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정책 정립할 가이드라인인데
5개월된 회사 1억원대 수의계약 이례적
이한경 대표이사, 탈원전 운동 핵심인사
한수원 반대 의견에도 묵살하면서 강행

지난 7일 한정애 환경부 장관(가운데)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부터),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한정애 환경부 장관(가운데)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부터),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탈원전 성향 단체에 수의계약 형식으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연구 용역을 맡긴 것이 원자력 발전을 제외시킨 가이드라인을 낳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연합(EU)은 지속가능한 금융의 기준이 될 녹색분류체계(Taxonomy)에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기후 친화적인 '녹색'으로 분류할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한국수력원자력 등 전문기관의 의견이 묵살되고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해)식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3일 팩트경제신문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정보와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1억2800만원 규모 K택소노미 개념 정립 연구용역을 탈원전 성향의 단체인 에코앤파트너스이도씨(에코앤파트너스)에 몰아줬다.

연구용역 기간은 2020년 5월부터 2021년 10월까지로 에코앤파트너스가 같은해 1월 설립된 신생 법인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우대였다. 환경부는 "2년 간 사회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됐다"고 주장했지만 에코앤파트너스가 해당 계약 체결 이전부터 원자력을 포함하지 않은 초안을 구상했던 것으로 전해지며 '미리 짜고 친 고스톱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EU 등 현지 분위기 전혀 고려 않고
한수원이 제출한 의견서까지 묵살

연구용역이 진행되는 중이던 올해 3월엔 EU 공동연구센터(JRC)가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는 결정이 있었고, 한수원도 원자력을 K택소노미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미리 정한 결론을 고수한 셈이다.

본지가 한수원에 확인한 결과 원자력 발전을 '전주기(全週期) 탄소 배출이 매우 적은 초저탄소 전원'으로 규정한 의견서가 정부에 제출된 시점은 에코앤파트너스의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던 올해 9월 10일이었다. 환경부 발표는 이를 묵살하고 12월 30일 이뤄졌다.

한수원 보고서는 전력 1kWh(킬로와트시)를 생산할 때 태양광은 이산화탄소를 27~48g(그램) 배출하는 반면 원전은 12g으로 풍력(11~12g)과 함께 가장 적은 수준이기 때문에 원전으로 만든 전기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봐야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부가 그럼에도 이를 묵살하고 편파적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환경단체의 시선도 곱지 않다. 원전은 빼면서도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방출하는 화석연료인 LNG발전을 포함한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시민단체 기후솔루션은 "LNG발전은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과정을 고려하면 석탄발전의 70% 수준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에코앤파트너스이도씨 임대웅 대표파트너(왼쪽)와 이한경 대표이사. /회사 홈페이지
에코앤파트너스이도씨 임대웅 대표파트너(왼쪽)와 이한경 대표이사. /회사 홈페이지

탈원전 인사에 가이드라인 맡기고도
발뺌하는 환경부 "고려하지 않았다"
원자력계 "섣부른 대못박기 부작용"

가이드라인을 만든 컨설팅사의 탈원전 성향도 논란거리다. 단체를 이끄는 이한경 대표(CEO)는 2017년 서울시 원전 하나줄이기 실행위원(3기)을 역임한 대표적 반핵(反核) 인사다. 2020년 1월 에코앤파트너스가 설립되기 전인 2018년 4월엔 문재인 정부 제8기 녹생성장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인구 밀집도나 지형적 환경이 태양광·풍력 발전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한국은 신재생 에너지에만 얽매여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정립한 이 대표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고도화 연구 용역이 유찰되면서 수의계약 형식으로 이뤄졌다"면서 "탈원전 성향의 단체인 점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원자력을 탄소제로(carbon free)를 달성할 에너지로 볼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선 것이다. 현재 에코앤파트너스는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정부가 K택소노미에 원자력을 뺀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이 덜한 것과 무관하게 다른 방식으로 환경을 파괴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EU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사업은 계획과 조달된 자금이 있고,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곳이 있으면 환경·기후 친화적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EU 집행위원회가 이달 중순 초안을 확정하면 녹색분류체계에서 원자력을 뺀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게 된다. 즉 정부가 누가 하라는 것도 아닌데 탈원전 단체에 연구 일감 몰아주면서 섣부른 대못박기를 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윤석열 캠프 정책본부 원자력정책분과위원장 주한규 서울대 핵공학과 교수는 "EU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기다렸다가 발표해도 되는 것을 환경부가 성급하게 추진한 측면이 컸다"며 "지금 당장이라도 규정을 고치지 않으면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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