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명대 확진 최다 기록에도 방역 '나몰라라'
유학생 "한국, 코로나19에도 자유로워 좋아"
경찰 "방역 감독 인력난에 단속하기 어려워"
추석 연휴 이후 확진자 급증에 추가 대확산 우려

국내 일별 최다 확진자가 발생한 25일 밤 11시 30분, 홍대입구 근처는 인파로 가득했다./ 팩트경제신문
국내 일별 최다 확진자가 발생한 25일 밤 11시 30분, 홍대입구 근처는 인파로 가득했다./ 팩트경제신문

코로나19에도 길거리 축제는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동선 파악이 어려운 외국인들까지 엉켜,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지만, 젊은이들은 정신없이 놀고 있었다. 관할 경찰서는 "단속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단속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외국인은 "한국 경찰은 차를 타고 사이렌만 울리며 겁을 줄 뿐, 그리 무섭게 단속하지 않아서 신경이 잘 안 쓰인다"고 했다.

<팩트경제신문>은 25일, 서울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몰린다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과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취재했다. 이날은 국내 코로나19 최다 확진자가 나온 날이기도 하다. 3273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현실은 말 그대로 방역 '무법지대'였다. 특히 홍대입구역은 아수라장이었다. 마스크 미착용은 기본이고, 길거리는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경찰차 2~3대가 인파가 몰린 골목을 지나가면서 해산 명령을 내리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일부는 발길을 돌려 장소를 옮겼지만, 대다수는 경찰의 해산 명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는 경찰차에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는 제스처까지 보였다. 하지만 경찰은 아무런 조치 없이 사이렌만 울린 채 현장을 빠져나갔다. 

팩트경제신문이 찾은 25일 밤 11시 30분 홍익대 근처 상황./ 팩트경제신문

홍대입구역을 찾은 외국인 A씨(24)는 "우리나라는 국경 봉쇄령이 내려졌을때, 집 밖에만 나가도 신분증 검사를 하거나, 외부에서 술을 마시면 현장에서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면서도 "한국 경찰은 실탄이 장착된 총도 없을 뿐더러 무엇보다 강압적인 진압을 하지 않으니 솔직히 별로 신경이 안 쓰인다. 너무 자유로워서 좋다"고 했다. 홍대에 거주하는 국내 대학생 B씨(22)도 "사이렌만 울리고 지나갈 뿐, 딱히 처벌한다거나 강경하게 대응을 하지 않으니까 그냥 무시하게 되는 것 같다"라며 "무엇보다 인파가 이렇게 많은데 경찰 3~4명이 어떻게 해산시키겠나"라고 말했다.  

서울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서교치안센터 관계자는 <팩트경제신문>과 인터뷰에 "구청 당직자 1명과 마포경찰서 단속 인원 1명 등 10명이 넘지 않는 인력이 방역 단속에 투입된다"며 "인원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경찰로써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홍대의 이런 상황은 작년부터 지속됐고, 경찰도 매일 단속을 나가지만, 인력 문제로 인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상황은 용산구 이태원도 마찬가지였다. 본지는 지난 6월, 이태원의 방역 상황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에도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사람들이 길거리에 몰려 춤추고 술을 마셨고, 현장 취재를 나갔던 본지 기자는 용산구청에 해당 내용을 신고했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이태원은 지난해 '이태원 클럽발 2차 대유행'의 출발점인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방역수칙은 엉망이었다. 심지어 몇몇 외국인은 현장을 촬영하는 기자에게 술병을 던지기도 했다. 

경찰서가 앞에 있지만, 이태원을 찾은 사람들에겐 무용지물이다. '코로나19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눈에 띈다./ 팩트경제신문
경찰서가 앞에 있지만, 이태원을 찾은 사람들에겐 무용지물이다. '코로나19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눈에 띈다./ 팩트경제신문

홍대와 마찬가지로 이태원 또한 외국인 비율이 상당히 높은 곳이다. 일각에선 외국인에 대한 방역 관리 감독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일부 업소에선 외국인에 대해 출입명부 작성을 하지 않는 경우도 목격됐다. 또한 코로나19 관련 재난 문자도 외국인에게 한글로 보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원을 찾은 외국인 교환학생 D씨(21)는 "항상 재난 문자가 오는데, 한글로 쓰여 있어 그냥 무시한다"며 "입국했을 때도 2주간 자가격리 및 마스크를 잘 착용하라는 기본적인 안내만 받았을 뿐, 학교나 한국 정부에서 외국인에 대해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안내해 주지 않으니, 한국의 코로나19 상황 판단을 쉽게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외국인 Y씨(25) 또한 "음식점을 방문하면 한국인들에게는 한국말로 방역 수칙 안내와 확인 등을 진행하는데, 외국인이 가면 영어가 안되니 확인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실내·외에 명시된 코로나19 관련 안내장, 포스터, 현수막 등도 모두 한국어로 되어 있어서 외국인은 한국 정부의 방역수칙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030세대 젊은이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그저 형식적인 단어일 뿐이다. 사진은 국내 일별 최다 확진자가 발생한 25일 밤 11시 30분 홍대입구 근처 현장 모습./ 팩트경제신문
2030세대 젊은이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그저 형식적인 단어일 뿐이다. 사진은 국내 일별 최다 확진자가 발생한 25일 밤 11시 30분 홍대입구 근처 현장 모습./ 팩트경제신문

이날 <팩트경제신문>이 찾은 홍대입구역과 이태원은 20·30세대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방역당국은 그동안 사적 모임이 가능한 인원수에 백신접종 완료자를 제외하는 백신 인센티브 등을 주며 접종을 적극 장려했다. 20~30대도 화이자 등 백신접종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20·30세대 백신 접종자에게서 부작용 사례들이 잇따라 보도되자 불안에 빠져 접종을 꺼리는 분위기다. 

대학생 강모씨(23)는 "백신 부작용 사례가 너무 많고, 특히 화이자 관련 외신 보도를 보면, 젊은 사람일수록 심근염 등 혈관 질환 발생 빈도가 높다고 한다"며 "젊을수록 코로나19에 걸려도 회복이 빠르고, 상대적으로 걸릴 확률도 적은데 위험을 감수해가면서까지 백신을 맞아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또한 백신 문제뿐만 아니라 코로나19에 대한 심각성도 젊은 세대들은 크게 게의치 않고 있었다. 

또 다른 시민 배모씨(27)는 "식당·카폐 등 영업시간을 10시로 제한한다고 해서 집에서만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며 "길거리가 그 대안이 됐고, 편의점은 24시간 열려 있으니, 술은 언제든지 구할 수 있을뿐더러 친구들과 함께 충분히 어울려 놀 수 있는 환경이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코로나19 전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국내 일별 최다 확진자가 발생한 25일 밤 11시 40분경 홍대 일대 현장 모습./ 팩트경제신문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3273명(지역발생 3245명, 해외유입 28명) 늘어 누적 29만 8402명이라고 밝혔다. 전날(2434명)보다 무려 839명이나 늘었다. 방역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다음주부터는 추석 대규모 인구이동의 여파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전국적 대확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추가로 전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유행을 주도하고 있고, 접종률이 높은 해외 국가에서도 '돌파 감염' 등의 영향으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어서 4차 대유행의 기세가 언제 꺾일지도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루 확진자는 지난 7월 7일(1211명) 이후 81일 연속 네 자릿수로 집계됐다.

아울러 현재까지 국내 정규 선별진료소에서 이뤄진 코로나19 진단 검사 건수는 총 1428만 5340건으로 이 가운데 29만 8402건은 양성, 1293만 715건은 음성 판정이 나왔고 나머지 105만 6223건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누적 양성률은 2.09%(1428만 5340명 중 29만 8402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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