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문화재청장 가만히 있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어”
문화재청 "법흥사터 초석, 지정 또는 등록문화재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북악산 남측 탐방로에 위치한 절 터(법흥사터 추정)에서 김현모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북악산 남측 탐방로에 위치한 절 터(법흥사터 추정)에서 김현모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뒤편 서울 북악산 남측 탐방로 개방을 기념한 등반에서 법흥사터(추정) 연화문 초석을 깔고 앉은 사진이 공개되자 불교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교계 언론인 법보신문은 6일 ‘대웅전 초석 깔고 앉은 문 대통령 부부...청와대 문화유산 인식 수준 참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북악산 남측 탐방로를 산행하면서 법흥사터 연화문 초석을 깔고 앉은 채 문화재청장의 설명을 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며 “더구나 해당 사진은 청와대가 직접 배포한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의 불교 문화유산 인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지난 5일 산행에서 신라시대 창건된 사찰인 법흥사로 추정되는 절터에 도착해 김현모 문화재청장과 법흥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 부부는 연화문 초석 위에 걸터앉았다. 

문 대통령은 “과거 오랜 터가 남아있는 것을 해방 후 다시 세워보려고 준비하다가 김신조 사건으로 개방됐던 곳이 다 폐쇄됐고, 그 부자재가 남은 거죠”라고 말했다. 이에 김 청장은 “지금 보시는 초석은 최근의 것”이라며 “유물적인 가치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구전으로는 이게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저희가 전문발굴 조사를 하면 그런 증거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 부부가 법흥사터 연화문 초석을 깔고 앉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교계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불교중앙박물관장 탄탄 스님은 법보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문 대통령 부부의) 사진을 보고 참담했다”며 “성보를 대하는 마음이 어떤지 이 사진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전통문화를 이렇게 가벼이 대하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은 왜 생각하지 못하느냐”며 “대통령 부부도 독실한 신앙인으로 아는데 자신이 믿는 종교의 성물이라도 이렇게 대했을까 싶다”고 규탄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성공 스님은 “만약 문 대통령 부부가 몰랐다고 하더라도 문화재청장이 그것을 보면서 가만히 있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며 김 청장을 비판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7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4월 5일 북악산 남측 탐방로 개방 기념 산행에서 문 대통령 내외가 착석하신 법흥사터 초석은 지정 또는 등록문화재가 아니다”라며 “사전에 행사를 섬세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공감하며, 앞으로 유의하겠다”고 했다. 

이어 “법흥사터의 소중한 가치를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불교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는 1968년 북한 무장간첩들이 청와대 기습을 시도한 이른바 ‘1·21사태(김신조 사건)’ 이후 일반인 접근을 제한했던 청와대 건물 뒤편을 지난 6일부터 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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