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 이상 리셀가에도 판매량 1위
높은 중고가, 기업에도 피해 줘

포켓몬 김과 그 안에 동봉된 렌티큘러 칩. /사진=문예빈 기자
포켓몬 김과 그 안에 동봉된 렌티큘러 칩. /사진=문예빈 기자

포켓몬스터(이하 포켓몬) 김이 해당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20·30대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가운데, 일부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이 시중가의 두 배가 넘는 가격에 이를 재판매해 논란이다.

삼립 포켓몬 빵은 지난해 2월 말에 출시해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포켓몬의 국내 인기를 증명했다. 포켓몬 김 공식 판매처 중 하나인 마켓컬리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포켓몬 김이 공개되자마자 마켓컬리의 인기 검색어가 포켓몬으로 도배됐다”고 밝히며 그 열풍을 설명했다. 해당 김은 성경식품에서 만들었다.

포켓몬 김의 인기 비결은 김 16개입 한 세트 당 33종 중 3종이 무작위로 동봉된 포켓몬 렌티큘러 칩에 있다. 실제로 구매자들은 ‘칩 때문에 계속 사요’, ‘피카츄 나올 때까지 살 거예요’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해당 상품의 ‘렌티큘러 칩’에 관심을 보였다.

렌티큘러란 각도에 따라 도안이 변화하거나 입체감을 보여주는 인쇄물이다. 포켓몬 김에 동봉된 칩 또한 각도에 따라 포켓몬들의 진화 과정이 보이도록 제작됐다. 하지만 인기가 높은 만큼 부작용이 발생했다. ‘되팔렘(=물건을 시중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되파는 이)’들의 리셀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GS25 및 GS 자회사와 마켓컬리, 우리의식탁과 같은 공식 판매처에서 책정된 가격에 의하면 포켓몬 김의 시중가는 16개입 한 세트 당 8980원이다. 그러나 일부 개인 사업자들은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중 하나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개당 적게는 1만 3000원, 많게는 시중가의 두 배 이상인 2만원으로 책정해 판매 중이다.

한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에서 포켓몬 김을 정가 이상의 가격으로 리셀하고 있다. /문예빈 기자
한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에서 포켓몬 김을 정가 이상의 가격으로 리셀하고 있다. /문예빈 기자

시중에 동일한 양으로 판매되는 김의 가격이 6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해당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하는 김은 3배나 비싸다. 이에 해당 플랫폼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리뷰에서도 드러났다. 구매자들은 ‘여기서 절대 사지 마세요’, ‘애들 아니면 안 샀습니다’와 같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해당 제품을 판매 중인 재판매자 '소나기뮤직'은 고가로 가격을 책정한 이유를 묻는 문의에 대해 ‘매입 수량을 위한 테스트 매입으로, 일반 소비자 가격에 매입해 판매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주말에 매입 수량이 정해지면 판매가를 새로 책정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포켓몬 김은 해당 플랫폼에서 주간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정가 이상의 돈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끊이지 않은 것이다.

이수진 서울대학교 소비자트렌드 연구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당 상품의 희소성이 정가 이상의 가격에 합당하는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왜곡된 시장”인 것이다.

다만 이 연구원은 “정가보다 의도적으로 비싸게 판매하는 ‘되팔렘’ 현상은 기업 입장에서도 피해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지속적으로 중고가가 과하게 설정될 경우,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초래해 소비자 이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개인의 자유 영역에 있는 사항이기 때문에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 연구원은 건강한 중고 시장에 대해 “문제를 가격에 한정하지 않고 중고 가격의 변동을 투명하게 제공해 소비자들이 비교해보고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