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오른 '장중사 사건' 이어 공군 19비·육군서도 '성폭력' 고발돼
'軍 인권담당관' 19대 국회서부터 논의됐지만 여전히 '감감 무소식'

최근 공군 내에서 후임 하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가해 결국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일명 '장중사 사건'의 여파로 군 인권담당관을 설치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나 국방부가 관련 법안에 '일부 비동의 의견'을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국방부 인권담당관이 앞선 4월 20일 의원실에 방문해 대표발의한 '군 인권보호관 설치법'(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일부 비동의 의견을 제출했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조 의원은 국방부가 개정안 내용 가운데 △군 수사·재판 중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동시조사 △군 내 사망사건 발생 즉시 위원회 통보 △사망사건 조사·수사 시 군인권보호관 입회 등 세 가지 조항에 대해 비동의 의사를 밝혔다며 "군 인권보호관 설치에 대한 국방부에 미진한 태도에 아쉬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의원실 관계자 역시 당시 국방부에 '해당 의견은 본 법안의 입법 취지를 훼손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팩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날 의원실을 방문한 사실을 시인하고 "국방부에서 조 의원 안(案)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대체적으로 동의한다"며 "(개정안 관련) 세밀한 조정을 위해 국방부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간 자리"라고 해명했다.

당시 국방부에서 전달한 의견서를 살펴보면 먼저 이들은 인권위 동시조사와 관련, "수사·재판 중인 사항에 대해 비사법적 조사기관의 조사를 허용하는 건 수사기관의 공신력 및 법원 판단의 신뢰와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수정 동의' 의견을 전했다.

개정안은 군인권침해 사건 관련 진정이 발생했을 경우 군인권보호위원회(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한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있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해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국방부 장관과 협의 후' 위원회 의결을 거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수정안을 의원실에 제안했다. 

즉, 위원회가 동시조사를 하기 위해선 '국방부 장관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전제조항을 단 셈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금도 군에서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외부나 민간에서 조사 등을 하지 못하게 돼 있다"며 "그런 원칙적인 부분을 (의원실에)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내 사망사건(자연사 제외) 발생 즉시 위원회 통보와 사망사건 조사·수사 시 군인권보호관 입회 등에 대해서는 "인권침해와 관련 없이, 자연사가 아닌 모든 유형의 사망 사건에 대해 통보의무를 규정하는 건 국방부의 사망 사건 처리 업무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해당 조항에 대해 '삭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 사망 사건의 사인이 자연사인지를 판단하는 주체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명확성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 軍 비판하는 사회적 목소리 커져가자
  국방부 "조승래案 재검토 분위기 형성"

'장중사 사건' 이후 군내에서 벌어진 또 다른 성폭력 범죄가 세간에 알려지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제19전투비행단(19비)에서 불법촬영 사건이 발생했고, 수사 과정 중에서 군 수사기관이 오히려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에 따르면 해당 사건의 수사를 맡은 19비 수사계장은 피해자 조사 시 그들에게 '(가해자가) 많이 좋아해서 그랬나 보지, 호의였겠지'라는 성희롱성 발언과 가해자를 지칭하며 '걔도 불쌍한 애야'라고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센터는 "이 사건 추가제보를 통해 우리는 군에서 왜 성폭력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며 "부대 구성원 모두가 한 뜻으로 가해자를 걱정하고, 옹호하는 일에 전념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 바로 군에 오래도록 자리한 가해자 중심의 문법을 해체할 때"라고 촉구했다.

최근에는 육군 내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벌어져 현재 군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비단 공군 뿐만 아니라 군 조직 전체를 돌아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군 안에서 벌어진 성폭력이나 가혹행위가 은폐되는 이유로는 상명하복식 조직 문화와 폐쇄적 환경 등이 거론된다. 특히 성폭력 문제의 경우 성별 불균형으로 인해 피해자의 신원이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문제도 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 간사는 <팩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군대'라는 조직 특성 때문에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호소하기 어렵다"며 "우선 여군의 수가 (남성에 비해) 적어 신고를 했을 경우 (신분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방 간사에 따르면 여군들에게 군대란 '직업적' 성격을 띤다. 따라서 군내 성폭력이 이들에게는 일종의 '직장 내 괴롭힘', '직장 내 성폭력'이라는 것이다. 

직장인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을 때 자신의 신원이 노출되거나 그로 인해 인사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해 신고를 주저하는 것처럼, 여군들 역시 이러한 이유로 신고를 머뭇거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설령 신고를 할지라도 접수 후 군의 사후 대처가 미비해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학습하게 된 까닭도 있다고 부언했다.

군 내부에서 성폭력, 가혹행위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폐쇄적인 성격 탓에 조직적으로 은폐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는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군부대 내에서 부대원 한 명을 대상으로 집단 구타를 벌이고, 이에 대한 증거 인멸을 시도한 '윤일병 사망 사건'이다.

이에 당시 19대 국회에서 여야는 합의를 통해 인권위에 군 인권보호관을 설치하기로 결정했지만 21대 국회에 접어든 현재까지 '감감 무소식'인 상태다.

20대 국회 임기 중인 지난 2016년에는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는 지난해 11월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국회군인권보호관법안'이, 같은해 12월에는 조 의원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논의되지 못한 채 계류 상태에 머물고 있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 군의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조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대해 재검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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