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체인·레이어2체인 등 상호운영성 확보
단절성 문제 상존, 극복해야 할 숙제 아직 많아

블록체인./ bernardmarr
블록체인./ bernardmarr

블록체인은 중앙화된 운영 기관에 의존하지 않는 탈중앙화된 가치 네트워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블록체인이 가져다 주는 대부분의 혜택은 이러한 탈중앙성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참여하는 모든 노드가 동일한 데이터를 검증하고 보관하는 일을 하다보니, 참여 노드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탈중앙성이 커질지언정 블록체인이 처리할 수 있는 용량과 성능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이더리움이 스마트 컨트랙을 도입함으로써 블록체인의 활용범위는 단순한 송금위주의 비트코인과는 달리 거의 모든 산업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광범위해졌다. 비록 블록체인이 기술적 효율성 자체보다는 사회적 신뢰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사회 시스템적 레벨에서의 혁신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는 하나, 빠르게 증가하는 스마트 컨트랙 기반 애플리케이션 수요에 비례해 지속적으로 처리 용량과 성능을 향상시키지 못한다면 블록체인의 활용은 매우 제한된 영역에 머무를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블록체인의 처리 용량과 성능을 향상시키는, 즉 스케일링(scaling) 솔루션은 갈수록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통해 블록체인 스케일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다수의 메인넷 도입

블록체인의 처리 용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방법은 몇가지 다른 방향으로 구분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서로 독립적인 체인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이더리움 체인에 부하가 너무 많이 걸려서 감당하지 못하면 이것을 포크해 별도의 메인넷을 만들어 계속 추가하면 전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트랜잭션 수는 계속 늘어날 수 있다. 비트코인을 포크해서 만든 라이트코인 역시 이런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트코인 전송 수수료가 너무 비싸고 블록 주기가 10분이나 되니, 블록주기를 2분30초로 단축시켜서 더 많은 트랜잭션을 더 빨리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체인을 만들어 낸 것이다. 기술적인 프로그램은 동일한 소스를 기반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용량이 더 큰 체인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런 방식의 포크로 다수의 메인넷이 등장했고, 도지 코인도 대중성에 촛점을 맞춘 라이트코인의 포크였다. 이더리움의 등장으로 스마트 컨트랙 기능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아 감에 따라, 그 이후 등장하는 대부분의 메인넷은 이더리움을 직접 포크하거나, 이를 좀 더 개선할 수 있는 기술적 요소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은 이더리움을 직접 포크해서, 합의 알고리즘을 지분 증명으로 바꾸고, 검증 노드수를 대폭 줄여서 속도과 용량을 향상시켰다. 카다노와 폴카닷은 초기 이더리움 개발을 주도했던 파운더들 일부가 각각 독립해 이더리움의 기본 개념을 더 확장하고 개선한 형태로 발전시키기 위해 독립적인 체인을 론칭한 것이다.  

다수의 메인넷이 늘어나면서 전체 블록체인 생태계가 처리할 수 있는 트랜잭션의 용량과 속도는 많이 개선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병렬적인 메인넷의 추가적 도입은 보다 큰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해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보다는 고립되고 단절된 다수의 소규모 생태계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단절성을 극복하고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코스모스나 폴카닷 같은 인터체인 시도가 지속적으로 있어 왔지만, 큰 영향력은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 이종 체인의 자산을 서로 이동시키기 위한 브리짓 솔루션들도 계속 생겨나고 있지만, 이것도 제대로된 범용적인 탈중앙화된 형태라기보다는  상당히 중앙화되어 있는 부분적인 솔루션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병렬적인 다수의 메인넷만으로 이루어진 생태계가 지니는 또 다른 단점 중의 하나는 각 메인넷의 보안성 강도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점이다. 각 체인의 블록을 생성하는 노드간의 합의 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해야 하고, 한 체인에서 구축된 보안성이 다른 체인의 보안성 향상에 전혀 도움을 줄 수가 없다. 체인마다 다른 보안 강도를 지닌 합의 시스템이 존재하게 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병렬적으로 추가될 수 밖에 없다. 전체 생태계 구조로 보자면 상당히 비효율적인 스케일링 방법이 된다.

단일 체인의 성능 향상

개별 체인의 용량과 성능을 늘리는 스케일링 솔루션 또한 다각도로 시도되고 있다. 블록체인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하드 포크를 개발 전략으로 선택한 이더리움 개발자 커뮤니티는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진행해왔고, 마침내 이더리움 2.0으로의 전환을 2020년 말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 전환이 완료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핵심적인 설계 방향과 개선 내용은 이미 상당히 구체화된 상태다.

이더리움 2.0의 가장 중요한 개선 내용은 합의 알고리즘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는 것과 데이터의 보관과 트랜잭션 처리에 샤딩(Sharding)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지분증명 방식의 합의 알고리즘은 에너지 소모를 99% 이상 줄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블록을 생성하고 확정짓기 위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보안성과 탈중앙성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샤딩은 모든 노드가 동일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샤드라는 소그룹별로 나누어 병렬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처리 용량을 수요에 따라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게 만드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0,000 개의 노드(밸리데이터)가 동일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대신, 100개의 노드 집합으로 구성된 1,000개의 샤드로 나누어 각각 별도의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게 한다면 전체적으로는 같은 수의 노드로도 1,000배의 처리 용량을 얻을 수 있다. 추가적인 용량이 필요하면 추가 노드를 투입하면 해결된다. 샤드로 나뉘어져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체인인 것처럼 작동하기 위해서는  샤드체인을 조율하고 통제하는 비콘체인이 필요하다. 비콘체인은 이미 2020년 12월부터 지분증명 방식으로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고, 참여하는 밸리데이터수가 매일 늘어나고 있다. 

이더리움은 지분증명과 샤딩을 통해 성능과 용량의 확장을 꾀하고 있지만, 메인넷의 성능 향상을 위한 시도는 매우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중에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체인은 솔라나(Solana)이다. 블록 생성 주기가 0.4초인데다가 밸리데이터수도 1000개 수준에 이를 정도로 비교적 탈중앙화 정도가 높은 편이다. 가스비도 트랜잭션당 $0.01 미만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온 이더리움 경쟁 체인으로서는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솔라나가 사용하고 있는 합의 알고리즘이 실제 프러덕션 환경에서 얼마나 안정적인지에 대한 경험적 검증이 더 필요한 상태다. 또한, 밸리데이터는 고빈도 트랜잭션 용량을 감당하기 위한 상당히 높은 성능의 서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더리움 2에 비견될 만큼의 다수의 밸리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탈중앙성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게임이나 고빈도 트랜잭션 처리가 필요한 애플리케이션 중심으로 솔라나 생태계가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더리움은 높은 수준의 보안성이 가장 우선적인 기준이 될 디파이와 NFT 시장의 베이스 네트워크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더리움2의 장점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의 강력한 탈중앙성에 기반한 보안성과 열려 있는 지속적인 확장성에 있다.

PoS 기반 메인넷 벨리데이터 수 비교./ Stakers
PoS 기반 메인넷 벨리데이터 수 비교./ Stakers

카르다노와 아발란체 같은 메인넷이 1,000개의 이상의 밸리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지만, 이미 230,000개가 넘는 밸리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이더리움2에 비해 비하면 매우 뒤떨어져 있다. 앞으로 이더리움1과 이더리움2 체인의 통합이 일어나면, 벨리데이터에 참여하려는 수요가 크게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 숫자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만, 탈중앙성의 기반이 되는 지표임에는 틀림없다. 

블록체인의 트릴레마

스케일링을 위한 또 한가지의 방향은 다수의 체인을 레이어로 서로 연결되게 하는 것이다. 이더리움2를 설계하면서 비탈릭은 블록체인의 트릴레마는 난제를 제기했다. 하나의 체인이 확장성, 보안성, 탈중앙성 3가지 목표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스케일리의 트릴레마./ Wiki Hash
스케일리의 트릴레마./ Wiki Hash

지금까지 이더리움을 대체하겠다고 나온 경쟁 메인넷은 대부분 탈중앙성을 포기하고, 주로 확장성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더리움의 전략은 이 세가지 목표를 하나의 체인에서 모두 해결하기 보다는  복수의 체인을 연결해서 사용함으로써 트릴레마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즉 베이스 체인은 보안성과 탈중앙성에 무게 중심을 두는 반면, 이 위에 올라가는 레이어2 체인은 효율적인 확장성에 초점을 맞춘다. 레이어2의 보안성은 베이스 체인에서 담보해주기 때문에 이를 위해 별도의 자원을 투입할 필요를 필요가 없다. 말하자면 각 레이어가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다. 두 개의 체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체인을 연결해서 사용해보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이미 존재했는데, 주로 사이드 체인이라는 개념으로 정리되었다.

사이드체인과 레이어 2 체인./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사이드체인과 레이어 2 체인./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사이드 체인은 메인체인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완전히 별도의 체인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양 쪽 체인사이에 토큰 이동을 위한 탈중앙화된 양방향 브릿지가 존재한다. 메인 체인에서 토큰을 발행한 후에 이 토큰을 브릿지를 사용해 사이드 체인으로 보내고, 사이드 체인에서 여러가지 용도로 토큰을 사용하다가 나중에 다시 메인 체인으로 이동 시켜서 다른 토큰으로 바꿀 수 있다. 사이드 체인으로 토큰을 보내는 이유는 사이드 체인의 수수료가 더 저렴하고 트랜잭션 처리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드 체인은 보안에 큰 제약이 있다. 사이드 체인으로 보낸 후, 사이드 체인이 작동을 중단하던가 체인을 운영하는 노드들이 담합해서 잘못된 블록을 생성할 경우, 토큰을 메인 체인에서 찾을 수 없게 된다. 사이드 체인으로 옮겨진 토큰의 보안성은 오로지 사이드체인 안에서만 보장되기 때문이다. 토큰의 가치가 크지 않은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산 가치가 큰 토큰을 사이드 체인으로 보내서 활용하기에는 상당히 큰 위험 부담을 떠안야 된다. 물론 사이드 체인에서도 많은 검증자를 확보하고 자체적으로 보안성을 높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렇게 메인 체인과는 별도로 보안성을 올리는 것은 효율적인 스케일링 솔루션이 되기 힘들다.

사이드체인과 레이어2체인 비교./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사이드체인과 레이어2체인 비교./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레이어2 체인은 사이드 체인의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자체적인 보안 모델을 별도로 구축하지 않고, 베이스 체인의 보안성을 그대로 빌려오는 것이다. 레이어2 체인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트랜잭션 내용을 축약해서 베이스 체인에 올린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제대로 된 것인지를 검증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레이어2 체인이 중단되더라도, 레이어2 체인의 최종 상태가 베이스 체인에 남아 있기 때문에 레이어2에서 사용한 토큰을 베이스 체인에서 안전하게 출금할 수 있게 된다. 레이어2 체인의 운영자가 담합을 해도 이것을 방어할 수단이 베이스 체인에 존재한다. 요컨대 레이어2 체인의 보안성은 베이스 체인의 보안성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레이어2 체인은 탈중앙성과 보안성보다는 확장성에 더 촛점을 맞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비용이 있다. 레이어2 체인에서 일어난 모든 상태 변화를 요약해서 베이스 체인에 올리는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사이드 체인에 비해 레이어2 체인의 수수료가 비싸지게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레이어2 체인이 트랜잭션당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상태 변화를 요약하는 방법을 최대한 효율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레이어2에서 가능한 많은 트랜잭션을 한꺼번에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레이어2의 체인의 활성화 정도가 개별 트랜잭션 당 비용 효율성을 결정하는 한 요소가 된다. 

레이어2 체인을 구현하는 방식에도 여러가지 유형이 있다. 초기에는 플라스마라는 아이디어가 유행을 했지만, 레이어2 체인이 중단되었을 때, 복구할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데이터 가용성(data availability)문제에 부딪혀 실용화되지 못했다. 그 이후 이더리움 레이어2 솔루션은 대부분 롤업(rollup) 아이디어에 몰두하게 되는데, 말 그대로 레이어2의 상태를 요약해서 베이스 체인에 올리자는 것이다. 어떻게 요약을 하고 어떻게 검증을 하느냐에 따라 또 유형이 나뉘게 되는데, 크게는 옵티미스틱 롤업(optimistic rollup)과 zk롤업(zkRollup) 계열로 나뉜다. 

옵티미스틱 롤업과 ZK롤업 비교./ Vitalik
옵티미스틱 롤업과 ZK롤업 비교./ Vitalik

옵티미스틱 롤업은 레이어2 체인이 잘못된 블록정보를 베이스체인에 올릴 때, 이것을 찾아내 막을 수 있는 사기 증명(fraud proof) 방법을 제공해 메인 체인에 올려가는 데이터의 정합성을 보증하는 반면, zk롤업은  요약된 정보의 내용 자체가 맞는지 자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영지식증명(zero-knowledge proof) 기반의 유효성 증명(validity proof) 방법을 제공한다. 이러한 두가지 방식은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zk롤업이 더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옵티미스틱 롤업이 더 많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zk롤업은 영지식증명을 위한 연산자원이 매우 많이 소모되고, 기존 스마트 컨트랙 시스템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아직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특화된 스마트 컨트랙에 기반한 애플리케이션에 한정되어 있다.

옵티미스틱 롤업은 옵티미즘(optimism)과 아비트룸(arbitrum)이 대표적인 체인이고, dYdX, Loopring, zkSync, zkSwap 등의 서비스가 zk롭업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레이어2 예치 자금 현황./ I2beat
레이어2 예치 자금 현황./ I2beat

대부분의 레이어2 체인이 론칭된지 불과 얼마되지 않았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여러가지 서비스와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현재 20억달러 가량의 자금이 레이어2 체인에 예치되어 있다. 아직까지 이더리움 메인체인과 다른 호환 체인들에 비해서는 작은 수치이지만 1-2년내에 많은 이더리움 기반 서비스가 레이어2로 이전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얼만전에 론칭된 아비트룸이 옵티미즘을 제치고 빠른 속도로 유동성을 확보해가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레이어2체인./ I2beat
레이어2체인./ I2beat

전망

레이어2 체인은 기존 이더리움 메인넷을 베이스 체인으로 해서 이미 작동하고 있지만, 가스 비용을 더 낮추고 스케일링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더리움2가 필요하다. 이더리움2의 최종 단계는 분산된 샤드를 통해 병렬적인 트랜잭션 연산처리를 지원하게 되겠지만, 레이어2 체인의 입장에서는 우선 이더리움2의 값싼 온체인 저장공간이 더 절실하다. 이더리움2의 비콘체인은 이미 잘 작동하고 있고 다음 단계의 핵심 업그레이드가 바로 데이터 샤드를 도입하는 것이다. 레이어2 체인이 이더리움2의 데이터 샤드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현재보다 가스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요컨대 이더리움2와 레이어2 체인의 결합은 확장성을 곱하기 효과로 증가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더리움과 경쟁하고 있는 많은 메인넷이 있지만, 이더리움은 이러한 메인넷과 일대일의 성능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된 전체 네트워크의 통합된 확장성으로 승부를 보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더리움2의 확장성은 레이어2의 연결로 극대화될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의 트릴레마로 지목된 확장성, 탈중앙성, 보안성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목표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더리움이 모든 블록체인의 유스케이스에 가장 적합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더리움은 범용적 솔루션의 기반으로 가능한 많은 영역에서 손쉽게 탈중앙화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는 베이스가 될 수 있겠지만, 애플리케이션의 유스케이스에 따라 매우 특정한 기능성과 성능이 필요한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의 블록체인 확장성 솔루션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메인넷간의 경쟁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한층 더 고도화하는 데 매우 긍정적인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모든 트랜잭션을 온체인에서 처리하지 않고 자주 거래하는 상대방과의 트랜잭션을 오프체인 채널(channel)을 통해 처리하는 솔루션은 주로 중앙화된 주체의 영향력이 큰 지급과 결제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범용적인 블록체인 스케일링 기반으로 활용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탈중앙성이나 보안성을 뒤로 하고 확장성에만 초점을 맞춘 메인넷은 단기적으로는 값싼 수수료와 빠른 속도 덕분에 인기를 끌겠지만, 블록체인의 트릴레마를 제대로 해결한 솔루션들이 자리잡기 시작하면 급격히 영향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부실한 탈중앙화 메인넷에 기반했던 애플리케이션들이 확보한 사용자를 그대로 유지한 채, 레이어2 체인으로 옮겨가는 트렌드도 생겨날 것이다. 

레이어2 체인이 극복해야할 어려운 과제도 여전히 많다. 무엇보다 레이어2 체인간의 단절성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데이터 공유와 전달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이전에 메인넷 간의 연결을 고민했던 인터체인 솔루션이 이번에는 레이어2 체인간의 통신을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재등장할 수도 있다. 이더리움의 최대 강점 중의 하나가 여러가지 스마트 컨트랙을 제삼자에 의한 허가 없이 자유롭게 조립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인데, 만일 레이어2 체인으로 분리된 스마트 컨트랙들이 서로의 상태를 알 수 없다면, 레고 블록과 같은 조립성을 잃게 될 것이다. 많은 디파이 프로젝은 네트워크 효과를 최대로 증가시키기 위해 유동성을 공유하거나 몰아서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각 서비스가 모두 레이어2로 내려가 버리면 가스비가 절감되는 효과가 유동성 분산으로 상쇄될 가능성이 높다. 탈중앙화된 인터 레이어 솔루션이 나오기 전까지는 레이어2로 가더라도 각각 별개의 소규모 체인으로 독립하기보다는 상호 연관된 서비스는 규모가 큰 단일 레이어2에 같이 들어가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가스비 절감 측면에서도 그렇고, 유동성 공유와 통합 측면에서도 그렇다.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팩트경제신문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팩트경제신문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국내 블록체인 커뮤니티 1세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 석사 출신으로, 이후 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 커뮤니케이션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아톰릭스랩 대표로 서울 이더리움 밋업 공동 운영자, 한국이더리움 사용자그룹 운영자를 역임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국내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 서울 이더리움 밋업과 한국 이더리움 사용자 그룹을 중심으로 이더리움 커뮤니티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2018년 아톰릭스랩 설립 후 개인키를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키관리 솔루션과 이에 기반한 Dapp 지갑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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