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준의 마이 골프 레시피]
결국 연습 없이 골프를 잘 칠 순 없다
머리를 들지 말라는 잔소리에 숨은 뜻
백스윙 시 최대한 한 곳에 고정하란 것

사무라이 검법 /출처 =디지털트래드닷컴
사무라이 검법 /출처 =디지털트래드닷컴

과거 같은 회사에 다니던 임원 중에 골프 실력이 출중한 이가 있었다. 180이 훌쩍 넘는 키에 한눈에도 타고난 스포츠맨임을 알 수 있는 체격과 구릿빛 피부는 상남자의 전형이었다.  골프는 회사 내에서도 서너 손가락 안에 꼽는 고수였다.

그가 하루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전날 저녁 골프연습장에서 있었던 사건을 풀어놓았다.

‘어제 저녁 연습장에 갔는데 말이야. 내 앞에 겨우 보기플레이 정도 할 거 같은 남자가 날 계속 쳐다보더라구. 그러더니 하는 말이 드라이버는 그렇게 치면 안 된다는 거야. 내 참 기가 막혀서. 누굴 가르치려 들어. 귀찮아서 네 알겠습니다 하고 무시하려 하는데 내 타석으로 오더니 자기가 시범을 보이겠다네… 휴우, 내가 참 살다 살다 별일을 다 겪는구나 하구 함 지켜봤어. 그랬더니, 드라이버로 공을 때리는데 슬라이스가 좌악 나더라구.  참 할말이 없더라.’

‘그래서 어떻게 하셨는데요?’ 라고 물으니,

‘참 고맙습니다…라고 하고 짐 싸서 나왔어.’

이 분은 회사 내에서 특유의 ‘사무라이 타법’으로 유명했다. 백스윙이 아웃사이드로 가파르게 올라갔다가 한 칼에 짚단을 베어내듯 공을 향해 내리꽂는 다운 스윙이 경이로울 정도로 유니크했다. 처음 그의 스윙을 봤을 때 저렇게도 공이 맞는구나 하고 혀를 내둘렀던 게 기억난다. 레슨은 받아본 적이 없고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싱글의 경지에 오른 주위에서 가끔 보는 사람 중 하나이다.

하지만 아무리 공을 찰 치는 고수라도 스윙 폼이 요상하면 멋져 보이지 않는다. 자력으로 골프를 배워 독하게 연습해서 얻은 싱글 디짓 플레이어(Single digit player)라는 타이틀이 대단하긴 해도 이런 골퍼를 볼 때마다, 만약 그가 초보자였을 때 제대로 된 선생님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의문을 갖게 된다.

나쁜 연습과 좋은 연습의 결과

요즘은 골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다 보니 저녁시간 피크 타임이나 주말에는 연습장 자리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이다. 그렇게 힘들게 기다려 얻은 자리에서 한 시간 동안 열심히 연습을 하고 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골프는 그렇게 녹록치 않다. 해도 해도 도무지 늘지 않는 골프. 어떤 날은 거짓말처럼 잘 맞다가 다음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 같이 갈피가 안 잡힌다. 대체 왜 그럴까?

세상만사 모두가 그렇듯 열심히만 한다고 좋은 결과를 만드는 건 아니다. 제대로 된 방법으로 열심히 연습하면 고수가 될 수 있지만, 잘못된 방식으로 죽어라 연습하면 실력은 늘지 않고 몸도 다치고 마음도 상한다.

연습의 목적은 기본에 충실한 스윙, 내 몸과 성격에 맞는 좋은 스윙을 만들어 실전에서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그럼 좋은 스윙이란 무엇인가? 좋은 스윙은 부상의 위험이 없고 정확한 샷을 만들 수 있으며 반복 가능한 스윙이다. 반복 가능해야 내가 상황에 맞게 스윙을 컨트롤해서 공을 타겟에 정확히 보낼 수 있다.

필드 나가기 전날 무리해서 연습하면 정작 다음날 공이 잘 안 맞는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과연 그럴까? 프레지던츠컵과 CJ컵 등 PGA투어 경기를 준비하면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고 느낀 바를 말씀드리겠다. 그들은 대회 4일과 연습라운드, 프로암 경기를 포함한 토너먼트 주간 내내 매일 연습을 한다.

시합에 나가기 앞서 동이 트자마자 퍼팅그린에 나오는 선수들도 있고,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삼사십분 이상 연습을 하고 벙커 샷과 칩 샷 연습도 한다. 경기가 잘 안 풀린 날 저녁 늦게까지 연습을 하는 선수도 봤다.

골프는 매우 예민한 운동이기 때문에 자신의 스윙 궤도에서 단 1도만 벗어나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그래서 코치가 언제나 옆에 붙어서 스윙궤도를 체크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써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것이다. 걸음마 떼고 나서 골프를 시작한 타고난 기량을 가진 세계적인 선수들도 이런데, 아마추어 골퍼가 연습 없이 골프를 잘 칠 수 있을까?

유형별 맞춤레슨 / 골프닷컴
유형별 맞춤레슨 / 골프닷컴

골프를 통해 내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한 목표설정을 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산책하듯 운동하는 것이라면 굳이 완벽한 스윙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연습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골프가 좋은 산책을 망치는 운동(A good walk spoiled)‘이란 독특한 제목의 책도 있듯이, 공이 잘 맞지 않아도 좋은 공기 마시며 즐길 수 있는 운동이 골프다. 동반자의 플레이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실력으로도 골프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만일 당신의 목표가 실력 향상이고 고수가 되는 것이라면 얘기는 틀려진다. 제대로 된 좋은 연습법을 습득해서 좋은 스윙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연습해야 한다. 

결국 연습 없이는 골프를 잘 칠 수 없다.

이해와 오해 사이의 진실

타인이 내 말뜻을 잘 알아듣고 마음을 이해해 줬을 때 우린 감동을 받는다. 왜냐하면 우리의 일상은 이해보다 오해로 인한 불협화음이 더 많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겠지만 타인이 내 의도를 100% 이해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이는 언어가 갖고 있는 의미 전달의 한계성 때문이다. 우린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말로 표현하는 것에 서툴고, 그 말을 받아들이는 상대방은 정확한 의도를 해석하는 것에 서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최초의 의도가 심하게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골프도 예외가 아니다.

골프 레슨을 하는 프로와 받는 교습생 사이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거의 매번 발생한다. 코치가 전하는 스윙 팁(tip)은 대부분 전체 스윙을 구성하는 요소 중 일부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스윙 팁은 전체 스윙 궤적과 몸의 순차적 움직임, 즉 타이밍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골퍼들이 가장 많이 듣는 조언 중에 ‘머리 들지 마세요’가 있다. 여기서 머리를 들지 말라는 지적은 어드레스부터 임팩트까지의 구간에 한정된 이야기이다. 임팩트 후엔 머리의 위치는 임팩트 후 몸의 움직임을 따라 그대로 맡기면 된다. 하지만 ‘머리를 들지 말라’는 주문에 집착한 나머지 임팩트 후에도 시선을 지면에 남겨 두어, 결과적으로 임팩트 구간에서 몸의 회전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체중 이동에 대한 오해는 또 어떤가?  백스윙 시 오른쪽 허벅지에 체중을 실리는 걸 느낄 수 있어야 임팩트 시 힘을 실어줄 수 있다. 100% 맞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듣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체중을 어떤 경로를 통해 오른쪽 허벅지에 실어주는가에 집중하기 보다, ‘이동’이라는 단어가 주는 상징성에 더 집착한다. 그래서 척추를 중심으로 회전에 의해 체중을 싣는 방식이 아니라, 백스윙 시 최대한 한 곳에 머물러야 할 머리가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다운 스윙 시 다시 원위치로 ‘이동’하는 데서 오는 스웨이(sway)를 겪는다.

필드에서의 골프 레슨. /프로젝트골프에이유
필드에서의 골프 레슨. /프로젝트골프에이유

저자는 레슨을 업으로 삼는 전문 티칭 프로가 아니다. 비록 영국에서 열흘 간의 트레이닝과 시험을 통과해 자격증을 받은 적이 있지만, 오래 전 일이고 그 후로 누군가를 정식으로 가르쳐 본 적은 없다. 다만 골프 경험이 많은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지금까지 고민하고 답을 얻은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행운이 있는 사람들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목표에 남들보다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 필자 같이 멋모르고 오만하게 혼자서 골프를 터득했다고 자신하다가 뒤늦게 20년 된 스윙을 뜯어고친 힘든 과정을 겪지 않으려면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 한다.

오해와 이해 사이의 진실을 제대로 전달해 줄 수 있는, 나와 궁합이 잘 맞는 선생님을 하루 빨리 찾아내길 바란다. 필자는 그런 선생님을 반 년 전에 만났고, 그 만남에 지금도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도 부상없이 곧고 멀리 멋진 샷을 반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행복하고 건강한’ 골프를 기대하고 있다.  여러분들도 좋은 선생님을 만나 자신만의 건강한 스윙을 만드시길 바란다.

 

오상준 아시아골프인문학연구소 대표

한국인 최초로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대학에서 골프코스 설계 부문 석사 및 컬럼비아대 건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송도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 조성공사 등에 참여했다.

2015 프레지던츠컵과 더CJ컵 국제대회 운영을 담당했으며, 미국 GOLF매거진 세계100대코스 선정위원, 싱가폴 아시아골프산업연맹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골프에세이 '골프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면'을 출간했고, 유튜브 '마이 골프 레시피'와 강연 등을 통해 다양한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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