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SMART 개발한 한국 세계 5위 추락
IAEA 미국·인도·러시아·중국 다음으로 평가
APR 지금의 먹거리···SMR 10년 뒤 먹거리
SMR 개발, APR 수출 두마리 토끼 잡아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전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신재생 에너지나 석탄·천연가스 발전만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건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를 좇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원자력 발전은 청정 에너지이지만 '후쿠시마'라는 트라우마가 늘 따라다닌다. 청정 에너지와 안전이란 평행선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인류에 새 가능성이 열렸다. 바로 '소형 원자로(SMR)'다. SMR은 작은 용기 안에 원자로와 냉각기를 일체형으로 넣은 발전 시스템이다. 일체형이어서 폭발 위험성이 제로에 가깝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나도 소형이어서 피해는 제한적이다. 원전 선진국인 한국은 일찌감치 SMR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탈원전' 도그마에 빠져 수년을 허송했다. 그 사이 미국·중국·러시아 등 세계 각국이 앞다퉈 SMR 개발과 상용화에 뛰어들었다. 늦었지만 한국에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원전 건설이나 운영 경험을 많이 축적해왔기 때문이다. <팩트경제신문>이 본격화되는 소형 원자로 전쟁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한국의 가능성을 모색해본다.

①탄소중립 시대, 소형원자로가 답이다 
②한국형원자로 vs 소형원자로 뭐가 다르길래? 
③美 웨스팅하우스 공동 수출 제안에 韓 감감무소식
④문재인 "탈원전!" vs 시진핑 "원전혁명!"
⑤임박한 택소노미···소형원전도 미국과 손잡아라

전세계에서 개발중이거나 상업용 운전중인 원자로들. 이 가운데 SCWR, LWR, HTGR이 4세대 원전으로 구분되며 SMR은 3.5세대로 분류된다. /국제원자력기구
전세계에서 개발중이거나 상업용 운전중인 원자로들. 이 가운데 SCWR, LWR, HTGR이 4세대 원전으로 구분되며 SMR은 3.5세대로 분류된다. /국제원자력기구

혁신형 소형원자로(SMR) 개발이 중요한 이유는 높은 경제성과 안전성 때문이다. 다만 대형으로 분류되는 APR1400 등 제3세대로 분류되는 한국형 원자로도 수출 자원으로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형 원자로가 1000MW 이상의 용량으로 개발돼 저렴한 에너지원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면 중소형→소형→초소형으로 갈수록 동일 비용 대비 효율성과 안전성이 월등히 높아진다.

특히 모든 부품이 하나의 원자로에 들어가다보니 방사능 유출 위험이 제로에 가깝다. 이와 같이 성능을 향상시킨 계량형 원자로를 차세대 또는 3세대 원자로라고 분류한다.

국내에선 지난 2012년 세계 최초로 설계인증을 받은 SMART가 대표적이다. 또 대형으로 분류되는 한국형 원자로 APR1400(또는 APR1000)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개발한 AP1000도 3세대로 구분된다.

전문가들은 SMR(Small Modular Reactors)이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3.5세대 원자로라고 설명한다. 하나의 발전소 안에 하나가 아닌 여러개의 원자로 모듈을 넣을 수 있도록 설계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기술이란 얘기다.

한국의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13일 <팩트경제신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계량원자로정보시스템 정보(ARIS)'를 전수 조사한 결과 현재 개발됐거나 개발중인 계량형 원자로는 79개로 나타났다. IAEA에 등록된 79개의 모델 가운데 지난 8년 전 한국수력원자력이 개발한 SMART는 운영 직전인 인허가 완료(Licensed) 단계로 공사만 들어가면 되는 상황이다.

반면 KAIST-MMR(카이스트), URANUS(유니스트) REX-10(서울대)은 실험 단계였고 한수원과 원자력연구원이 공동 개발중인 170㎿급 혁신 소형모듈원자로(iSMR)는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한국전력기술이 개발한 BANDI-60S는 설계단계로 IAEA측에 업데이트를 요청 중에 있다.

특히 한국보다 원자력 기술 수준이 낮았던 국가들이 놀라울 만큼의 기술 진보를 이룬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HTR-PM)과 러시아(KLT-40S)는 인허가를 완료해 이미 건설 중에 있고, 인도(IPHWR-220)는 벌써 운영 중이다.

한국은 대형 경수로 기술확보에 성공한 몇 안되는 나라로 지금까지 원자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형원자로엔 경수로뿐 아니라 액체금속냉각로형, 가스냉각로형 등 차세대 기술이 추가로 필요하다.

탈원전 공방으로 수년을 허송세월한 결과 기술 수준이 미국·인도·러시아·중국 다음의 세계 5위로 추락했다.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대전 원자력연구원이 가스 부문 연구 등을 열심히 하지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다양한 노형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재훈 사장은 부랴부랴 "지난 2012년 설계인증을 받은 스마트(SMART)를 개량한 혁신형 소형원전인 iSMR 건설을 위한 예비타당성 신청을 올해 9월 중에 마무리하겠다"며 10년내 완공 목표를 세웠다.

한국 원자력 수출 성공 신화로 기록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연합뉴스
한국 원자력 수출 성공 신화로 기록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연합뉴스

동유럽 100조 시장 열리면서 대형원전 경쟁 초비상

지금의 먹거리 경쟁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0㎿짜리 모듈 하나당 비용을 약 4000억원으로 추산할 때 'APR-1400' 1기의 부가가치는 약 5조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의 탄소중립 정책 영향으로 체코와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100조원대의 시장이 열렸다.

다만 미국, 프랑스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수주를 따내야 하는 상황이다. 수출 성공 여부는 기술력뿐 아닌 상대국의 에너지 정책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느냐가 좌우한다. 지금까지 유일한 성공 신화였던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원자로는 APR1400다.

또 수출 환경도 녹록지 않다. 체코와 폴란드에선 미국의 AP1000과의 경쟁이 벌어지며 한수원이 APR1000에 대한 유럽 인증 심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또 거꾸로 SMART 수입을 검토하던 사우디는 정책을 완전히 바꿔 '대형 원자로' 도입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현재 기존의 원자로 수출과 SMR 개발이라는 두마리를 토끼를 잡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각심을 가지지 못한다면 소형원전은 물론이고 대형원전 마저도 단순 시공만 하는 국가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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