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화장실 안내 표시 인색한 한국
"비장애인·장애인 통합한 표지판 필요"

# "마카오에 갔더니 쇼핑몰마다 화장실 안내판에 장애인 표시도 함께 있더라고요. 한국에선 밖에서 장애인 화장실을 찾으려면 입구까지 가보는 수밖에 없었어요. 표지판엔 비장애인 표시만 있다 보니 장애인용 화장실이 있는지 없는지 직접 가봐야 알 수 있었죠. 한국도 표지판에 더 신경 썼으면 좋겠어요."

마카오 쇼핑몰 내 안내표지판 모습 /김정수 기자
마카오 쇼핑몰 내 안내표지판 모습 /김정수 기자

마카오는 생활 시설 내 화장실 안내표지판에서 장애인 표시가 통합돼 있는 반면 국내 장애인 화장실 표시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장애인 화장실 표시를 강행규정으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성경제신문이 28일 마카오를 찾았다. 마카오 내 쇼핑몰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통합된 화장실 안내표지가 일반적이었다. 모든 화장실 안내표지판은 장애인, 남성, 여성을 상징하는 그림이 한 곳에 표시됐다.

마카오 쇼핑몰 직원 A 씨는 "화장실 표지판에 장애인 그림이 그려져 있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공공 시설물 표지판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따로 두는 등의 차별은 없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장애인 화장실 표지에 대한 강제성이 없다 보니 안내판 표지 내 장애인 표시에 관심이 덜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인순 한국장애인개발원 유니버설디자인환경부 부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한국은 장애인 화장실 안내 표시에 인색하기로 유명하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장애인 화장실 안내 표시가 과다할 정도인데 한국은 표시가 잘 없고 장애인‧비장애인 표시가 통합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마카오 내 쇼핑몰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통합된 화장실 안내표지가 일반적이다. /김정수 기자
마카오 내 쇼핑몰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통합된 화장실 안내표지가 일반적이다. /김정수 기자

마카오의 경우 화장실 안내표지판에 비장애인과 장애인 그림이 함께 표시되어 있다. 김인순 부장은 "마카오 안내표지판은 비장애인·장애인이 통합적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표시하는 것은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다양한 사용자를 포괄하는 보편적인 디자인을 의미한다. 성별이나 나이, 장애, 언어 등으로 인해 이용에 제약받지 않도록 디자인된 것이다. 김 부장에 따르면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을 포함한 모두를 위한 환경 조성을 통해 모든 공간에 접근이 가능하게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 예시 /Knowledge One
유니버설 디자인 예시 /Knowledge One

그는 "국내에서 장애인들은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지 없는지 안내표지판만으로 파악이 힘들다. 직접 가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장애인 화장실 미 표기
"법제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상 장애인 화장실 안내판 표지에 대한 강제 조항은 없다. 서울시 용산구에서 본지와 만난 휠체어 장애인 B 씨는 "미흡한 장애인 화장실 안내표시로 인해 안내판만 보고 따라갔다가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많아 불편하다"고 했다.

장애인 화장실 안내표지판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제도(Barrier Free)에는 평가 항목 중 하나로 포함돼 있지만 법률상 강제 조항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BF제도란 어린이·노인·장애인·임산부뿐만 아니라 일시적 장애인 등이 개별 시설물·지역을 접근·이용·이동함에 있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계획·설계·시공·관리 여부를 공신력 있는 기관이 평가해 인증하는 제도다.

국내 쇼핑몰 안 화장실 안내표지판 모습. 남성, 여성 표시만 되어있다. /김정수 기자
국내 쇼핑몰 안 화장실 안내표지판 모습. 남성, 여성 표시만 되어있다. /김정수 기자

김인순 부장은 "한국도 장애인 화장실 안내표지판에 대해 법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강제 사항이 아니다 보니 장애인 표시가 잘 안 보이거나 화장실 앞까지 갔을 때만 눈에 띄는 게 보편적이다"라며 "표지판을 최소화해서 표시만 해주면 되다 보니 연속적으로 안내하는 것, 통합적인 표지판 등에 대한 규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솔루션)이 공중화장실 안내표지판에 장애인 픽토그램을 추가해 정보를 제공하도록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행정자치부에 건의한 바 있다.

당시 솔루션에 따르면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공중화장실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안내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장애인 화장실인지에 대한 안내표지는 의무 규정에 해당하지 않았다. 장애인들은 화장실 입구까지 가서야 장애인 화장실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2016년 당시 화장실 안내표시에 장애인 사용 가능 여부가 안내되지 않았으며 유도시설의 안내표지판은 설치기관의 판단에 따라 자체적으로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현재도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상황은 여전하다.

마카오 호텔 내 각 승강기 존마다 장애인 표시가 돼 있는 엘리베이터가 한 개씩 있다. /김정수 기자
마카오 호텔 내 각 승강기 존마다 장애인 표시가 돼 있는 엘리베이터가 한 개씩 있다. /김정수 기자

김 부장은 "마카오 화장실 안내표지판과 같이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보이도록 통합적으로 설치하는 게 접근성 관점에서 제일 좋지만 국내엔 그런 사례가 거의 없는 편이다. 장애계에선 지속해서 관련 내용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확한 안내 표지에 대한 강제적 규정이 없는 게 문제다. 현재로썬 장애인등편의법에 이미 있는 세부 조항 중 하나로 강화돼서 들어가는 게 가장 가능성 있다. 다만 안내표시의 충분성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법률에 넣어도 효과가 크지 않을 확률이 높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는 게 우선"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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