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세 움직임은 금보다 테슬라 주가와 비슷
"변동성 너무 커 인플레이션 헷지 기능 기대 어려워"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현황판에 가상화폐 시세가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현황판에 가상화폐 시세가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아직도 방송을 비롯한 언론매체에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를 다룰 때 빠지지 않고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가 있다. 암호화폐 하면 비트코인 금화가 떠오를 만큼 여기 저기 안 나오는 곳이 없을 정도다. 보이지 않는 것을 형상화하기 위해 무엇인가 실체감 있는 이미지를 사용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 내용을 보기도 전에 이미 지겨울 정도로 식상하다.

비트코인은 금과 거의 공통성이 없다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은유같은 표현으로 누군가가 사용한 것이 이제 비트코인의 본질인듯 형상화된다. 하지만 단적으로 말하자면 비트코인은 금과 거의 공통성이 없는 대상이다. 

투자의 관점에서 자산으로 평가하더라도 금과 비트코인은 속성이 너무나 다른 클래스의 자산이다. 금은 변동성이 크지 않은 소위 안전 자산으로 간주될 수 있는 클래스이지만, 비트코인은 투기성이 매우 높은 고위험 상품이다. 길게는 지난 10년 또는 짧게는 지난 1년간의 비트코인과 금의 시세 변동 추이를 비교해 보면 얼마나 다른 종류의 자산인지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지난 1년간의 가격 변화만 놓고 보자면 비트코인은 오히려 테슬라 주식의 상승률과 거의 일치한다. 

비트코인과 금이 모두 인플레이션 헷지를 위한 자산이라는 점에서 공통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공통성은 법정화폐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산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다 가지고 있다. 부동산이나 주식 모두 인플레이션 헷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유동성 전환 흐름에 금과 비트코인의 경쟁 구도를 부각시킬 특별한 이유가 없다.

채굴량이 한정되어 있어서 희소 가치가 생기는 점이 비슷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비트코인은 블록 생성 보상용으로 신규로 발행하는 코인의 양을 4년마다 반씩 줄이는 프로토콜을 가지고 있다. 2140년이 되면 신규 코인 발행이 끝나기 때문에, 총 발행량이 고정된다는 것이다. 코인의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이 많아지면, 블록 생성 보상을 별도로 하지 않더라도,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입만으로도 채굴자들이 블록을 계속 생성시킬 경제적 유인이 될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가치는 탈중앙화에서 나온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가치가 생긴 것은 기존의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탈중앙화된 디지털 현금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지, 2140년에 과연 블록 채굴 보상 없이 수수료만으로 비트코인이 유지될지 말지에 대한 믿음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이것은 마치 발행량만 한정해서 코인을 만들면 무조건 희소가치에 의해  가격이 오른다고 망상에 빠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암호화폐가 가치가 있는 이유는 그것이 만들어 내는 효용에 대한 수요와 그 수요를 지속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암호화폐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유지 또는 상승하려면, 그것을 이용하는 생태계가 더욱 확장되고, 네트워크가 더 커지고 활발해져야 한다. 이것은 금과는 전혀 다른 요구 조건이다.

암호화폐에 관한 기사와 방송을 할 때 제발 비트코인 금화 이미지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맨날 등장하는 튤립 거품 이야기처럼 너무나 지겹다. 이 금화 이미지는 결국 암호화폐 개발자와 투자자를 일확천금에 눈멀어 도박하는 사람들로 매도하기 쉽도록 만드는 상징조작이다.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국내 블록체인 커뮤니티 1세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 석사 출신으로, 이후 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 커뮤니케이션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아톰릭스랩 대표로 서울 이더리움 밋업 공동 운영자, 한국이더리움 사용자그룹 운영자를 역임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국내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 서울 이더리움 밋업과 한국 이더리움 사용자 그룹을 중심으로 이더리움 커뮤니티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2018년 아톰릭스랩 설립 후 개인키를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키관리 솔루션과 이에 기반한 Dapp 지갑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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