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팩트탐구]
유럽~아시아 연결, 터키 '차나칼레 대교'
설계·PM은 해외 기업, 자재·시공은 국내 기업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 등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터키 차나칼레 대교를 건설 중인 현장. /연합뉴스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 등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터키 차나칼레 대교를 건설 중인 현장. /연합뉴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세계 최장 현수교인 터키 '차나칼레 대교'가 국내 기술로 건설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과연 차나칼레 대교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100% 한국 기술로 만들어지는 걸까.

3일 팩트경제신문은 '깐깐한 팩트탐구' 코너를 통해 이 부분을 팩트체크 해 본 결과, '절반의 진실'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시공은 국내 기업, 설계는 영국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결국 설계~시공까지 모든 절차가 한국 기술로 이뤄진 것은 아닌 셈이다.

우선 설계 부문만 보면 영국의 펠 프리슈만(Pell Frischmann) 등 해외 기업이 참여해 국내 건설사 기여도는 비교적 낮다. 2013년 개통한 이순신대교처럼 100% 국산 기술로만 설계·건설했다고 할 수는 없다.

◇설계 부문, 영국 펠 프리슈만 등 해외기업 참여

한국교량및구조공학회 서석구 회장은 차나칼레 대교 건설과 관련, "자재·시공은 우리나라가 맡고, PM·설계는 주로 유럽사에서 맡았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또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 뿐만 아니라 터키 2개사가 함께하는 3조5000억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의견이 한 데 모아져야 한다"며 "국내기업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자재와 시공을 목표로 세운 것"이라고 부연했다.

PM과 설계를 유럽회사가 맡은 이유에 대해서는 "터키의 다리 설계 기준이 유럽 기준에 맞춰져 있어 동양 시스템과 다르다"고 했다.

터키 차나칼레 대교의 '캣 워크'. /연합뉴스
터키 차나칼레 대교의 '캣 워크'. /연합뉴스

그렇다고 국내 기업이 설계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진동제어장치와 주케이블 같은 공정의 설계엔 국내 기업도 참여했다.

김호경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전 국토해양부 내풍기술단장)는 "진동제어장치와 주케이블 설계에 국내 기업이 참여했다"며 "차나칼레 현수교에 사용되는 고강도 케이블도 국내 기술"이라고 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팩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100% 국산 기술이 아닌 것은 맞지만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 등 국내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며 "글로벌 사업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 해외 기업과 합작하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설계경쟁력 글로벌 최하위권이지만… 현수교 경쟁력 높아

한편, 우리나라 설계경쟁력은 글로벌 선두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건설산업 설계경쟁력(2017년 1월 기준)은 선두국가 대비 39%로, 8위를 기록했다.

 

한국 건설산업 글로벌 건설 경쟁력 현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하지만 현수교 분야에선 한국 건설사의 경쟁력이 높다고 학계는 주장한다.

김춘호 중부대학교 토목공학전공 교수는 "국내 기업의 기술력은 믿을 만하다"며 "영종대교·이순신대교 등 국내 현수교도 설계와 시공부터 감리 및 유지 보수까지 모두 국내 기업이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기업의 현수교 기술력은 증명됐다고 학계는 본다. 대표적 사례가 2012년 5월12일 완공된 이순신대교이다. 이순신대교는 100% 순수 국산 기술·인력으로 건설된 국내 최장 현수교로, 건설 당시 세계 4위 길이다.

이순신대교는 설계부터 시공, 건설에 사용되는 장비, 최종 감리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이 국내 기업에 의해서만 진행돼 한국 교량 건설사의 한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차나칼레 대교는 길이가 4608m로, 세계 최장 현수교다. /연합뉴스
차나칼레 대교는 길이가 4608m로, 세계 최장 현수교다. /연합뉴스

◇세계 최장 현수교, 차나칼레 대교

한편 차나칼레 대교는 다르다넬스 해협을 가로질러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현수교다. 길이는 4608m로 세계 최장 현수교 타이틀을 자랑하고, 높이는 334m로 에펠탑보다 높다.

현수교는 주탑과 주탑을 케이블로 연결, 케이블에서 수직으로 늘어뜨린 강선에 상판을 매다는 방식 교량으로, 국내에선 광안대교와 영종대교, 이순신대교가 대표적이다.

현수교는 일정 폭마다 콘크리트 기둥(주탑)을 세워줘야 하는 일반적인 다리에 비해 주탑이 최소화되기 때문에 선박 운항에 문제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과 외관미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건설 작업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현수교는 해상 교량 가운데 시공과 설계 기술 난이도가 가장 높은 다리로, 세계적으로 현수교를 자국 기술로 지을 수 있는 국가는 몇 없다고 평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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