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대법원 판례로 타투이스트를 범법자로
한국 전세계서 유일한 타투 시술 불법 규정 국가
"비의료인 타투 시술 불법" vs "합법해야 안전해져"

판사는 그날의 날씨가 아닌 '시대의 기후'를 고려해야 한다. 사법제도는 변화를 주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시대 흐름을 읽어낼 줄은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긴즈버그

법은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야 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려버린' 법은 사회와의 조화를 깨트린다. <팩트경제신문>은 재창간 기획 특집으로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법령의 문제들을 살펴보고 나아가 지지부진한 국회의 입법 개정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제는, 시대가 법을 바꿀 차례다. [편집자주] 

타투가 의료 행위냐 아니냐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과거 '불량스러운 것'이라는 편견을 받던 타투는 최근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거나 결점을 감추려는 용도로 다양한 연령층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1992년 '타투시술은 의료행위'라고 판결한 대법원의 판례는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1300만 타투인을 시술한 타투이스트들을 불법의 굴레에 가뒀다.

'의료법 제27조'에 묶인 타투이스트들은 실제 징역형을 살거나 합의금 마련 등의 어려움으로 고통받다 세상을 등지기도 했다.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연대해 타투법제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타투의 '일반 작업화'는 여전히 매듭 지어지지 못한채 21대 국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타투는 미용·상처치유·개성·액세서리  

2018년 문신염료 제조사 더스탠다드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타투 시술 이용자는 300만명, 반영구화장 이요자는 1000만명으로 총 1300만명 이상이 타투를 한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인구 4명 중 1명이 타투를 한 셈이다. / 타투이스트 도준 인스타그램
2018년 문신염료 제조사 더스탠다드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타투 시술 이용자는 300만명, 반영구화장 이요자는 1000만명으로 총 1300만명 이상이 타투를 한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인구 4명 중 1명이 타투를 한 셈이다. / 타투이스트 도준 인스타그램

어린시절 학대를 받으며 성장했지만 엄마를 용서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가슴에 타투를 새긴 A씨.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죄스러움에 사무쳐 밤잠을 이루지 못하던 중 카네이션 그림을 새겨 넣고 잠을 잘 수 있게 됐다던 B씨. 태어난지 1년쯤 할머니집 거실에서 뜨거운 물을 뒤집고 팔에 생긴 화상으로 성인이 될 때까지 여름에도 긴팔을 입었다던 C씨. 

이들은 몸에 생긴 수술자국이나 화상 흉터 등을 예쁜 그림이나 사연이 담긴 그림을 넣어 타투로 가렸다. 불의의 사고로 생긴 흉터나 상처만 가리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상처까지도 타투가 덮었다. 

C씨는 "불편한 시선을 받으며 살다보면 원망할 대상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타투를 하고 난 뒤, 당당하게 민소매 옷도 입을 수 있게 됐고 위축된 채 살던 이전의 삶과는 다른 인생을 살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거나 기념할 일을 매일 기억하기 위해 타투를 하는 이들도 늘었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근무하는 D씨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자신의 반려동물 '모모'를 기억하기 위해 모모의 얼굴을 몸에 새겼다. 그는 "가족을 잃었다는 생각에 많이 힘들었는데, 타투를 새겨 넣고 생각날 때 마다 본다"며 "매일 같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 이제는 덜 힘들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타투 시술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미용 타투다. 특별한 의미는 없어도 액세서리처럼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문구나 이니셜, 그림을 팔목이나 발목, 손가락 등에 새겨 넣는다. 또 눈썹이나 아이라인 등 반영구화장 시술도 광범위한 타투에 포함돼 젊은 여성은 물론 중년 남성까지 시술을 받고 있다. 타투의 대중화가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음을 보여준다. 

국민 4명 중 1명 타투 시술 받아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가 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한 정책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타투 시술자는 8784명, 반영구화장 시술자는 1만 8598명이다. 

이보다 앞선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개최한 문신용 염료 안전관리방안 포럼에서 문신염료 제조사 더스탠다드가 발표한 조사에서는 국내 타투 시술 이용자가 300만명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도 나왔다. 더스탠다드는 미용 목적으로 눈썹과 입술에 하는 반영구 화장 이용자 1000만명까지 더하면 우리나라 인구 4명 중 1명이 타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한국타투협회는 지난해 타투 시장 규모를 1조 2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최근 타투의 대중화로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타투 시장 규모는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법은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1992년 판례가 타투시술을 불법으로

1992년 5월 대법원은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규정했다. 이후 국내 타투이스트들은 의료인 면허 없이 타투 시술을 할 경우 불법 행위로 간주됐다.
1992년 5월 대법원은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규정했다. 이후 국내 타투이스트들은 의료인 면허 없이 타투 시술을 할 경우 불법 행위로 간주됐다.

1992년 5월 대법원은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이 범주에 타투 시술을 포함했다. 작업자의 실수로 진피에 색소가 주입될 가능성도 있고, 바늘의 재사용 등 안전관리 미흡으로 질병 전염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국내 타투이스트들은 의료인 면허 없이 타투 시술을 할 경우 불법 행위로 간주됐다.

이에 타투이스트들은 타투 시술을 직업으로 택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을 법률로 정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 받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모두 기각 또는 각하됐다. 타투 시술 행위가 피시술자의 생명과 신체 또는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이유 등이었다. 

비의료인의 타투시술을 불법으로 봤던 일본의 판례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열린 형사재판에서 '고객에게 문신을 새기는 행위는 의료행위가 아니다'라고 판결하며 바뀌게 됐다. 이에 한국은 타투시술을 유일하게 불법으로 규정한 나라가 됐다. 

타투유니온 김도윤 지회장은 타투는 의료행위가 아니라 예술행위라고 주장하며 타투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 지회장은 자신의 동료들이 피해를 입고 죽음에 이르는 것을 보고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계는 완고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학 전문성이 없는 타투이스트가 피부에 화학 약품을 주입하고 바늘로 찌르는 시술을 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입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해 12월 성명을 내어 "문신은 피부의 표지와 진피에 색소를 넣는 침습적 의료행위"라며 "의료법상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의 문신 시술은 명백한 불법임에도 최근 더욱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타투업계는 오히려 타투의 합법화가 시술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타투 시술을 불법화하면 타투 시술자의 자격과 업소의 위생 관리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관리 감독을 할 수 없는 만큼 시술을 받는 이들의 안전이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타투는 트렌트, 합법화 찬성 인식 높아져

정의당 류호정 의원(뒷모습)이 16일 국회에서 타투인들과 함께 타투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류 의원은 유명 타투이스트 밤이 그린 타투스티커를 등에 붙인 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연합뉴스
정의당 류호정 의원(뒷모습)이 16일 국회에서 타투인들과 함께 타투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류 의원은 유명 타투이스트 밤이 그린 타투스티커를 등에 붙인 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연합뉴스

지난 16일 타투업법 제정과 관련해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기자회견으로 타투 합법화에 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국회의원이 등이 훤히 보이는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퍼포먼스를 하는 것에 대해 일종의 반발도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타투이스트와 소비자 고객들을 보호할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국민 절반이 타투업법 제정안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년 1002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가 타투업 법안에 찬성한다고 답헀다. 반대 의견을 보인 응답자는 40%였고, 무응답은 9%였다. 특히 20대에서 81%가 찬성했고, 30대는 64%, 40대에서는 60%가 찬성 의견을 보였다. 다만 60대 이상에서는 59%가 반대 의견을 보였다. 

이전부터 2030세대 젊은층에서는 타투 합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2017년 두잇서베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몸 전체에 두른 문신에는 부정적인 의견을(72.1%)를 보였지만, 몸 일부에 새겨진 타투에는 71.4%, 반영구 문신 86.4%의 긍정 반응을 보였다. 타투 합법화에 관한 의견에도 찬성 65%, 반대 15.7%로 조사됐다.

실제 타투업계에서도 인식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고 한다. 도준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유명 타투이스트 김유승씨는 타투 시술을 받기 위해 오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다양해졌다고 설명한다. 김씨는 "과거에는 타투가 음지의 분들만 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면, 이제는 점차 20대 젊은 여성에서 남성으로, 부모와 함께 시술을 받으러도 올 수 있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투 법제회 21대 국회에서는 이루나

타투 시술 양성화를 위해 지난 17대 국회부터 관련법들이 발의돼 왔다. 하지만 지금껏 의료계의 반대로 단 한 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타투업 관련 법안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 류호정 정의당 의원 법안까지 모두 3건이다. 세 법안들은 타투의 면허, 지도, 감독 등의 내용이 담겼다. 

최근 법안을 발의한 류 의원은 "타투는 그 사람의 '외모'"라고 강조했다. 이어 "헤어와 메이크업, 패션, 피트니스와 본질적으로 같다"며 "보여주고 싶은 욕구는 사사로운 멋부림이 아니라 우리 헌법이 표현의 자유로 보호해야 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라고 강조했다. 

류 의원은 "타투업법안은 시민의 타투할 자유를 보호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며, 타투이스트의 노동권을 인정하는 법안"이라며 "1300만 타투인과 24만 아티스트를 불법과 음성의 영역에서 구출하는 것은 국회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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