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권 내시죠.”나를 만나기 위해 제주를 방문한 어느 금융회사 사장이 그동안 그린 그림과 글을 보더니 대뜸 하는 말이다. 말이 씨가 된다고 결국은 책을 내게 됐다. 혹자는 내가 책을 낸다니까 글재주가 있나 보다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작가가 아니다. 글 쓰기를 배운 적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책을 내느냐고? 칭기즈칸이 했다는 얘기, 소위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자신이 세계를 제패했다고 읊었다는 그 얘기를 패러디 해 보자.나는 건축의 `건’자도 모르지만 내 손으로 집도 지어봤고(놀랍게도 TV 주요 프로그램에 10회 소개) 제주
'발룬티코노미스트'를 아십니까? 눈 뜨고 나면 생겨나는 신조어 홍수로 가뜩이나 어지러운 마당에 새로운 용어 하나 더 얹어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나름의 판단으로는 향후 이 용어가 지속 발전 가능한 사회적 모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신조어 하나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발룬티코노미스트는 봉사와 기여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 발룬티어와 경제활동, 경제활동가(광의의)를 말하는 이코노미스트를 결합한 필자가 만든 복합어입니다. 말 그대로 사람의 삶은, 특히 인생 후반부의 삶은 과거의 욕심과 경쟁을 내려 놓고 사는 삶, 그러나 일정의 경제적 보
“심 봤다~~” 근자에 들어 거의 연일, 가격을 메기기도 힘든 천종삼산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려 와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고 있다. 심마니라면 평생에 걸쳐 이런 오래 묵은 산삼을 하나라도 캐는 게 천지신명께 감읍할 대단한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왠지 심드렁한 남의 일에 지나지 않으니 이게 웬 조화일까? 그 이유는, 필자는 거의 매주 비치코밍을 통해 “심봤다”를 연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비치코밍은 단어 그대로 해변을 산책하면서 무엇을 줍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생경한 용어이자, 취미로서는 아직 낯선 단어인 비치코밍은 비치(B
`돈 쓰기만 하는 취미생활은 진정한 취미생활이 아니다.’ 이 말을 증명하는 데 15년이나 걸렸다. 만 50세에 인생 2막(필자 주: 직장생활을 인생2막이라 함)을 접고 나 좋아하는 일, 즐기는 일을 통해 이웃과 사회와 함께하는 삶을 지향해 온 지 어언 15년이 흘렀다. 15년 동안의 취미활동과 그 이전의 취미활동을 비교해 보면 질과 양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단적인 차이는 돈만 쓰는 취미생활이냐, 돈 버는(?) 취미 활동이냐이다.돈 쓰는 취미활동이 필연적으로 과시형 행태를 일으키면서 본질적 의미의 즐기기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면 돈
내일이면 2022년도 우리 곁을 떠난다. 그것도 영원히.그런 생각이 드니 이 순간이 안타깝기도 하고 영원히 내 곁에 붙들어 놨으면 하는 우매한 바람까지 든다. 그러나 오랜 뒤 이 순간을 기억이나 하려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으니 이 아쉬움도 곧 잊겠지라는 생각에 안도의 숨이 쉬어지기도 한다.이별!내가 이별에 대해 생각을 고쳐 잡은 것은 선친과의 이별이었다. 내게는 봉건시대의 붕어(임금의 죽음: 필자 주)와도 같은 크나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 충격에서 벗어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떠난 여행에서였다.3일장을 치르고 얼마 지
친구와 통화를 끝낸 아내가 포복절도 한다.은퇴 후 삼식이를, 그것도 삼시 세끼 갓 지은 밥만을 요구하던 남편이 가출(?)했단다. 시골에 작은 땅을 마련하고는 농막 하나 놓고, 주중에는 그곳에서 생활하게 돼, 그 친구의 표현대로라면 `삼식이’로부터 해방됐다는 것이었다. 내 아내의 웃음을 더욱 달군 것은 곁들인 친구의 얘기였다. “바보, 내가 매일 뜨거운 밥 해 준 줄 여태 알아. 사실은 옆 단골 식당에서 한 그릇씩 사 왔었거든.(웃음)”직업적 이유로 중년의 여성들을 인솔해 해외 여행을 많이 했었다. 여행을 신나게 즐기던 여성들이 귀국
입에 담기도 민망한 표현이 있다. `잔칫집이 초상집으로 변했다’이다. 재수 없는 얘기로는 따라 올 표현이 없고,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을 순서로 매긴다면 으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다. 핼러윈 축제 참사로 수많은 꽃다운 젊음이 유명을 달리했다.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남겨진 가족, 친지의 아픔을 생각하면 일례로 삼는 것조차 삼가야 하겠지만 개인이나 사회나, 유사한 참사를 예방하자는 측면에서 이 글을 씀을 헤아려 주시기 바란다. 온 세상을 질식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의 공포를 소환한 신종코로나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이 도는, 걷기에 딱 좋은 가을이 왔다. 학교 가까운 아이가 지각 잘하고, 산에 가까이 사는 사람이 1년에 한 번 산에 갈까 말까 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 비유가 꼭 내게 해당한다는 생각에, 미뤄 두었던 한라산 등산을 위해 여장을 준비하는데 가을 기운 만큼이나 서늘한 소식이 답지한다.산을 너무 좋아해 일주일에 적어도 서너 번, 아니 없는 시간도 만들어 산에 오른다는 친구가 새벽 등산길에 쓰러졌다는 소식이다. 한때 전국 유명산은 리스트 만들어 가며 도장 찍듯 돌고, 일본 100대 명산 도전하기, 해외 유명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황금빛 여행 축제를 여는광야를 향해서 계곡을 향해서,먼동이 트는 이른 아침에 도시의 소음 수많은 사람빌딩 숲속을 벗어나 봐요.그 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와우~~이 노래의 가사처럼 사람을 달뜨게 하고 황홀경에 빠져들게 하는 노래가 있을까 싶다. 푸른 언덕, 황금빛 축제, 먼동이 트는 아침···.여행은 확실히 사람을 흥분시키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심을 유발시키는 행위이다. 여행하면 연상되는 낱말이 기대, 희망, 꿈, 낭만, 추억 등이니 말이다.그러나 여행을 마냥 예찬할 일만은 아니다. 어떤 이는
단적으로 어떤 취미가 좋은 취미이고, 어떤 취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을 가늠하는 것은 다양한 인간성과 그에 따른 개인적 성향을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이 바람직한 취미를 추천하라고 한다면 그 취미가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인가와 그 취미생활이 개인의 행복에 기여해야(취미가 고역인 것이 있을까 마는~~ 그런데, 놀랍게도 있다) 함을 충족시키는 것이어야 한다.지나칠 정도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취미생활을 해 보았다. 아내의 표현대로라면 진정한 취미가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어떤 취미가 제일 좋았을까
“나는 말이야, 경영이나 다른 건 다 자신이 있는데 자식과 골프, 그리고 와인은 영 젬병(형편없다는 말의 속된 표현)이야. 이게 뭔 조화지?”오래 전 어느 회사의 대표가 내게 넋두리 삼아 한 얘기다. 다른 건 다 자신이 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있는데 자식은 나이가 들더니 통 말을 안 들어 속상하고, 골프는 조금 되는가 싶으면 곧 곤두박질하고, 와인은 아무리 이름과 특징을 외우려 해도 안 되며 무엇을 골라 마셔야 할지 난감하니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는 얘기다.“그거 당연한 결과 아닌가요? 셋 다 마음을 내려놓고 즐기면 되는데 남
결국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또 하고 말았다. 공방에서 만들기 작업하다 말고 떠나는 아내에게 불쑥 내뱉었다.“아니, 그 재미있는 걸 하다가 말고 왜 그냥 떠나? 시작했으면 끝을 보든지."그건 내 생각이었다. 나나 좋아하는 일이지 아내가 나와 꼭 같이 즐길 거라는 건 착각이었다. 내 취미가 진정 무엇인지 몰랐으면서 아내의 취미가 뭔지 알고 강요했을까. 아차 싶었지만 늦었다.오래전 세부로 여행 다녀온 주부가 다시는 남편과 함께 해외여행은 가지 않겠다고 털어놓았다. 이유인 즉슨 자신은 산을 좋아하는데 물 좋아하는 남편이 눈만 뜨면 바닷속
오래전, 어느 방송의 유명 앵커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짓』이라는 책을 냈다가 호되게 욕을 먹은 적이 있었다. 성스런 방송이란 직업을 평가절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어떤 이는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책을 냈다가 유학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역시 성스러운 위인이신 공자를 폄훼하는 제목이라는 이유에서였다.나 또한 `삶이 취미, 취미가 삶’이란 칼럼으로 심한 비난을 받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오히려 그 비난을 비난해 보자라는 의도에서, 성스러운 삶을 취미로 격하시킬(?) 요량으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