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일대 남은 ‘마지막 황금지대’ 대장동···국민의힘? 이재명?
추석 민심 “대장동·고발 사주 모든 의혹 밝혀야···절대 예외 없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특혜 의혹 사건은 그 결과에 따라 대세론을 타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국민의힘 전·현직 정치인들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이재명 지사측은 화천대유 의혹을 ‘국민의힘 게이트’로 주장하는고 있다. 반면, 시행사 선정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 등이 불거지며 이 지사 측도 해당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사진은 이 지사의 모습. /연합뉴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특혜 의혹 사건은 그 결과에 따라 대세론을 타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국민의힘 전·현직 정치인들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이재명 지사측은 화천대유 의혹을 ‘국민의힘 게이트’로 주장하는고 있다. 반면, 시행사 선정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 등이 불거지며 이 지사 측도 해당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사진은 이 지사의 모습. /연합뉴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터져 나온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특혜 의혹 사건은 그 결과에 따라 대세론을 타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입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96만㎡(29만평)는 판교 신도시 개발이 마무리된 후 성남 일대에 남은 ‘마지막 황금지대’였습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일찍부터 이 지역에 군침을 흘리고 있었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영개발을 확정하여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민간사업자들의 이권 탐욕은 집요하고 전방위적이었습니다. 지난 2009년 민간사업자들은 LH가 추진하던 공영개발을 아랑곳하지 않고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신영수 전 의원의 동생과 LH출신 인사들에게 수억대 뇌물을 주며 ‘공영개발 포기’ 로비를 했고, 신영수 전 의원은 2009년말 국감에서 LH 사장에게 공영개발 포기를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2010년 6월 LH는 공영개발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민간사업자들의 엄청난 로비가 진행중인 사업마저 막아섰던 것입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전·현직 정치인들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원유철 전 국민의힘 의원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월 900여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었고,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아들이 화천대유에 직원으로 7년동안 근무하다 올해 퇴사했습니다. 이재명 지사측은 이를 근거로 화천대유 의혹을 ‘국민의힘 게이트’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형제나 자식 등 혈연으로 맺어진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을 규모가 작은 부동산개발시행사 등에 오랫동안 근무시키는 것이 ‘숨겨둔 지분’을 관리하는 정치권의 오래된 수법 중 하나였다. 이번 사건도 전면에 드러나지 않은 여야의 거물급 인사들의 차명지분이나 명의신탁 등을 자세하게 조사해봐야 한다. 수천억원의 이익이 걸린 부동산개발사업에는 정치인이나 사회특권층, 사채업자 등의 큰손들이 걸려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도 이런 의혹들을 규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민간업자들이 LH를 무력화시키고 ‘찜’을 했던 대장동 개발사업은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하면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이 지사는 민간업자들이 수천억원의 이익을 확보할 기회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성남시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공영개발로 사업방향을 틀어버린 것입니다. 이 지사는 ‘불로소득 개발이익 공공환수’ 신념에 따라 대장동 개발이익중 5503억원 상당을 성남시에 환수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사의 개발이익 환수가 고스란히 성남시민들에게로 돌아가고 그 외에 어떤 특혜 의혹도 발생하지 않았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지역언론의 폭로로 화천대유 특혜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2가지 핵심 쟁점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먼저 시행사 선정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는 회사 설립 일주일만에 개발공모에 응해 곧바로 시행사로 선정됐습니다. 당시 화천대유 설립자는 경제지 기자 A씨였는데 그는 대장동 사업공고 7개월전 이재명 지사와 인터뷰를 했던 인연도 있습니다. 이 지사와 생면부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이 지사와 사업 공고 전 독대하며 인터뷰를 진행한 ‘구면’이라면 이야기가 사뭇 달라집니다. 야당에서도 이를 근거로 이 지사가 자신과 일면식이 ‘있는’ 사업자에게 성남의 최대 이권사업권을 넘겨주었다면 그 이면을 반드시 파헤쳐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A씨가 골프 홀인원을 했을 때 같이 찍은 사진에 이 지사와 법조계 ‘동기’인 모 인사도 동행했던 의혹도 있습니다. 이 지사의 절친으로 알려진 그 인사가 A씨와 이 지사의 ‘다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나옵니다. 

경제지 기자 A씨는 모대학 동양철학과를 졸업했는데 평소 주역과 사주 등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 지사도 대권주자라면 으레 그렇듯 ‘운수’에 관심이 많아 유명한 역술가들과 만남을 가졌다는 이야기가 회자됩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인연으로 수천억원의 이권이 걸린 개발 시행사 자격을 덜컥 준다는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A씨가 다녔던 경제지의 고위인사 B씨는 필자와의 통화에서 “A씨는 회사에서 별동대처럼 움직여서 직원들 대다수가 잘 모른다. 1년에 회사에 몇 번 올까말까 했던 사람이다. 초기에 법조팀을 세팅한 사람이라 회사에서 그 기여도를 인정해 출근을 잘 안 해도 인정해주는 분위기였다. S대 동양철학과를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수원의 땅부잣집 아들이라 회사에 다니면서도 개인 사업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 지사와 친분이 있는지는 우리도 정보가 없는데 다들 궁금해 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A씨가 회사 설립 일주일만에 대장동 개발사업 ‘자격’을 획득했을 때 그 최종결정권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었습니다. 이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명쾌하게 밝혀진다면 이 지사도 화천대유 특혜 의혹의 절반 정도는 해소한 셈이 됩니다.  

다른 한 가지는 개발이익이 누구의 손으로 들어갔느냐 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이번 사태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핵심 열쇠입니다. 이 지사는 2015년 대장동을 ‘공영개발’로 추진키로 결정하고, 이를 위해 민관합동특수목적법인인 ‘성남의뜰’을 설립했습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은행, 보험사 등이 46억 5000만원을 출자했고, 나머지 3억 5000만원 가운데 화천대유와 SK증권이 각각 5000만원과 3억원을 출자했습니다. 이 중에서 화천대유와 SK증권이 예상보다 많은 배당을 받게 되면서 이번 의혹 사건이 제기됐습니다. 1% 지분을 가진 화천대유와 6% 지분을 가진 SK증권이 지금까지 배당받은 금액은 각각 577억 원과 3463억 원입니다. 화천대유 입장에서 보면 5000만원을 넣어 577억원을 쓸어 담은 셈입니다. 

SK증권 지분은 화천대유 지분 100%를 보유한 경제지 기자 A씨가 모집한 개인투자자 6명으로 구성된 특정금전신탁(고객이 직접 자산운용 방법을 지정하는 신탁상품)으로 구성됐습니다. 이들 개인투자자들 중 일부가 화천대유 설립자 A씨와 친인척 관계이거나 연결고리가 있는 지인이라는 의혹이 나오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이 공영개발로 진행됐지만 실제로는 민간업자 소수가 수천억원의 이익금을 챙겼다는 게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의혹입니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거론되는 인물들은 모두 ‘바지사장’일 가능성이 있고 차명지분의 특정 ‘전주’에게 배당금이 흘러들어갔을 수도 있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사측은 개발이익금이 누구의 손으로 들어갔는지 관심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성남시가 챙길 것만 확실히 챙겼기 때문에 그 외의 일은 알 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이재명 지사가 수천억원의 이익이 돌아가는 민간사업자에게 관심을 전혀 가지지 않았다는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입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을 지낸 H씨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성남시도 제1공단 공원화 사업 등으로 550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이익을 확보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만 (민간이 가져가는 것도) 적정한 수준이 돼야 한다. 요즘 나온 얘기를 보면 시행사랑 밑에 딸린 회사가 수의계약으로 수익을 엄청 냈는데 다 가져갔다고 나오더라. 그렇게 이익을 많이 가져갔다는 것은 땅을 엄청나게 싸게 줬다는 거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화천대유 특혜 의혹 사건은 추석 밥상머리 민심의 최대 핫이슈였습니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지사를 직격하는 이슈인 데다 여론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동산 일확천금 의혹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습니다. 이 지사는 후보직 사퇴, 검찰 고발, 국민의힘 게이트 주장 등 자신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정치적, 법적 대응을 추석 연휴 사이 쏟아내며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한 ‘나는 1원도 받지 않았다’며 당당하게 해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사가 주체로 진행했던 개발사업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수천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면 그 또한 공정한 사업추진의 무한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한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7~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해 20일 발표한 결과 이재명 지사는 전주 대비 4.2%p 하락한 23.6%를 기록하며 2위로 밀려났습니다(윤석열 28.8% 1위,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화천대유 의혹이 이 지사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고, 이 문제가 호남 경선의 중대한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추석 민심도 “대장동이든 고발 사주든 특검을 해서라도 모든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유력한 대권주자라도 절대로 예외는 없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성기노 전 일요신문 정치부장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고 창원고와 한양대, 런던대 골드스미스칼리지 석사(언론학)를 마치고 일요신문과 에너지경제 등에서 주로 정치 분야를 취재했다. 모 정치인의 언론특보로도 활동하며 정치현장도 경험한 바 있다. 2016년 인터넷신문 피처링(www.featuring.co.kr)을 창간해서 대표를 맡고 있고 플러스정치전략연구소 소장으로 정치평론 활동도 하고 있다. 정치개혁과 시민주권정치에 관심이 많다. 이메일 주소는 newser@naver.c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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