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작가, NFT 진입에 긍정적
작품 부족에 개인전서 급출품도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 서울 KIAF SEOUL 2021’ 전시장에서 관람객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팩트경제신문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 서울 KIAF SEOUL 2021’ 전시장에서 관람객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팩트경제신문

‘키아프 서울 KIAF SEOUL 2021’이 개최돼 뜨거운 구매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NFT와 신진작가 작품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코엑스 A·B홀에서 진행된 KIAF 2021은 지난해 온라인 뷰잉룸으로 진행했던 팬데믹 아쉬움을 달래듯, 인산인해를 이뤘다. 올해는 △갤러리 현대 △PKM △국제 △학고재 △BHAK 등 국내 갤러리 뿐 아니라, △페이스 △페로탕 △글래드스톤 등 해외 갤러리도 참여하면서 다채로운 현장이 만들어졌다. 15일은 일반 오픈 첫날임에도 이미 판매가 끝난 작품이 많아 그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BHAK 갤러리는 NFT로 선보인 사우스빅(southbig) 작가의 ‘멜론머스크 (THE MELON MUSK)’ 연작을 전시했다./ 팩트경제신문
BHAK 갤러리는 NFT로 선보인 사우스빅(southbig) 작가의 ‘멜론머스크 (THE MELON MUSK)’ 연작을 전시했다./ 팩트경제신문

현장에선, NFT 이슈에 발맞춰 미술시장을 공략하는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NFT는 KIAF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병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BHAK 갤러리는 NFT로 선보인 사우스빅(southbig) 작가의 ‘멜론머스크 (THE MELON MUSK)’ 연작을 전시했다. 테슬라 CEO 일론머스크를 희화한 해당 작품은 NFT 큐레이션 플랫폼 ‘FOUNDATION’에서 0.1334ETH에 판매됐다.

KIAF 현장에서 눈길을 끄는 NFT 작품에 일반 작가로부터 문의가 이어졌다. BHAK 갤러리 관계자는 팩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반 작가 대다수가 NFT로 어떻게 접근할지 잘 모르는데, 설명을 듣고 NFT 진입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오프라인으로 출품하던 작가가 NFT를 활용하면, 미술품 유통시장에 진입하는 경로가 다양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NFT 진출을 고려하는 작가가 많아지는 가운데, NFT 분야에서 선이 굵은 PKM 갤러리를 찾았다. 해당 갤러리는 지난 5월 홍콩 아트바젤에 코디 최 작가 '애니멀 토템 시리즈(Animal Totem series)'를 NFT로 출품하면서 이목을 집중한 바 있다.

PKM갤러리 정윤호 이사는 KIAF 현장 인터뷰에서 NFT가 갖는 장점을 말했다. 그는 “오프라인에서 거래되는 작품은 가액이 비싸 일정 예산을 넘으면 눈으로 직접 보면서 결정해야하는 부분이 있는데, NFT 작품은 대체로 디지털로 접하다 보니 결정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갤러리에서 NFT를 취급하는 특수성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온·오프라인 경계가 많이 허물어져 인식만 확보되면 오히려 NFT가 더 간단한 측면이 많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다봤다.

이처럼 NFT는 디지털 회화지만, 희소가치 측면에서 오프라인 미술거래와 맥을 같이한다. NFT 저변이 넓어지는 만큼, 향후 아트페어에서는 다양한 NFT 작품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할 예정이다.

이화익 갤러리가 전시한 차영석 작가 '스니커즈 시리즈'는 신진작가 인기작품으로 꼽힌다./ 팩트경제신문
이화익 갤러리가 전시한 차영석 작가 '스니커즈 시리즈'는 신진작가 인기작품으로 꼽힌다./ 팩트경제신문

한편, 이번 KIAF는 박서보·김창열·하종현 등 고가를 넘나드는 꾸준한 인기작이 많았지만, 그에 견주어 신진작가 작품이 함께 흥했다. 미술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비교적 저렴한 신진작가 작품에도 구매의지를 표출하는 고객이 많은 것이다. 특히, 이화익 갤러리와 학고재 갤러리에서 직접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화익 갤러리 큐레이터는 팩트경제신문과 만남에서 차영석 작가의 스니커즈 시리즈를 인기작품으로 꼽았다. 그는 “70여점을 작가님께서 그렸고, 그중 선별한 약 40점이 이번 KIAF에서 팔렸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한 점당 300만원 선에 거래됐다. 작가 아이디어를 담은 색감연출이 관심을 끌면서, 작품 앞은 구매를 고려하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갤러리 측 관계자는 “꾸준한 인기에 개인전 중인 작품을 떼어 KIAF에 채워넣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학고재 갤러리는 김재용 작가가 2013년부터 제작한 ‘도넛 매드니스!!’ 연작을 전시했다./ 팩트경제신문
학고재 갤러리는 김재용 작가가 2013년부터 제작한 ‘도넛 매드니스!!’ 연작을 전시했다./ 팩트경제신문

학고재 갤러리는 김재용 작가가 2013년부터 제작한 ‘도넛 매드니스!!’ 연작을 전시했다. 세라믹 소재를 활용한 작품은 연작이 한 벽면에 걸려있어, 15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군집하는 풍경을 연출했다. 작품을 구매한 여성은 팩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100만원을 생각하고 왔는데 사려는 사람이 많아서 150만원도 부르더라”며 “3개를 구입했는데 이런 작품은 부엌에만 걸어놔도 예쁜 생활 소품”이라고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신진작가 작품에 인기가 쏠리는 이유는 거액을 쓰지 않고도 작가의 미래가치를 판단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컬렉터가 생활 속에서 작품과 공존하고 싶은 심리가 반영된 셈이다. 소액 컬렉터가 기존 전문 컬렉터 못지않은 주요고객으로 부상하면서, 미술시장은 ‘블랙머니가 오가는 폐쇄시장’이라는 선입견을 타파하고 넓은 확장성을 보여준다.

NFT를 비롯해 신진작가 작품이 새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내년 KIAF 실적에도 기대가 쏠린다. 주최 측이 추정한 1000억대 매출에 걸맞게, 대다수 갤러리 관계자는 판매성과가 성공적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이를 방증하듯, KIAF 2021은 프리뷰에서만 약 5000명이 입장해 하루 매출 35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불과 하루만에 2019년 KIAF 총 거래액 310억원을 넘으면서, 이번 아트페어는 크게 흥행했다고 평가된다. PKM갤러리 관계자는 이같은 구매열풍에 대해 “작년에 큰 아트페어가 없어 기다리셨던 한을 이제야 푸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KIAF는 국내 단독개최를 거두고, 해외 미술 브랜드와 협업 예정이다. 화랑협회 측은 내년부터 영국 아트페어 브랜드인 프리즈(Frieze)와 공동 개최를 예고했다. 이에 내년 KIAF는 올해 가능성을 모았던 NFT와 신진작가가 한 데 모여 세계 진출을 모색하는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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