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현의 코인세상 뒤집어보기]
사용자 가두려는 중앙화된 거래소
탈중앙화된 개인 지갑 사용자 급증
거래소 대체할 블록체인 새 인프라

블록체인 이미지./연합뉴스
블록체인 이미지./연합뉴스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무엇일까?

블록체인은 4차 산업을 위해 육성해야 할 대상이고, 암호화폐는 없애거나 통제해야 할 부정적인 대상으로만 인식해온 한국의 크립토 산업 정책 기조는 이미 일부 관리의 탁상머리에서나 나올 법한 현실성 없는 진부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립토 산업에 대한 정책과 관련된 논의의 대부분은 중앙화된 거래소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만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다. 과연 앞으로의 크립토 산업을 이끌 핵심 인프라가 이런 중앙화된 거래소 말고는 없다는 이야기인가?

정책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크립토 산업이란 중앙화된 거래소에 원화를 입금하고 코인을 사서 트레이딩하거나 맡겨 놓는 것일 뿐이라는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블록체인이 어디에 어떻게 활용되고, 그 메커니즘을 가능케 하는 암호화폐가 어떻게 새로운 경제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극소수 개발자나 기획자의 전유물인듯 취급받는다.

일반인 모두 블록체인 기술을 다 이해하고 사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인터넷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모바일에서 어떻게 데이터 통신이 이루어지는지는 몰라도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가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았듯이 블록체인 기술도 어느날 갑자기 세상을 지배하는 기술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결정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크립토 산업의 성장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를 빼고 세상이 바뀔 리는 없다. 그것은 개인의 결정권 행사를 보장하는 개인키 인프라의 확립이다.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개인의 통제권은 자신만이 실행할 수 있는 개인키에서 나온다. 내가 코인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말로 그 코인의 통제를 관할하는 개인키를 내가 소유하고 있다는 말이다. 블록체인 산업에서 이것을 부정하고 중앙화된 방식으로 개인키를 통제하는 대부분의 모델은 사실 블록체인 산업의 핵심적인 인프라가 아니다. 중앙화된 거래소가 코인 거래 시장의 중심이 된 것은 이것이 블록체인 산업이 필요로 하는 궁극적인 인프라이기 때문이 아니다. 아직까지 암호화폐가 보편적인 거래 수단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 법정 화폐를 지닌 새로운 참여자를 크립토 산업으로 연결시켜주는 통로일 뿐이다. 이 과정에서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거래소는 이제 새로운 기득권 세력이 되어서 전체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크립토 산업의 대들보인양 행세를 한다. 블록체인의 비전은 독점화되고 과도하게 중앙화된 현대 금융 시스템과 사회 체제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나온 것이다. 블록체인의 인프라가 다시 소수의 중앙화된 거래소에 의해 장악되고 그들이 확보한 자본력에 의해 독점적 시장 구조가 더 고착화된다면 블록체인의 비전은 급격히 퇴색하고 말 것이다. 

개인키 인프라의 확대는 결국 개인 지갑 사용자의 증가를 의미한다. 중앙화된 주체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개인 지갑 사용자의 규모와 일상 생활에서의 활용 정도가 크립토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해 줄 근본적인 원동력이다. 개인이 직접 자신의 개인키를 쉽고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탈중앙화된 개인 지갑 사용자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을 추동하고 있는 것은 크립토 게임과 NFT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다.

수백만명의 게임 플레이어들이 크립토 게임을 하기 위해 메타마스크 지갑을 깔고, 게임을 위한 지갑을 별도로 설치하기도 한다. 보통 같으면 어려운 지갑 설치 때문에 신규 플레이어 진입에 큰 장벽이 되겠지만, P2E(Play to Earn) 모델은 이런 수고를 감내하도록 하는 자극을 제공한다. 오픈씨(Opensea)를 비롯한 NFT 시장의 급격한 성장도 크립토 산업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도 탈중앙화된 개인 지갑을 설치하도록 만드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스마트 컨트랙./픽사베이
스마트 컨트랙./픽사베이

퍼블릭 스마트 컨트랙 기반 중앙화된 운영주체 모델의 등장

여기서 우리가 한가지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대부분의 크립토 게임과 NFT 거래 시장이 이더리움을 비롯한 스마트 컨트랙 기반 블록체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게임 아이템과 게임 화폐의 발행과 거래에 스마트 컨트랙을 도입하게 되니, 여기에 참여하려면 개인 지갑을 필수적으로 설치해야만 한다. 그런데 막상 게임의 운영은 상당히 중앙화된 주체에 의해 제공된다. NFT 거래 시장의 90% 이상(개별 게임 NFT 거래 시장 제외)을 장악한 오픈씨의 모델도 모든 트랜잭션을 처리하기 위한 인프라로 스마트 컨트랙을 이용한다. 허가 없이 누구나 자신의 NFT를 발행하거나 등록할 수 있도록 완전히 오픈한다. 회원 가입 절차 또한 필요 없다. 그냥 개인 지갑만 있으면 바로 회원 가입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거래를 위한 빠른 UI를 가진 사이트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막대한 거래 수수료를 취하는 것은 중앙화된 운영 주체이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분포도 / 정우현 작성
블록체인 프로젝트 분포도 / 정우현 작성

퍼블릭 블록체인 상의 스마트 컨트랙 기반 인프라를 이용하면서도 매우 중앙화된 수익 구조를 취하는 이러한 거래 시장 모델은 기존의 중앙화된 거래소 모델과도 매우 다르고, 가능한 한 탈중앙화된 운영 주체를 지향하는 디파이 프로젝트와도 상당히 다르다. 바이낸스 거래소가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을 론칭하고, 자체 토큰을 유통시켜 거래소를 매개로한 크립토 이코노미를 만들어내고는 있지만, 중앙화된 거래소는 여전히 중앙화된 서버 기반으로 중앙화된 주체에 의해 운영된다. 업비트는 한국의 전형적인 중앙화된 거래소인데, 심지어 NFT 거래 시장 마저도 완전히 외부와 차단된 중앙화된 모델을 도입했다. 중앙화된 운영 주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오픈씨와 같이 블록체인 인프라와 탈중앙된 개인 지갑을 비즈니스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 모델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록 이러한 모델 역시 시장을 독점하고 과도한 수수료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탈중앙화된 개인 지갑과 블록체인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크립토 게임 역시 경쟁이 격화되면서, 게임 아이템과 머니를 위한 시장뿐만 아니라, 게임 로직 자체에 스마트 컨트랙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크립토 산업의 정책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 과도하게 집중되어있는 중앙화된 거래소의 역할을 분산시키는 방안도 중요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다양한 크립토 산업의 모델이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개인 지갑 인프라의 확대를 위한 방안도 핵심적인 이슈로 부각되어야 한다.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팩트경제신문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팩트경제신문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국내 블록체인 커뮤니티 1세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 석사 출신으로, 이후 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 커뮤니케이션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아톰릭스랩 대표로 서울 이더리움 밋업 공동 운영자, 한국이더리움 사용자그룹 운영자를 역임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국내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 서울 이더리움 밋업과 한국 이더리움 사용자 그룹을 중심으로 이더리움 커뮤니티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2018년 아톰릭스랩 설립 후 개인키를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키관리 솔루션과 이에 기반한 Dapp 지갑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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