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종 메이븐플러스 대표
병원 동행 서비스 스타트업
"단절되지 않은 사회 만들고 싶어요"

"노래는 MP3 영상은 PMP 전화는 3G 핸드폰으로." 주머니 가득 세 가지 기기를 넣어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2024년의 초·중·고등학생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혁신적 기기의 발명은 우리의 생활을 이롭게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스마트폰 이후 '혁신'이란 단어를 붙일 수 있는 대상이 있을까. 인공지능·전기차·로봇청소기 등 우리 일상을 감히 '바꿀 수 있다'는 제품은 많지만, 남녀노소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스마트폰만큼의 제품은 아직 없다. 2022년 기준 국내 스마트폰 사용률은 95%를 넘었다. 향후 10년, 아니 20년을 보면 국민 3분의 1이 사용해야 할 제품들이 지금 수면 밑에서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다. '실버케어' 제품이 그 주인공이다. 2025년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여성경제신문이 차세대 실버케어 혁신 제품을 준비하는 업체를 '릴레이 인터뷰'로 만나본다. [편집자 주] 

"몸무게가 100kg이 넘는 40대 아들을 80살 노모가 거제에서 서울까지 데리고 병원에 다니셨어요. 아들이 뇌암이었죠. 시골엔 큰 병원이 없으니 서울까지 매번 고속버스를 타고 병원을 왕복하는 일이 노모에겐 보통 일이 아니었겠죠. 어르신이 우리 병원 동행 서비스를 이용하시곤 이제 살았다며 한숨을 쉬시더라고요. 그때 서비스를 만들기 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15일 병원 동행 서비스 플랫폼 '고위드유'와 '네츠모빌리티'를 창립한 김원종 메이븐플러스 대표를 만났다. /김정수 기자
15일 병원 동행 서비스 플랫폼 '고위드유'와 '네츠모빌리티'를 창립한 김원종 메이븐플러스 대표를 만났다. /김정수 기자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홀로 사는 노인과 거동이 안 되는 이동 약자가 그 대상이다. 걷는 일조차 버거운 사람들이다. 그러니 병원까지 이동하는 과정은 큰맘을 먹어야 가능하다. 그런 이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다. '병원 동행 매니저'가 출범한 것. 병원 진료 접수부터 약 수령까지 전 내원 과정을 동행하고, 거동이 불편한 사람의 이동을 도와주는 병원 동행 서비스 플랫폼 '고위드유'와 '네츠모빌리티' 창립자 김원종 메이븐플러스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가 만든 병원 동행 서비스는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 병원 동행 서비스 '고위드유'와 휠체어를 타는 약자를 위해 차량을 이용한 병원 이동·원내 동행을 결합한 원스톱 서비스 '네츠모빌리티'다. 고위드유 서비스는 거동이 가능하지만 장거리를 걷기 힘든 약자를 대상으로 한다. 네츠모빌리티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대상으로 휠체어 전용 차량을 제공하는 비응급 병원 이동 서비스다.

고위드유에는 동행 매니저가, 네츠모빌리티에는 네츠매니저가 함께 병원에 간다. 각각 개별 웹 페이지로 신청을 받고 있다. 15일 여성경제신문이 고려대학교 캠퍼스 내 산학관에 위치한 메이븐플러스 사무실에서 김 대표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간략한 회사 소개 부탁드립니다.

"메이븐플러스는 병원 동행 서비스 고위드유와 병원 이동 및 동행 서비스 네츠모빌리티를 운영하고 있어요. 각각 2019년, 2021년부터 시작했어요. 앞서 소개해 드린 노모와 아들 사례처럼 병원 내원이 힘든 약자를 보며 병원 동행 서비스를 구상했죠."

—병원 동행 서비스 창립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서비스를 만들면서 두 가지를 목표로 삼았어요. '첫째 병원 하나 가는 게 힘든 약자가 병원 가기 힘들어서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 둘째 참신한 서비스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자.'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독거노인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죠. 동시에 병원 수요도 늘겠죠. 유병률도 함께 올라가니깐요. 병원에 가는 길도 문제지만, 가서도 노인들을 힘들게 하는 장벽이 있어요. 요즘 병원은 접수도 키오스크(무인 접수기)로 하더라고요. 여기서 막히죠. 

병원 내원-접수‧진료-귀가, 이렇게 세 가지 스텝에 나뉜 병원에 가는 과정을 병원 동행 매니저만 있다면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게 서비스 중점 내용이에요. 그럼 동행 매니저는 어떨까요. 봉사하는 마음을 가진 분들은 참 많아요. 그런데 봉사를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면? 자녀 다 키우고 남편 출근하고 적적하신 주부 중엔 봉사 일을 하며 삶의 의미를 찾는 분들이 꽤 많아요. 수요와 공급 모두가 만족하는 서비스인 셈이죠."

김원종 대표가 떠오르는 신종 돌봄 인력 '병원 동행 매니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

—'병원 동행 매니저'는 떠오르는 신종 돌봄 인력이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자격 요건과 선정 과정, 급여 등이 궁금합니다.

"병원 동행 서비스를 누가 전문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먼저 눈에 띄었던 직업군은 요양보호사였어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중요한 책무를 가진 데 비해 처우와 사회적 인식 개선이 시급해 보였죠. 처음엔 요양보호사 중에서 인력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간호사 등 4가지 직군 중 하나 이상의 자격증‧면허증을 소지했다면 동행 매니저가 될 수 있어요. 가족의 마음으로 동행한다는 마인드까지 있다면 금상첨화죠. 내 부모님을 대하듯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을 뽑고 있어요.

동행 매니저 지원자를 보면 두 가지 유형이 있죠. 가치 추구형과 생계형이에요. 채용 시 생계형은 뽑지 않아요. 동행 매니저 수입은 아직 기대 수준까지 못 미치는 상태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여유 있는 시간에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데 의의를 두는 가치 추구형이 동행 매니저 일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돌봄 인력보다 쉽게 돈 버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지원하는 분은 채용하지 않아요. 수요가 커질 유망 직업이기 때문에 지금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방문요양보호사도 병원 동행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동행 매니저와 업무가 겹치는 점에 대해 민감한 이슈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방문요양보호사는 요양 등급이 있는 분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요. 동행 매니저는 요양 등급과 상관없어요. 서비스 대상자는 질병이 있으면서 요양 등급이 있을 수도 있고, 장애가 있을 수도 있죠. 누구든 상관없어요. 두 직군의 대상자가 같을 수는 있지만 동행 매니저의 커버리지가 더 커요."

—이용 가격·매니저 배치 방법 등 서비스 운영 방식이 궁금합니다. 

"일반 병원 동행 서비스의 경우 가격은 1시간에 2만4000원이에요. 5분 안에 환자와 매니저 85%가 매칭돼요. 빠르면 신청 후 20~30초 안에 매니저가 매칭돼요. 네츠모빌리티 가격은 왕복 1시간에 11만~13만원이에요. 1시간은 병원 내에서 진찰하는 과정이고 이동 시간은 포함되지 않아요. 서비스 신청은 웹과 고객센터 전화로 받고 있어요. 주로 어르신이 사용하기 때문에 모바일 앱은 따로 없어요."

—이동 약자를 대상으로 병원 이동과 원내동행을 결합한 원스톱서비스 네츠모빌리티도 따로 개발한 게 인상적입니다. 네츠모빌리티의 창립 계기와 배경도 궁금합니다.

김원종 대표가 직접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업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메이븐플러스 홍보 영상 캡처
김원종 대표가 직접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업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메이븐플러스 홍보 영상 캡처

"병원 동행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이용자 절반은 거동 자체가 어려워서 동행 매니저가 집 문에서부터 업고 내려오기도 했어요. 장애인은 장애인 콜택시라는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데 거동이 어려운 비장애인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었죠. 이분들은 사실상 택시에 '구겨 넣을 수밖에' 없었어요. 표현이 거칠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현장에 가보면 사람을 '구겨 넣는 것' 그 자체였어요. 서비스 이용자는 대부분 어르신이에요. 택시를 타는 과정에서 이미 기운이 다 빠져 병원에서 돌아오면 녹초가 되셨죠.

동행 매니저의 차를 이용한다면 더 좋을 것 같았어요. 처음엔 우버형 병원 동행 서비스를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 자가용 유상 운송은 불법이었죠. 방법을 모색하다가 정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증 특례를 받으면 임시 기간 회사가 보유한 휠체어 차량으로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는 걸 알았어요. 다만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야 했죠. 그래서 기존 고위드유와 별도로 거동이 불편한 분을 대상으로 한 네츠모빌리티를 2021년에 창립하게 됐죠.

네츠모빌리티는 기존 고위드유 병원 동행 서비스 모토인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에서 '베드 투 베드(Bed to Bed)'로 발전시켰어요. 이용자의 침대까지 데리러 가겠다는 의미죠. 침대에서 어르신을 휠체어에 옮기는 것부터 시작해요. 휠체어를 탄 채로 계단을 내려올 수 있는 계단 리프트도 구비했어요."

네츠모빌리티의 휠체어 차량 /네츠모빌리티
네츠모빌리티의 휠체어 차량 /네츠모빌리티

—휠체어 차량, 리프트 등 장비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이용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이용자 반응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이용자의 서비스 재구매율은 95%에요. 이 서비스가 아니면 병원에 갈 방법이 없는 절실한 고객이 대부분이다 보니 공급에 비해 수요가 높은 편이죠. 현재 휠체어 차량 수가 현저히 적어서 오히려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차량을 더 늘리고 싶지만 예산 문제로 쉽지 않아요.

가격 부담이 되는 분들을 위해 일부 지역에 사회공헌을 하기도 해요. 서울시에서 실시하는 돌봄 SOS 제도 동행 지원 서비스를 통해 송파구와 서초구에 공헌하고 있어요."

—병원 동행 서비스를 개발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면.

"앞서 언급한 노모 사연이에요. 매번 거제에서 강북 삼성병원까지 고속버스를 타고 거동이 안 되는 40대 뇌암 환자 아들을 데리고 다니는 80대 노모를 뵌 적이 있어요. 어르신이 우연히 우리 서비스를 알게 돼 네츠모빌리티의 휠체어 차량을 타고 편하게 병원에 가시게 됐죠. 그동안은 2주에 한 번씩 병원에 갔어야 했는데 매번 과정이 너무 힘드니 고향집을 팔고 서울에서 살아야 하나 고민했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서울 집값을 감당하지 못했던 거죠.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시곤 노모께서 90대 오빠한테 전화해 '오빠야, 나 너무 편하다. 우리 아들 이제 살았다. 이제 걱정 없다'고 하며 우시는 걸 보고 덩달아 울컥했어요.

누군가는 병원 이동이 힘들어서 적절한 때에 치료받지 못하고 병세가 악화하거나 사망에 이르기까지 해요. 암 환자, 투석 환자 등 고질적인 질병을 가진 분들은 당장 상태가 완화될 수는 없겠지만 때에 맞게 치료를 받으며 상태 유지는 할 수 있어요. 그걸 피부로 느낄 때 (서비스를) 만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의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병원 동행 서비스는 누군가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한 일이고, 동행 매니저는 좋은 일자리예요. 병원 동행 서비스가 국내 안전 서비스의 신호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거창한 서비스 개발보다는 심플하게 내 집에서 가족과 함께 노년을 행복하게 보내는데 기여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요. 사회의 최소 단위는 가족이에요. 일 때문에 부모님을 병원에 못 모시는 상황이라도 동행 서비스로 치료를 받게끔 돕고 싶어요. 가족끼리 물리적인 연결이 어렵더라도 단절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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