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본 세상]
‘차가운 술’ ‘떨’ ‘캔디’… 은어로 거래
최근 2년 온라인 불법 유통 적발 급증
트위터 1만1702건, 쇼핑몰 2657건

팩트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과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지난해 5월 수십여 명의 10대들이 펜타닐을 집단 투약해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압수된 펜타닐 패치. /경남경찰청=연합뉴스
지난해 5월, 수십여 명의 10대들이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집단 투약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충격적 사건이라고 단정하고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실제 10대들의 마약 투약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0대들은 왜 마약에 쉽게 빠져드는 걸까요.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체계적 교육이 미흡한 점도 있지만, 익명성을 갖는 텔레그램·트위터 같은 SNS가 마약 단속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양정숙(무소속) 의원이 "트위터가 마약 거래의 온상지"로 지목한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청년이 본 세상(청세)은 이번 기사에서 10대들이 마약에 쉽게 노출되는 구조적 문제점을 고발합니다. 기사에 포함된 마약 거래와 관련된 내용은 모방 범죄 우려 때문에 최소화해 작성했으며, 마약 거래의 '허술함'을 지적하기 위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한국은 한때 ‘마약 청정국가’로 불릴 만큼 마약에 대해선 깨끗한 나라였다. 그러나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약 거래 및 복용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 많은 청년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SNS 플랫폼 중 하나인 '트위터(twitter)'는 마약이 불법 유통되는 중심적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취재 결과 확인됐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네이버밴드 같은 여러 소셜미디어 채널 중에서 트위터는 마약 판매자와 수요자 간 거래 메시지 내용이 오가는 실질적 비중에 있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필로폰, 대마초, 엑스터시… 은어로 접촉

국내 젊은이들 사이에서 마약은 “차가운 술” “시원한 술” “아이스” “얼음” “떨” 혹은 “캔디” 같은 은어로 주로 거래된다. “차가운 술”, “시원한 술”, “아이스”, “얼음”은 ‘필로폰’을 의미한다. “떨”은 대마초를, “캔디”는 엑스터시를 각각 뜻한다. ‘구글’에서 이러한 은어로 검색해보니 “판매한다” “구한다”라는 게시물이 화면에 가득 올라왔는데, 모두 트위터 계정이었다.

취재팀은 마약을 판다는 트위터 계정 운영자들에게 접근해 채팅 대화를 시도했다. 이들이 실제로 마약 거래를 하려고 게시물을 올리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장난삼아 그러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대화 결과, 대다수 게시물은 실제 마약 거래를 목적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보였다.

마약 구매희망자로 가장한 취재진이 마약을 파는 트위터 계정 운영자 A씨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그림①). /사진=취재팀
마약 구매희망자로 가장한 취재진이 마약을 파는 트위터 계정 운영자 A씨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그림①). /사진=취재팀

마약 계정 운영자들은 포털에서 단속을 피해 마약을 찾는 사람을 유인할 때까지만 은어를 사용한다. 운영자들과의 대화에 앞서 거래 관행을 사전취재한 결과, 판매자와 구매자 간 온라인상 접촉이 이뤄져 대화 단계로 들어가면 약물의 실명을 그대로 이야기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림 ①~③>은 ‘@aOOOO’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마약 판매 트위터 계정 운영자 A씨와 취재진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의 일부이다. 텔레그램은 대화 참여자 중 어느 한쪽이 임의로 대화 내용 전체를 폭파하면 상대편 휴대전화에 남아있던 대화 내용도 모두 지워진다.

대화방 폭파 가능한 텔레그램 사용

가벼운 인사 뒤 “어떤 제품 찾으세요?”라는 운영자 A씨의 질문에 취재진은 “ㅍㅌㄴ 문의요”라고 답했다. “ㅍㅌㄴ”은 ‘펜타닐’의 약자이다. 이 약물은 암 환자 등에게 사용되는 마약성 진통제로 의료전문가의 지도로 사용돼야 하지만, 온라인에서 암암리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자 A씨는 “지금 흥분제, 환각제, 수면제, 물ㅃ, 파퍼만 가능합니다”라고 취급 약물을 소개했다. “물ㅃ”은 물에 타서 먹는 히로뽕(필로폰·매스암페타민)을 뜻한다.

취재진은 “환각제는 뭐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A씨는 “엑스터시 있습니다”라면서 “2정 40(만원), 4정 75만원요”라고 했다. 엑스터시는 필로폰보다 저렴하지만, 환각작용이 3~4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선 밤새워 춤을 추며 노는 파티에서 주로 사용돼 “도리도리”, “파티용 알약”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마약 구매희망자로 가장한 취재진이 마약을 파는 트위터 계정 운영자 A씨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그림②). /사진=취재팀
마약 구매희망자로 가장한 취재진이 마약을 파는 트위터 계정 운영자 A씨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그림②). /사진=취재팀

취재진은 “현금거래인가요?” “제가 첫 거래라 잘 모릅니다”라고 질문했다. 트위터 계정을 통한 마약 거래의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운영자 A씨는 “결제는 주로 비트코인 사용한다”고 했다. 트위터 마약 거래에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활용하고 있는 듯했다.

“결제는 비트코인, 배송팀 따로”… 디에타민도 거래

마약을 전달받는 방법과 관련해 “택배로 오는 건가요?”라고 질문하자, A씨는 “네. 택배로 진행합니다”라고 했다. 이어 “주문을 도와드리겠다”라며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받습니다. 배송팀이 따로 있습니다”라고 했다. 배송팀까지 둘 정도로 트위터 마약 거래가 조직적으로 규모 있게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취재진은 거래를 중단했다.

서울 모 대학 재학생 B씨(26)는 “주변에서 호기심으로 트위터 계정에 접근해 마약을 구매하는 사람들을 봤다”라고 말했다. 2019년부터 2021년 6월까지 식약처 사이버조사단에 적발된 온라인 마약 불법유통 현황에 따르면, 트위터는 1만1702건, 온라인쇼핑몰은 2657건, 페이스북 24건, 인스타그램 17건이었다. SNS 중에서 트위터가 유독 국내 마약 거래에 빈번히 악용되는 것이다.

취재 결과, 트위터에선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인 디에타민도 거래되고 있었다. 이 의약품은 심한 중독성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사적 거래는 금지돼 있으며, 의사의 처방을 통해서만 복용해야 한다.

마약 구매희망자로 가장한 취재진이 마약을 파는 트위터 계정 운영자 A씨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그림③). /사진=취재팀
마약 구매희망자로 가장한 취재진이 마약을 파는 트위터 계정 운영자 A씨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그림③). /사진=취재팀

대학생 C씨(23)는 “다이어트를 하려는 10~20대 여성들이 트위터의 1대1 메시지를 통해 디에타민을 구매하는 것으로 안다. 결제 후 처방전과 포장 영상을 보내준다. 계좌이체나 문화상품권으로 거래되고 일반택배 혹은 편의점 택배로 배송된다”라고 설명했다.

트위터가 불법 약물 거래 온상 된 이유

온라인 불법거래에 밝은 취재원 E씨는 트위터가 ‘불법 약물 거래의 온상’이 된 이유에 대해 “국내기업인 카카오나 네이버와 달리, 트위터는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어 단속 당국의 계정 차단이나 삭제 규제를 비교적 쉽게 피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글 G메일 계정만 있으면 익명으로 트위터 계정을 만들 수 있고 한 사람이 다수 트위터 계정을 생성할 수 있는 점도 마약 거래에 유리하다”라고 했다.

트위터를 통한 마약 거래에 대해 잘 아는 취재원 F씨는 해외에 서버를 둔 여러 소셜미디어 중 유독 트위터가 집중적으로 활용되는 이유를 “팔로잉 특성”으로 설명했다.

“트위터는 대화상대의 허락 없이 일방적으로 팔로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익명 상태를 유지하면서 특정 목적만을 위해 접촉한 뒤 바로 관계를 청산할 수 있다. 반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선 상호 팔로잉 관계를 맺은 사람들끼리 주로 소통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F씨)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팀은 한 책에서 “폐쇄적 결속형 SNS인 페이스북보다 개방적 교량형 SNS인 트위터에서 파생적 불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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