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 선친 묘소 테러, "조상 기 끊기 위한 풍수테러"
김대중, 박정희, 노무현 등 전 대통령 묘소 테러도 잇따라 발생
정치권에 부는 '묘소' 이장 바람…"풍수보단 국민 마음 먼저 읽어야"

훼손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선친 묘소./ 팩트경제신문
훼손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선친 묘소./ 팩트경제신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그토록 싫었던 걸까. 최근 윤 전 총장의 조부(祖父) 묘역을 누군가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덤을 파헤친건데, 여기에 그치치 않고 인분과 식칼, 부적 등을 묻는 저주성 테러였다. 

이를두고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을 돕는 조상의 기를 끊어놓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최근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의 행보를 조상 묘역 테러를 통해 막겠다는 것이다.

편한 날 없는 대권주자 묘역

지난 1999년, 당시 보수 정당의 대권 주자였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조상 묘가 테러 당했다. 충남 예산 선영에 위치한 이 전 총재의 조부부터 7대조까지 총 7기의 무덤에 길이 1m가량의 쇠말뚝을 누군가 박아놓은 것이다. 

지난 2019년엔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쇠말뚝 수십개가 박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역시 풍수테러였다. 유명을 달리한 전직 대통령의 묘소도 편할 날이 없었다.

지난 1999년 당시, 이회창 전 총재의 조상 묘 테러 당시 중앙일보 지면 보도./ 중앙일보
지난 1999년 당시, 이회창 전 총재의 조상 묘 테러 당시 중앙일보 지면 보도./ 중앙일보

지난 2010년 2월 2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이 불에 탔다. 방화흔적이 발견된 다음날 총 17명으로 된 전담팀을 구성하여 수사에 들어간 경찰은 그동안 현충원 내부에 설치된 CCTV 22대와 인근 아파트단지 CCTV 2대에 저장된 영상을 분석하고 주변 기지국 10곳의 통신기록 25만건을 조회하는 등 300여일 가까이 수사를 벌였지만 아직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같은해 11월 14일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도 인분테러를 당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리무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방화범과 달리 인분 테러범이 현장에서 몇 발자국 못가 붙잡혔다는 것이다.

경찰에 체포된 인분 테러범 정모 씨(62)는 경북 경산 출신으로 사건당일 인분 즉 인분을 담은 10ℓ 짜리 통 1개와 직접 쓴 유인물 22장을 싸들고 봉하마을 테러 원정에 나섰다고 한다. 그는 노대통령 묘역에 도착하자 마자 지체없이 똥통을 치켜들고 노 전 대통령 봉분 바윗돌에 뿌렸다.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는 <팩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반대 성향을 가진 정치인의 선대 묘소를 일반인이 훼손하는 일은 효과가 없다”며 “오히려 테러를 감행한 피의자가 그 죄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임진왜란 때도 조선의 왕 묘역 테러

이 같은 일은 과거 조선시대에서도 일어났다. 임진왜란 중인 서력 1593년 1월 3일, 성종의 능인 ‘선릉’과 중종의 능, ‘정릉’이 도굴된 사건이다. 일본인에 의해 발생한 사건인데, 당시 조선 조정은 도굴 사건 이후, 일본 측에 선릉과 정릉을 도굴한 범인을 잡아서 압송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은 대마도에서 도굴범을 잡았다며 조선으로 보냈지만, 가짜임이 드러났다. 조선은 외교적 파장을 염두해 압송된 대마도민 2명을 참수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유교 가치관이 짙었던 시절, 왕릉을 파헤친 것도 모자라 시신까지 훼손한 것은 살인보다 더한 만행이었다. 풍수지리학에서는 사람의 혈관처럼 땅에도 기가 흐르는 지혈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묘지를 훼손하면 조상의 기운인 ‘음덕’이 끊긴다고 믿는다.

풍수지리가 대통령을 만든다?

반대로 대권 도전을 위해 풍수의 힘에 기대는 정치인도 많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고향 전남 신안군 무의도에 있던 선친의 묘를 경기도 용인으로 이장했다. 그로부터 2년 후 고 김 전 대통령은 제 1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최근 여권의 유력 차기 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달 26일 선친 묘소를 이장해 화제가 됐다. 다만, 이 의원은 선친의 묘소를 묘지로 사용할 수 없는 ‘밭’ 부지에 묘셔, 농지법과 장사법을 위반해 이장을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묘지가 있는 전남 영광군은 이와 관련해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하고 토지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최근 불법이란 사실을 알았다”며 ”서둘러 이장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기존 선친 묘소 부지 인근에 새로운 묘소를 마련했다. 이 외에도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이인제 전 새누리당 의원 역시 선친 묘소를 이장한 경험이 있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6일 낮 전남 영광군 법성면 고향 마을 인근에서 부모 묘소 이장을 마친 뒤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6일 낮 전남 영광군 법성면 고향 마을 인근에서 부모 묘소 이장을 마친 뒤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이장이 대권 도전에 있어 일종의 관문이 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2016년엔 당시 보수진영 잠룡으로 꼽히던 김무성 전 의원이 부친 묘소를 서울 도봉구에서 경남 함양군으로 옮겨 ‘대망론’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쇠 말뚝 테러를 당했던 이회창 전 총재도 지난 2004년, 선친의 묘를 이장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 전 총재의 선친 묘 이장이 대선을 앞두고 정계 복귀의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일각에선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보다 세풍, 병풍, 북풍 등 각종 사건과 비리에 승패 여부가 갈리는 것은 나아가 국내 정치권에 큰 악역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명당과 정치운이 선거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정서가 은연중에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팩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정치인들이 선친의 묘소를 이장해서라도 권력을 쥐려는 행동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풍수를 읽기 전에 먼저 국민의 마음을 읽는 게 정치 지도자의 정도"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