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Z세대의 디지털 사회화 촉발 계기
"아바타는 자아실현 도구"VS"온·오프라인 전복"

최근 200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르며, 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Z세대와 커머스의 합성어인 ‘Z커머스’로 불리는 이들의 특징은 소비자, 판매자, 생산자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메가 트렌드’는 미국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의 책 이름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중 하나다. 사회공동체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을 가리키는 말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메가 트렌드는 무엇보다 코로나였고, 그로 인해 ’비대면‘이었다.

‘비대면’은 MZ세대 정체성의 뿌리가 되어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와 학원 등 사회생활이 가능한 오프라인 공간이 사라지며, 젊은 세대는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아바타 세상에서 친구를 사귀고 자아를 실현한다.

최근 1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상공간 ‘제페토’는 네이버제트(Z)가 운영하는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다. 이용자는 2억명으로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 흩어져있다. 이용자의 90%는 해외 이용자, 전체 이용자의 80%는 10대다.

Z커머스는 왜 메타버스에 빠졌는지,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임 교수는 “예전에는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서 알아갔는데,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불가능해졌다”며 “젊은 세대는 아바타, 부캐 등을 온라인에서 자신의 특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아바타는 젊은 세대의 다양해지고 싶은 욕구가 드러난 거라고 생각한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아바타가 자신의 특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봤다.

제페토 이미지./구글 앱스토어
제페토 이미지./구글 앱스토어

또, 임 교수는 “이런 흐름은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캐릭터, 특성, 개성을 찾는 사회 문화적 현상은 더 늘어날 것이다”며 “가상공간에는 쌍방향, 편의성,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하고, 익명성 보장으로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가상공간은 이미 젊은 세대에게 가상이라는 단어를 뺄 수 있을 정도의 공간, 놀이터가 됐다”고 설명했다.

제페토는 10대에게 단순한 가상현실이 아니다. 제페토 이용자들은 인공지능(AI)으로 자신의 얼굴을 본뜬 아바타를 만들고, 꿈꿔왔던 브랜드 옷을 입힌다. 최근에는 명품 브랜드 구찌와의 콜로보로 소소한 반향을 일으켰다. Z세대는 3000원으로 구매한 디지털 구찌 가방을 자신의 아바타에게 매도록 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로부터 촉발된 본캐와 부캐 ‘멀티 페르소나’는 Z세대가 메타버스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의 나와 디지털 세상 속 새로운 자아를 분리하고, 다양한 정체성을 갖는 게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게 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이 종속적이고 부수적인 관계, 주된 활동과 교류는 온라인에서 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측면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MZ세대는 문자 기반 세대라고 표현한다. 전화나 만나는 것보다 문자와 영상으로 소통하는 걸 더 선호한다”며 “SNS의 경우 자기 얼굴, 실명을 드러내야한다.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에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추구하는 자아상을 아바타, 부캐에 투영시켜 현실과 이상향의 차이를 아바타로 풀어가는 게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덧붙여, 이 교수는 “MZ세대는 자기애가 강하다. 존중받기 위해 부족한 점을 채운 아바타를 보며 만족감을 얻는다. 그런데, 현실과 괴리된 가상으로 인해 좌절을 느낄 수도 있다”며 “코로나로 오프라인 관계가 없어졌는데 이후에는 다시 오프라인 관계로 돌아가야한다. 재사회화에서 중요한 건 타인과의 관계다.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만났을 때 관계를 잘하도록 도와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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