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
공천권 남발→지지율 추락
공천 후보들 도토리 키재기
미세한 변수 당락 결정할 것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29일 앞으로 다가왔다. 총선과 지방선거는 사실 정책보다 인물이 우선한다. 그렇기에 특정 정당이 판세가 유리하다고 해서 선거 결과가 승리로 귀결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을 공천했느냐에 따라서 각 지역의 판세가 바뀌기 때문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왼쪽),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왼쪽),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연합뉴스

좋은 인재, 당선 가능성이 높은 자를 공천했다면 판세가 뒤바뀌지 않고 원래 유리했던 운(運) 그대로 흘러간다. 그런데 당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자신과 이해관계 있는 자를 공천하면 이길 선거도 진다. 운이 좋다고 해서 감도 안 되는 인물들을 공천하면 민심은 곧바로 응징한다. 자만하면 안 되는 이유다.

이기는 공천은 상대와 대결에서 승리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우선하는 것이다. 아무리 현역의원 또는 경력이 화려해도 자신의 천적인 인물을 만나면 당선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의 세상도 자연의 세계와 똑같다. 사람도 동물의 세계처럼 '천적이 되는 관상(觀相)'이 있다. 아무리 세도가라 하더라도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권투 경기할 때 이런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1라운드 들어가기 전에 심판이 두 선수를 링 가운데 세우고 규칙을 설명한다. 그때 두 선수는 한 뼘도 안 되는 공간을 두고 눈싸움을 벌인다. 그 짧은 순간에 이미 승부가 판가름 나는 경우가 흔하다. 코앞의 거리에서 두 선수가 서로 눈을 응시하는 순간, 어느 한쪽이 기세에서 밀리면 그 경기는 이기기 어렵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상대 후보가 유독 강할 때 그 후보의 '천적 관상'을 지닌 자를 전략 공천하면 의외로 선전할 수 있다. 판세를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승리도 가능해진다. 누구도 상대하기 버거운 자라면 설령 신인이라도 좋으니 천적 관상을 지닌 자를 내보내는 게 지혜로운 선택이다.

선거는 게임이나 스포츠 경기보다 변수가 더 심하게 작용한다. 반응도 민감하다. 누가 상대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당락이 뒤바뀌는 경우가 많다. 결국 큰 변수는 사람이 만든다. 인기가 지나치게 높은 상대가 아니라면 정책이나 당 지지율은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

당 지지율이 아무리 높았더라도 잘못된 공천은 총선 결과를 반대로 뒤집어 버린다. 사심이 가득한 인간의 개입은 즉 인사(人事) 사고다. 선거에서 인사는 곧 공천이다. 이길 수 없는 사람, 납득할 수 없는 사람에게 공천을 주는 행위는 심판을 받는다.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예외 없이 적용되는 법칙이다.

그런데 흔히 비대위원장, 공관위원장, 비대위원, 당대표 등 공천에 개입할 권한이 있는 인물들이 공심이 아닌 사심으로 선거를 망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당 지지율과 관계없이 공천을 받는 사람은 별개의 관운이 작용한다. 관운이 약한 자는 당선이 극히 어렵다. 또한 천적의 위치가 아닌 피식자의 위치에 서게 될 사람을 공천하면 아무리 인지도가 높아도 떨어진다.

이런 사실을 무시한 채 공천권을 남발하면 높았던 지지율도 추락한다. 그래서 정치 판세와 선거는 항상 유동적이다. 마지막까지 장담할 수 없는 게 선거다. 훌륭한 사람을 공천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고, 인사를 잘 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 인사가 만사다. 공천이 잘못되면 지지율은 떨어지고, 민심은 돌아서고, 판세까지 뒤집어진다. 결국 공천권 행사자 또는 심사에 가담한 비대위원, 공관위원은 선거 결과가 안 좋으면 여야 모두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

흔히 필자에게 '국민의힘이 총선에 유리한지, 민주당이 유리한지'를 미리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 질문에 대답했더라도 전제가 있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둘 다 궤도에서 크게 벗어난 공천이 아닌 무난한 공천을 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즉,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보다 공천을 잘못하면 불리해지는 것이고, 반대로 민주당이 훌륭한 사람을 공천하면 유리해지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공천을 받은 후보들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 미세한 차이로 당락이 바뀔 것이다.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민주당 공천을 받은 후보들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 미세한 차이로 당락이 바뀔 것이다. /연합뉴스

지금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 공천받은 후보들을 보면 사실 도토리 키재기처럼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들 역량을 보면 당만 다르지 거의 똑같다. 차별성이 없는 인물들끼리 경쟁하는 형국이다. 이런 판세에서는 작은 실수, 미세한 변수가 승부를 가른다.

확실한 것은 국민의힘에 매우 유리했던 판세가 뒤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목(眼目)도 없고 사심 가득한 일부 인사들이 개입해 이번 총선을 망치고 있다. 비대위원 중 핵심 인사는 권한을 남용하고 사심을 채운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민주당은 어차피 처음부터 친명 구도로 짤 공천이라고 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큰 악재는 아니다. 아무리 비명횡사 공천이라고 탈락자들이 떠들고 언론에 대서특필해도 내상은 크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완전히 다르게 적용될 것이다. 일부의 공천 실패, 당직자와 후보들의 작은 실수에도 대형 참사로 연결될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상황이 심각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그 점을 비대위원장과 공관위원장, 비대위원들만 모르고 있다. 18일 발표된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도 자격이 미달한 인사들이 주축이라고 뒷말이 무성하다.

'한동훈 효과'는 누릴 만큼 누린 상태다. 선거기간 동안 한동훈의 영향력과 효과는 예전처럼 크게 발휘되기 어려울 것이다. 순간순간 발현되는 순발력으로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 힘들다. 연예인이라면 그 순발력으로 돈도 벌고 잠깐이라도 인기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은 멀리 보는 통찰력이 있어야 큰 판에서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국민의힘 공천은 한동훈의 큰 인기와 기대 속에 시작했으나 당원이나 국민이 생각한 것만큼 임팩트가 강하지 않았고 큰 감동도 주지 못했다. 더욱이 그 와중에 여러 엇박자와 불협화음이 발생해 당과 정부의 지지율이 추락했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미세한 차이로 당락이 뒤바뀔 지역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공천은 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압도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큰 잡음이 발생했지만 민주당 국회의원 숫자에서 볼 수 있듯이 조직을 폭넓게 장악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국회의원 수만큼이나 뿌리 깊고 넓게 확장된 세력과 열성 지지자를 무시할 수 없다.

인사, 즉 공천을 잘못하면 유리한 선거도 뒤집어진다. 되도 않는 사람을 공천하면 이길 선거도 지는 것이 당연하다. 공천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곳에서도 적용되는 자연의 법칙이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지 못하면 항상 문제가 생긴다. 뭐든 사람이 가장 큰 문제다. 해답도 사람이 준다. 사람 보는 안목이 그래서 중요하다.

백재권 글로벌사이버대 특임교수

어렸을 때부터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명상과 기(氣) 수련에 매진했다. 대구한의대학교 풍수지리학 석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학 박사를 수료했다. 중앙일보에 2년간 《백재권의 관상·풍수》를 연재했고,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백재권의 관상과 지혜》를 92회 연재했다. 2018년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신문사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요청으로 김정은의 관상에 대해 인터뷰했다. KBS, SBS, 채널A, MBN, 동아일보,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 다수 언론과 신문에 관상·풍수 전문가로서 출연 및 기고했다. 저서로는 <동물관상으로 사람의 운명을 본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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