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공공기관 사칭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유인
고용노동부 "지원금 신청은 홈페이지 통해서만"

최근 정부지원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스미싱이 급증하고 있다. /손세일 기자
최근 정부지원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스미싱이 급증하고 있다. /손세일 기자

"귀하께서는 코로나19로 인해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하는 '22년 특별고용촉진장려금' 신청 대상자입니다."

서울시 용산구에서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정모 씨는 최근 '정부 지원 장려금 신청 안내'라는 문자를 받고 반색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금난에 시달리던 정씨였다. 해당 문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사업주에 대한 고용 장려금 지원 사업을 안내한다며 정씨에게 정부 지원 '22년 특별고용촉진장려금' 신청 대상이나 아직 미신청으로 확인됐다고 알려왔다.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지원 사업이며, 연 1.5%~3%대 내외 고정금리로 최대 2억원까지 빌려준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6일 팩트경제신문이 관련 기관에 확인한 결과, 해당 문자는 피싱 문자로 밝혀졌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 경찰청 등 관련 부처는 최근 코로나19 정부지원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스미싱 등이 증가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 신고된 보이스피싱과 스미싱의 유형을 살펴보면 '정부긴급재난지원대출 안내'를 빙자하고 '카카오뱅크', 'IBK 기업은행' 등 제도권 은행의 상호나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공기관을 사칭함으로써 이용자들이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발송한 문자메시지로 오인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선착순 지급', '예산 조기 소진 예정' 등 자극적인 표현으로 코로나19 여파로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소상공인, 영세사업자의 불안한 심리를 악용하는 유형도 있다. 정씨 또한 "'선착순 지급'이라는 문구 탓에 서두르다 사기를 당할 뻔 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고용노동부는 정부를 사칭한 피싱 사례가 많아짐에 따라 고용보험 홈페이지에 관련 안내문을 게시했다. /고용보험 홈페이지 캡처
고용노동부는 정부를 사칭한 피싱 사례가 많아짐에 따라 고용보험 홈페이지에 관련 안내문을 게시했다. /고용보험 홈페이지 캡처

특히 앞선 사례처럼 실제 정부 사업과 똑같은 이름으로 사칭하는 경우가 있어 사람들이 더욱 쉽게 속을 수 있다는 염려도 제기된다.

'특별고용촉진장려금' 사업을 담당한 고용노동부 코로나19대응 고용회복지원반 백경남 사무관은 팩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정부 지원 사업과 완전히 똑같은 이름으로 문자를 보내니 더욱 문제"라고 말했다.

백 사무관은 "고용노동부는 지원금 신청을 위해 문자 메시지로 신분증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지원금 신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피싱 문자에 기재된 상담 번호로 전화를 하면, 정부지원대출을 받기 위해선 기존 대출이 우선 상환돼야 한다는 명목 등으로 계좌이체를 요구하거나,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만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이면서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한 후 공인인증서·OTP(일회용 비밀번호) 등 금융정보를 알아내어 자금을 편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자에 안내된 번호로 연결하는 순간 피싱범들의 표적이 되고, '080 수신 거부' 번호를 누르면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져 주의가 요구된다. 직장인 이 모씨는 "수신 거부인 줄 알고 전화했더니 그 후로 피싱 문자가 더 많이 온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도 보이스피싱 범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청이 발표한 '치안전망 2022' 자료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스미싱 등 사이버금융범죄는 2020년엔 전년 대비 92.1% 증가한 2만 248건이 발생했고, 2021년에도 9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0.3%가 증가한 1만 9026건이 발생했다.

※보이스피싱 또는 스미싱 사기로 의심될 경우에는 지체없이 ☎112(경찰청), ☎1332(금융감독원), ☎118(불법스팸신고센터), 해당 금융회사로 신고하면 피해상담 및 지급정지, 환급 등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용어 해설: 보이스피싱

전화로 신용카드 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이를 범죄에 이용하는 전화금융사기 수법

※ 용어 해설: 스미싱

SMS와 피싱(Phishing)의 합성어로,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주입시켜 개인 정보를 빼내거나 다른 휴대 전화로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새로운 해킹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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