는 포괄적인 기획이다. 그렇기 때문에 웹3는 여기에 사용되는 어떤 특정한 기술 한 두가지의 특성으로 요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기술적 요소들과 더불어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일어나는 사회적 활동내지 사회 운동이라는 포괄적인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   

웹1,2,3 비교./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웹1,2,3 비교./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블록체인과 스마트 컨트랙트를 사용하는 새로운 인터넷 패러다임으로서의 웹3는 무엇보다 탈중앙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여긴다. 탈중앙성을 훼손해서는 독점화되고 중앙화된 인터넷 산업에 대항하고 이를 재편할 무기를 잃게 된다. 

기존 인터넷이 주로 데이터의 전송과 이를 기반으로 한 정보의 제공과 활용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웹3는 인터넷에 가치 레이어를 결합함으로써, 참여자들간의 수평적 가치 교환을 가능케하는 인프라를 제공한다. 이것은 기존의 인터넷 독점기업이 참여자들의 컨텐츠와 데이터를 사용하면서도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대신 생산된 가치에 대해 독점적 소유를 하게 되는 구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한다. 

웹3는 폐쇄적인 데이터 소유와 단절된 애플리케이션 대신, 레고 블록처럼 다양한 스마트 컨트랙트와 애플리케이션을 조합함으로써 매우 단기간에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완전히 오픈된 생태계를 지향한다. 오픈소스 운동을 한단계 질적으로 더 발전시킨 인프라를 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블록체인과 스마트 컨트랙트에 올려진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모드 참여자에 의해 공유되고 언제든지 자유롭고 공평하게 활용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프라이버시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영역에서는 데이터 제공자 자신의 통제권을 강조한다. 누군가 제3자에게 자신의 프라이버시 데이터를 맡기고 이에 대한 신뢰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직접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웹3는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또한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법적 규제나 권위있는 중앙화된 주체가 자신들을 위해 이러한 변화를 선물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와 이를 지지하고 유지시키는 커뮤니티가 변화의 주체이고,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통해서만 근본적인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팩트경제신문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팩트경제신문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국내 블록체인 커뮤니티 1세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 석사 출신으로, 이후 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 커뮤니케이션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아톰릭스랩 대표로 서울 이더리움 밋업 공동 운영자, 한국이더리움 사용자그룹 운영자를 역임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국내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 서울 이더리움 밋업과 한국 이더리움 사용자 그룹을 중심으로 이더리움 커뮤니티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2018년 아톰릭스랩 설립 후 개인키를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키관리 솔루션과 이에 기반한 Dapp 지갑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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