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견제론 51%, 지원론 41%
낙동강 벨트 1곳만 국힘 우세
한동훈 '원톱' 野 심판론 한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8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8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4·10 총선을 앞두고 PK(부산·경남·울산) 지역의 민심 요동에 비상이 걸렸다. 전통적으로 여당 세가 강했는데 최근 정권 심판론 바람이 심상치 않게 불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총 40석의 PK 지역 판세는 더불어민주당이 10석 이상을 기대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25석도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선 33석을 얻은 바 있다.

공수가 바뀐 이번 총선의 특징은 정권 심판론 불씨를 댕기는 변수는 많은데 정권 지원론으로 막을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PK를 찾아 시장 방문과 거리 인사를 하며 표심을 공략했는데 주요 메시지는 야당을 겨냥 "범죄자들을 심판해서 정말 여러분들의 민생을 챙길 것"이라는 말이었다.

한 위원장이 선봉장으로 나서 개인기를 이어가자, 당 안팎에선 ‘원톱 체제’ 한계론이 거론되고 있다. 한 위원장을 뒷받침할 스피커로서 유승민 전 의원과 같이 중도층의 표심을 이끌 중량감 있는 인물이 등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투톱이나 중도층 전략 없이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싸잡아 겨냥한 ‘이·조 심판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대야 투쟁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29일 발표한 3월 4주 차 조사 결과 부산·울산·경남에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지원론'은 41%로 전주 대비 4%p 하락했다.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견제론'은 전주 대비 10%p 오른 52%다.

PK 후보 지지율을 살펴보면 격전지인 '낙동강 벨트'라 불리는 곳은 10석(부산 북 갑·을, 사상, 강서, 사하 갑·을 + 경남 김해 갑·을, 양산 갑·을)을 차지한다.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우세 1곳, 민주당 우세 3곳, 접전 6곳으로 나타났다.

KBS 부산·국제신문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21~24일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무선 100%,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부산 사하갑은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후보가 50%, 국민의힘 이성권 후보가 39%로 집계돼 오차범위 밖에서 민주당 우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구갑 역시 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53%, 국민의힘 서병수 후보가 36%로 나타나면서 오차범위 밖 민주당 우세였다. 같은 조사에서 경남 양산을은 민주당 김두관 후보 49%, 국민의힘 김태호 후보 37%였다.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밖 우세를 나타내는 곳은 부산 사하을뿐이다. 부산일보·부산MBC가 KSOI 주식회사(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18~19일 부산시 사하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무선 100%, 95% 신뢰수준에 ±4.4%p) 국민의힘 조경태 후보가 52.1%, 민주당 이재성 후보가 40.1%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23년 11월 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평산책방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23년 11월 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평산책방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국민의힘은 '수도권 위기론'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상대적으로 'PK 위기론'은 체감하지 않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 사이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 함께 지지율을 높이는 공략을 했다는 분석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28일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에서 총선 출정식을 열고 “이 ‘꼬라지(꼴)’로 가다가 나라 망하겠다는 판단으로 조국혁신당에 힘을 실어주는 것 같다”며 “부산도 디비졌다(뒤집혔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부산이 자신의 고향인 점을 강조하며 "고마 치아라 마(그만 치워라)"라는 사투리를 이슈로 부각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선거운동 시작일을 전후해 본격적인 민주당 간접 지원 행보를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은 29일에는 과거 자신의 지역구였던 부산 사상에 출마한 민주당 배재정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앞서 지난 23일엔 당 색인 파란 점퍼를 입고 고향인 거제를 찾아 변광용 후보를 만났고, 24일 자신의 사저가 위치한 경남 양산갑 이재영 후보를 만나 지지 발언을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친문계 입장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조금 움직여주면 자기네들에게 당장 총선 국면뿐만 아니고 향후 본인들의 정치 입지와 관련해서도 보탬이 된다는 생각으로 등판해달라는 요구가 있었을 것 같고, 문 전 대통령도 그런 점을 감안해서 나선 게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반면 PK에서 국민의힘은 선거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할 정치인이 없다는 점이 위기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기현 전 대표 사퇴, 장제원 의원 불출마로 인해 지난해와 달리 상황이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가 유치를 자신했던 2030 부산 엑스포 실패도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의 근거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은 부산 후보들과 유엔 공원에서 합동 출정식을 열고 "부산 엑스포 유치의 꿈은 시민들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좌절됐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꿈꾸던 부산이 1년에 청년이 1만명씩 떠나며 지방 소멸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며 "이대로는 안 된다. 정치를 바꿔서 부산을 바꿔달라"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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