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미리 칼 준비해 계획적"
우발적 인정되면 5~10년 감형 가능
與, 과거 이재명 '심신미약' 변호 비판

김상욱 국민의힘 울산 남구갑 후보 /법무법인 더정성 홈페이지
김상욱 국민의힘 울산 남구갑 후보 /법무법인 더정성 홈페이지

국민의힘이 4·10 총선 국민 추천제로 울산 남구갑에 공천한 김상욱 변호사가 살인범 양형을 줄이기 위해 "우발적"이라고 변호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계획적인 정황을 알면서도 일단 우발적 범죄라고 주장해 놓고 본 행위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강조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지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여성경제신문이 입수한 울산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2021년 중공업 2차 협력업체 대표인 남성이 1차 협력업체 팀장인 남성을 찾아가 갑자기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사건에서 가해자 변호를 맡았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에 "피고인은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살해하였을 뿐"이라는 요지의 주장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판시 범죄사실과 같이 미리 회칼을 준비하여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에 징역 30년 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나온 범죄사실을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공사를 하도급받아 진행하다가, 커미션 미지급 문제로 피해자가 고의로 일감을 주지 않는 바람에 이후 약 1년간 아무런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는데 사건 당일 약속도 없이 찾아갔고 음주 상태도 아니었다. 피해자에게 회칼이 보이지 않도록 서류봉투 안에 회칼을 넣은 상태에서 다가가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서류봉투를 건네주는 척 하면서 갑자기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또한 피고인은 흉기 사용에 전혀 망설임이 없었고 피해자를 칼로 찌른 후에도 비교적 차분하고 침착하게 행동했다. 피고인은 범행 직후 경찰에서 "날씨가 흐려서 찾아갔다. 1년 동안 만나지 않다가 찾아간 것이니 만나게 되면 죽여버리겠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김상욱 국민의힘 울산 남구갑 후보 /국민의힘
김상욱 국민의힘 울산 남구갑 후보 /국민의힘

법조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계획범죄는 범죄의 고의가 최고도로 높은 상황이며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매우 불리한 정상으로 작용한다. 반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발생한 우발 범죄는 개인에게 가해지는 비난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본다. 형량 차이는 일률적이지 않으나 5~10년까지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변호사가 흉악범이더라도 변호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일단 던지기 식으로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한 행위는 국회의원 후보자로서 적절성 여부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국민 추천제는) 선택권을 국민과 같이 나누자는 취지"라며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김 변호사가 공천된 울산 남구갑은 보수정당이 16대부터 21대까지 내리 당선자를 배출한 텃밭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과거 변호사 시절 모녀 살인 조카와 동거녀 살인 성남 조직원을 변호할 때 '심신미약'을 주장했던 것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2021년 11월 대선 국면에서 전주혜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이재명 후보가 변호한 사건은 단순 데이트폭력이 아니라 흉악범죄 사건이고, 이 후보의 감경 주장은 후안무치한 변론"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흉악 살인 범죄를 변호하면서 충동 조절 능력 저하나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한 사람이 어떻게 피해자 입장을 헤아릴 수 있겠느냐"며 "이 후보에게 지도자의 자질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상욱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은 과거 아동·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다수 변호했다고 MBN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울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렴치한 사건이라 판단될 때는 가급적 선임을 하지 않았다"며 "저희가 선임해서 진행한 사건 중 성범죄 가해 사건은 극히 미미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본지는 이날 김 변호사의 살인 사건 변호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소속 법무법인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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