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3조원 vs 알리 1조5000억원
물류 투자·파격 할인 앞세워 경쟁
국내 소매시장 위협 우려도 커져
‘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고, 보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유통가 뒷얘기와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비재와 관련된 정보를 쉽고 재밌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
“운동화, 청바지가 1000원대”
‘알리 지옥’, ‘테무 지옥’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중국 이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에서 극 초저가 상품을 판매해 한 번 이용하기 시작하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입니다.
알리와 테무의 한국 시장 공세가 매섭습니다. 이커머스 강자이며 국내 유통 시장을 뒤흔들었던 쿠팡마저도 이들의 등장에 긴장 태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지난 27일 쿠팡은 3조원을 투자해 2027년까지 로켓배송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경북 김천, 대전, 울산, 충북 제천 등 전국 8개 지역에 물류센터를 세워 운영하고 전국민 5000만명을 대상으로 무료 로켓배송을 시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쿠팡은 현재 약 182개 시군구(전체 260개)에서 로켓배송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당 투자를 통해 230여개로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쿠팡의 이러한 발표는 알리의 투자 계획이 공개된 이후 딱 2주 만에 나왔습니다. 업계에선 쿠팡이 알리에 대한 견제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시각이 팽배합니다. 앞서 지난 15일 알리의 모기업 알리바바그룹은 산업통상자원부에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고자 3년간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투자계획서를 제출했습니다. 알리는 투자를 통해 한국 물류센터 설립과 콜센터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라네요.
알리도 쿠팡의 대응에 곧바로 응수했습니다. 알리는 쿠팡이 3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한지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추가 지원 계획을 내놓은 것입니다. 알리는 한국 상품을 판매하는 '케이베뉴(K-venue)' 입점사의 수수료 면제 정책을 오는 6월까지 지속하고 국내 판매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케이베뉴에는 CJ제일제당부터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한국피앤지, 농심, 롯데칠성음료 등의 기업들이 입점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알리는 수수료 면제 정책을 통해 입점업체를 더욱 더 빠르게 확보하며 판매 카테고리를 늘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야말로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가 대규모 지출 경쟁을 벌이는 총성 없는 '쩐의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알리·테무 '극 초저가'로 이용자 확보
국내 소매시장 붕괴 우려도 커져
중국 이커머스가 국내 입지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극 초저가’에 있습니다. 신흥강자인 테무는 고객이 신규가입 후 24시간 내에 다른 고객을 새로 유치하면 구매를 원하는 물건을 추가로 파격 할인해주는 마케팅을 내세웠습니다. 일종의 다단계 방식이라고 볼 수 있지요.
알리는 공산품에서 나아가 신선식품을 파격할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알리는 '1000억 페스타' 이벤트를 열어 한우·과일 등을 1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한 것입니다. 신선식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자 오픈 수 초 만에 완판 되며 큰 호응을 얻기도 했지요.
이용자 수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지난 2월 모바일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818만명으로 전년 대비 130%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496만명이었는데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지요. 알리는 국내 2위인 11번가(736만명)를 넘어섰고요. 업계 1위인 쿠팡을 바짝 따라잡고 있습니다.
테무도 지난해 말 기준 328만명으로 최근에는 가입자가 약 600만명에 달할 것으로도 보고 있습니다.
물류 투자부터 고객 혜택까지 강화하는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 유통사업자들 사이에선 중국 이커머스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면 소매 시장을 무너트릴 것이란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인데요.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매업자들 중 중국서 물건을 떼다가 수수료를 붙여 파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 이커머스에서 마진 없이 물건을 판매하게 되면 셀러 조직이 완전히 무너질 우려가 크다”며 “소비자들이 국내 오픈마켓을 굳이 찾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알리, 테무 등에서 아직도 ‘짝퉁’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점도 국내 산업을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 제품들이 쉽게 카피돼 중국산 가품이 들어오게 되면 빠른 시간 안에 국내 제조 공급망 등 정상적인 시장도 위협받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처럼 유통 생태계가 흔들리는 격변기에 들어섰음에도 소비자의 눈은 이미 중국 이커머스를 향하고 있습니다. 고물가에 이자 부담까지 높은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값싼 물품 쇼핑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발 빠르게 알리와 테무를 찾아보며 주변 온·오프라인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과 비교하고 있지요.
더군다나 중국 기업의 막강한 자금력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난 10년간 쿠팡은 6조원의 누적 손실을 냈지만 알리는 150조원을 벌었습니다. 한국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투자금이 1조5000억원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쿠팡은 지난해 처음으로 겨우 연간 흑자를 냈습니다. 여기에 3조원의 투자를 더 하는 것이니 출혈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쿠팡은 과연 C-커머스에 대항하는 생존 싸움에서 입지를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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