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차별 임금 적용' 노동계 강한 반발
싱가포르·홍콩 제도 달라 비교 대상 아냐
외국인 간호사는 도입하자고 왜 안 하나

2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참여연대는 이날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허아은 기자
2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참여연대는 이날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허아은 기자

한국은행이 차별적 임금 체계로 외국인 돌봄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발표한 데 대해 노동계가 반기를 들었다. 임금 차별은 법규와 협약상 불가능하며 돌봄 서비스 인력난의 주원인인 수급 불균형을 먼저 교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2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참여연대는 이날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특히 지난 5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이슈노트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한국은행의 이슈노트는 간병 및 육아와 관련된 돌봄 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이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높은 비용 부담을 안긴다고 보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력난 완화는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하고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달성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첫 발제를 맡은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제도적 맥락을 고려치 않은 막무가내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외국인 돌봄 노동자에게 차등 임금체계를 적용 중인 싱가포르와 홍콩, 대만을 예시로 소개하고 있다.

남 소장에 따르면 이 국가들은 한국과 제도적 여건이 달라 적합한 모델이 될 수 없다. 한국의 근로기준법과 외국인고용법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 차별은 불법이다. 또한 한국은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인데 ILO는 제111호 차별금지협약에 의거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는 최저임금제도가 없고 홍콩은 ILO 차별금지협약에 비준하지 않았으며 대만은 ILO에 가입해있지 않다. 법이나 협약에 저촉될 이유가 없는 국가의 정책을 한국에 그대로 이식하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한국은행도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법 위반과 협약 저촉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고용허가제 확대'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슈노트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E-9 비자를 소지하고 입국하는 외국인 근로자도 돌봄 서비스 부문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봤다.

차별 금지 조항 위반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외국인 구분 없이 돌봄 서비스업 종사자에 대해서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이라는 대책을 마련했다. '타산업에 비해 돌봄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남 소장은 이에 대해 "이런 얘기를 어떻게 이렇게 자신 있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남 소장은 "장기요양보험법, 영유아보험법에는 해당 노동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가 법률로 규정돼 있다"며 "이것은 돌봄 노동에 대한 보호가 질 좋은 돌봄 서비스로 이어진다는 사회적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돌봄 서비스는 이슈노트대로 '생산성이 매우 낮은' 노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요·공급 미스매치부터 해결해야
비자따라 지금도 취업되지만 '1%'
중년 女 노동 착취 '사회적 카르텔'

한은은 돌봄 서비스 인력난이 매우 심각하다고 기술했는데 남 소장은 이에 대해서도 반박을 제기했다. 돌봄 노동자의 '절대적 인원수 부족'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수급 불균형' 문제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남우근 소장은 돌봄 노동자의 '수급 불균형' 문제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허아은 기자
남우근 소장은 돌봄 노동자의 '수급 불균형' 문제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허아은 기자

한은 보고서는 2022년 19만명 모자랐던 돌봄 노동공급이 2032년 38만~71만명에서 2024년 61만~155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며 인력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은 2027년 약 7만5000명의 수요자만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남 소장은 돌봄 인력 부족 실태가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미스매치'에서 야기된다고 봤다. 장기요양보호사의 경우 250만명에 달하는 자격증 소지자 중 1/4 수준인 60만여명만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남 소장은 "자격증 소지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노동 시장에서 이탈하는 중이며 신규 진입도 유휴자의 재진입도 어렵다"면서 "이런 문제가 조금 더 살펴져야 한다"고 말했다.

돌봄 서비스를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보는 시선이 외국인 인력으로의 '대체'를 쉽게 거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도 주장했다. 남 소장은 "간호사도 자격증 소지자 중에 유휴 인력 많은데 지방 병원, 중소 병원은 간호사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외국인 간호사를 투입하자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행 체계 하 일부 체류 자격을 가진 외국인은 돌봄 노동에 종사할 수 있지만 실제 돌봄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외국인은 극소수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현재 거주(F-2), 영주(F-2), 결혼이민(F-6), 관광취업(H-1) 등의 비자 소지자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집계된 외국인 요양보호사는 4795명에 불과했다. 전체 요양보호사는 약 63만명으로 이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도 되지 않았다. 돌봄 노동에 종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음에도 이 분야에서 일하려는 외국인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남 소장은 "외국인 노동자들도 여기(돌봄 직종) 가서는 돈 안 된다는 것을 안다"고 설명했다.

남 소장에 따르면 현행 체계가 유지되더라도 돌봄 산업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 전체 구성원의 암묵적 카르텔 때문이다. 남 소장은 "'아주 싸게 중장년 여성 노동을 활용해서 적당히 돌봄 수요를 떼우자' 생각하는 카르텔 구조 때문에 몇 가지 처방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이번 토론회는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 돌봄공공성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 전국요양보호사협회, 한국가사노동자협회가 공동주최했다.

남 소장과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의 발제 이후에는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최영미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 박지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 김이오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이재인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실 서기관, 전인수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일자리과 행정사무관이 패널로 참석했다. 좌장은 최혜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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