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친환경·가치 소비 성향 증가
중고거래 시장, 지난해 20조원 규모 성장
글로벌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 국내 서비스 시작
사기 및 개인 간 거래 분쟁은 해결해야할 과제

국내 중고거래 시장 빅3 플랫폼 로고./각 사 제공
국내 중고거래 시장 빅3 플랫폼 로고./각 사 제공

#새로운 중고거래 플랫폼의 시장 진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중고거래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다. 2016년 4조원 규모였던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지난해 20조원으로 급성장했다. 기존 유통업체들의 시장 진입은 물론, 투자와 사업 확장도 활기를 띄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오는 5일 중고거래 플랫폼 ‘하트마켓’을 정식 오픈한다. 전국 440여 개 롯데하이마트 매장이나 온라인을 통해 개인 간에 중고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다. 모바일 앱과 홈페이지를 통해 거래가 가능하며, 앞서 베타서비스로 운영됐던 중고거래 서비스가 정식으로 운영된다. 지점을 통한 직거래, 안전 결제 서비스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하이마트는 “하트마켓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유는 첫 번째로 모바일앱 이용률을 늘리기 위해서, 두 번째로 매장 방문을 늘리기 위해서다”며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의 집객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도 기존 중고거래 서비스를 플랫폼화한 ‘알라딘 마켓’을 지난달 28일 새롭게 선보였다. 전국 주요 도시 48개 직영 매장과 지정 택배사를 통해 대면과 비대면 거래가 모두 가능하도록 했다. 중고거래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보안시스템도 마련했다.

종합 중고거래 플랫폼 외에 한정판 스니커즈나 패션 아이템을 메인으로 하는 리셀 플랫폼에도 글로벌 기업인 ‘스탁엑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며 대비에 들어갔다. 국내 리셀 시장을 양분 중인 네이버 ‘크림’, 무신사 ‘솔드아웃’은 글로벌 기업의 시장 진입에 대비해 사업 확장에 나섰다. ‘크림’은 지난 8월 회원 수 100만 명의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를 80억원에 인수하고, ‘솔드아웃’은 자회사 ‘에스엘디티’로 분사해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빅3 투자 확보
-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거래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되며 롯데, 현대 등 유통대기업에서 중고거래 관련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직간접적 진출을 시작했다. 롯데쇼핑은 중고나라에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했고, 현대백화점은 번개장터와 손을 잡고, ‘더현대서울’에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전문매장 ‘BGZT by 번개장터’를 오픈했다.

지난 8월 GS리테일이 당근마켓에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으나,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GS리테일은 중고거래 시장 진출 의향을 묻는 질문에 “현재는 중고시장에 진출한다 아니다를 말하기 어렵다. 당근마켓 200억 투자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우선 그 부분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국내 중고시장 점유율 1위 당근마켓은 최근 1800억원 투자 유치와 함께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으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떠올랐다. 당초 1000억원 투자 유치를 계획했으나, 시장의 관심이 커지며 투자금이 올라갔다. 당근마켓의 지난 4월 주간 이용자 수는 1000만 명을 넘겼고, 코로나 이후 1년간 월 이용자 수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김상희 국회 부의장이 지난달 3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감 부의장은 지난달 30일 중고거래 분쟁조정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연합뉴스
김상희 국회 부의장이 지난달 3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감 부의장은 지난달 30일 중고거래 분쟁조정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연합뉴스

#신뢰성 확보는 풀어야할 문제

이에 따라, 사기 피해나 해결되지 못한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김상희 국회 부의장(더불어민주당,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지난달 30일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전달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근마켓이 전자거래 분쟁조정위원회에 이관한 분쟁 조정 신청은 올해 8월 기준 1167건으로 지난 2019년 19건 대비 61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고나라는 500건(3.1배), 번개장터는 534건(5.4배) 늘어났다.

갑작스러운 이용률 증가로 인해, 기존에 해결 가능했던 수준을 점차 벗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이관된 분쟁 조정 해결률도 매년 하락 중이다.

최근에는 개인 거래 간 분쟁 및 사기 외에도 플랫폼 간 고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명품 리셀 플랫폼 ‘캐치패션’을 운영 중인 스마일벤처스가 머스트잇, 발란, 트렌비를 상대로 무단상품 정보 크롤링에 따른 저작권법위반 및 거짓 과장광고에 따른 표시광고법 위반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스마일벤처스는 3개사가 해외 판매사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음에도, 정식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표시 및 광고하거나 판매정보를 은폐했다고 밝혔다. 캐치패션은 앞서 3개 회사를 서울 강남경찰서에 형사 고발했으며, 해당 건에 대한 고발인 조사가 끝났다. 이번 공정위 제소는 조사관이 내용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0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에서 관람객이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0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에서 관람객이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중고시장 급성장 배경

중고거래 시장의 성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이전까지 패션 트렌드는 싸게 사서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이었다. 패션은 환경오염 대표사업으로 불리기도 했다. MZ세대는 팬데믹 이후 이런 소비방식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리서치 기관 글로벌데이터와 의류 재판매 플랫폼 뜨레드업이 조사한 ‘2021 재판매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3명 중 1명은 지속가능한 의류를 구매하고 입는 것을 팬데믹 이전보다 신경쓰게 됐다.

기존 중고거래는 3040 남성들이 IT기기를 중심으로 주도했다면, 최근 중고거래 트렌드를 이끈 것은 1020 그 중에서도 Z세대다.

MZ세대는 독립적이고, 환경을 중시하며, 돈을 절약하는 동시에 벌고 싶어한다. MZ세대에게 중고거래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MZ세대는 저렴한 새 옷을 사기보다 비슷한 가격의 이름 있는 브랜드의 중고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과시욕을 충족시킨 후에는 리셀을 통해 수익도 낼 수 있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비싼 값에 되파는 ‘슈테크’에서, 최근에는 ‘샤테크(샤넬+재테크)’ ‘롤테그(롤렉스+제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재직 중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초기 마스크 중고거래를 통해 유입된 사람들이 중고거래의 매력을 느끼고 정착한 패턴으로 보인다”며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다보니 집안의 물건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환경에 대한 이슈나 관심도 늘면서 물건을 중고로 파는 사람들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소비에 대한 가치관 변화로 중고거래가 활성화되고있다. 중고시장 성장 배경에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취향의 다변화에 주목하고 싶다. 단순히 저렴하기 때문에 중고거래를 하기보다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개인 간 거래를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한정판 스니커즈나 취미 장비, 환경이나 스타일을 위한 빈티지 의류 등 기존 커머스에서 얻지 못했던 가치를 중고거래를 통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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