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전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신재생 에너지나 석탄·천연가스 발전만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건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를 좇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원자력 발전은 청정 에너지이지만 '후쿠시마'라는 트라우마가 늘 따라다닌다. 청정 에너지와 안전이란 평행선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인류에 새 가능성이 열렸다. 바로 '소형 원자로(SMR)'다. SMR은 작은 용기 안에 원자로와 냉각기를 일체형으로 넣은 발전 시스템이다. 일체형이어서 폭발 위험성이 제로에 가깝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나도 소형이어서 피해는 제한적이다. 원전 선진국인 한국은 일찌감치 SMR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탈원전' 도그마에 빠져 수년을 허송했다. 그 사이 미국·중국·러시아 등 세계 각국이 앞다퉈 SMR 개발과 상용화에 뛰어들었다. 늦었지만 한국에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원전 건설이나 운영 경험을 많이 축적해왔기 때문이다. <팩트경제신문>이 본격화되는 소형 원자로 전쟁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한국의 가능성을 모색해본다.

①탄소중립 시대, 소형원자로가 답이다 
②한국형원자로 vs 소형원자로 뭐가 다르길래? 
③"SMR 정쟁 대상 아냐" 국회도 한목소리
④美 웨스팅하우스 공동 수출 제안에 韓 감감무소식
⑤문재인 "탈원전!" vs 시진핑 "원전혁명!"
⑥임박한 택소노미···소형원전도 미국과 손잡아라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혁신형 SMR 국회 포럼'에 참가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팩트경제신문DB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혁신형 SMR 국회 포럼'에 참가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팩트경제신문DB

늦어도 올해 안에 혁신형 소형모듈러원자로(SMR) 개발 첫삽을 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회 여야 의원들도 "과학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예산과 제도적 지원에 팔을 걷어부쳤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혁신형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한 가운데 개최된 '혁신형 SMR 국회 포럼'에선 탈원전에 대한 반성이 터져나왔다.

포럼을 주최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이 시작점이 된 '영화 판도라'을 언급하며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공포로 바라보고, 이념으로 바라보고, 진영으로 바라보면 모든 것이 굴절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탄소중립을 실현 가능을 따져보면 현실적 대안으로 SMR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공조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다행히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개발 논의가 있었던 것은 양국이 SMR 선진국이라는 점을 공유했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인류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與野서 터져나온 탄소중립위 엇박자 비판

포럼 공동위원장인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스마트(SMART) 원전은 산·학이 주도하는 바람에 개발하는데 20여년이 걸렸다"면서 "혁신형 SMR은 정부가 주도해서 빠르게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힘을 보탰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원자력 비중을 7%까지 줄이는, 사실상의 탈원전 정책을 강행하면서 정부·여당의 정책이 엇박자를 이루는 것에 대해 쓴소리를 내놨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SMR이 낄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었다. 정 사장은 △에너지 주권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은 것과 △원자력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간헐성 보완 대책이 전무한 점 등을 비판했다.

정 사장은 특히 "후손들과 젊은이들을 위해 반드시 탄소중립사회로 가야 한다는 취지에 동감하지만 내용을 보면 목표는 있는데 사다리가 붕떴다"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숫자를 나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인도·러시아·중국·프랑스와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빠른 시일안에 통과돼야 한다는 것이 이날 포럼 참석자들의 목소리였다. 혁신형 SMR은 원자력계의 기본설계와 정부 차원에서의 예타·표준설계·인허가를 동시에 진행해 오는 2030년까지 상용화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과기부는 정부 예산(3986억)과 민간 투자(1846억원)로 구성된 5832억원의 예산안을 잡았다.

혁신형 SMR 국회 포럼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온 의원들. 시계 방향으로 김기현,, 최형두, 이광재, 조승래 이영, 유동수,  조승래 의원.
혁신형 SMR 국회 포럼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온 의원들. 시계 방향으로 김기현,, 최형두, 이광재, 조승래 이영, 유동수, 조승래 의원.

"예타 빨리 통과돼야"···APR1400보다 어려운 과제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기술 개발을 하면서 사업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점에서 한국형 대형 원전인 APR1400보다 어려운 과제"라며 "무엇보다 예타가 빠르게 결정돼야 정부 예산에 반영되고 2023년도에 본격적인 개발이 착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가한 김용수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윤순진 서울대 교수를 민간위원장으로 하는 탄소중립위원회의 편향성을 지적했다. 그는 "탄소중립위원회를 보면 과학을 과학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 의원들께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한 규제 기관의 역량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누스케일(nuscale)이 2016년 12월 인허가를 제출하기 전인 2015년부터 유타주에서 론칭을 개시한 점을 들면서 "정부가 목표하는 2026년 인허가에 앞서 실증계획 수립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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