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 강력 반발 “허구적 상생안”
중소업체도 “자리잡은 사업은 유지하겠다는 것”
주가 하락·계열사 상장 연기 등 악재 계속

김범수 의장(사진)이 직접 나서 상생안을 발표하고 논란 부분에 대한 개선을 포함한 상생안을 발표했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카카오를 비판하고 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사진)이 직접 나서 상생안을 발표하고 논란 부분에 대한 개선을 포함한 상생안을 발표했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카카오를 비판하고 있다. /카카오

쉴새없이 쏟아지는 비판에 결국 김범수 의장까지 나서 상생 방안을 발표했지만, 정작 업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가장 큰 반발로 거부감을 표하고 있는 곳은 택시업계다. 카카오 독점 논란이 수면 위로 불거지고, 온갖 비판이 쏟아진 계기가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 갑질 논란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택시업계 반발은 카카오 측이 내놓은 상생안에 불만족을 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업계는 16일 공동성명서를 발표해 “국민과 택시업계 기망하는 카카오의 허구적 상생안 거부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또 카카오 독점 규제법안을 즉각 법제화하라고 촉구했다.

택시업계는 “카카오는 문어발식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택시업계 등 소상공인, 언론과 정부, 국회의 전방위적 비판에 골목상권 철수를 발표했다. 동시에 그 동안 성명서 등을 통한 숱한 택시업계의 문제 제기와 대화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던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스마트호출 서비스 폐지 및 프로멤버십 이용료 인하, 지역별 가맹택시 사업자와의 상생 협의회 구성을 주요 내용으로 상생안을 발표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 상생 방안에 대해 “허구적 상생안”이라고 일축했다. /카카오모빌리티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 상생 방안에 대해 “허구적 상생안”이라고 일축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그러나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 상생 방안은 스마트호출 수수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여론몰이에 불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프로멤버십 이용료를 인하했지만, 이는 스마트호출 수수료 폐지에 따른 카카오모빌리티 이익 보전을 위한 것일 뿐”이라며 “프로멤버십 제도는 가입자와 비가입자 간 극심한 갈등과 대립을 야기하는 것이 본질적 문제점이라 폐지를 주장했음에도 소폭 인하에 그치는 것은 택시업계를 기망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별 가맹사업자들과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생 협의회를 구성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지역별 사탕발림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미봉책이자 여론몰이를 통해 국민과 택시업계 내부를 갈라치기하는 행태”라고 평가절하했다.

앞서 4개 택시단체는 카카오의 택시 호출시장 독점에 따른 불공정행위에 대해 진정을 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사안을 조사 중이다. 택시업계는 해당 사안을 철저히 조사하고 엄벌해 택시호출시장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국회에 제출된 플랫폼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들을 조속히 입법화해 더 이상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플랫폼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좌지우지하며 이속을 챙기기 위해 서민경제 고혈을 빨아대는 것을 방지하고,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과 플랫폼 업계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택시업계 외에도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카카오 상생방안에 대해 “잘되고 있는 사업을 유지하려 한다”거나 “사업에서 손을 떼지 않고 수수료만 낮추려는 것은 결국 독점적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
택시업계 외에도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카카오 상생방안에 대해 “잘되고 있는 사업을 유지하려 한다”거나 “사업에서 손을 떼지 않고 수수료만 낮추려는 것은 결국 독점적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

택시업계뿐만이 아니다. 대리운전 업계도 카카오가 수수료율을 낮추는 것은 결국 대리기사들을 몰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해 중소업체들이 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외에도 골목상권에 다수 진출해 있는 카카오가 꽃배달, 간식 배송, 샐러드 배송에서만 손을 떼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 목소리가 나온다. 미용실과 스크린골프 등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사업은 결국 유지하겠다는 뜻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지난 13일과 14일 전체 회의를 열고 골목상권 논란 사업을 철수하고 IT혁신과 이용자 후생을 더할 수 있는 영역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또 플랫폼 종사자와 소상공인 등 지원 확대를 위한 기금을 5년간 3000억원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범수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 사회적 가치 창출 집중 등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논란이 됐던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택시가 갖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을 통감하고, 택시 기사와 이용자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전면 폐지하고 택시 기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을 월 3만 9000원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가맹 택시 사업자와의 상생 협의회도 구성한다고 전했다.

대리운전 기사들에 대해 기존 20% 고정 수수료 대신 수요공급에 따라 0~20% 범위로 할인 적용되는 변동 수수료제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고,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진행되는 대리운전사업자들과의 논의 채널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상생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골목상권 진출 직접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일었던 기업 고객 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는 철수하기로 했다. 다만, 해당 서비스를 제공해 온 기업에 미칠 사업적 영향을 고려해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사업을 축소해나갈 예정이다.

김범수 의장은 100% 지분을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 사회적 가치 창출 집중 등 책임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직접 상생안을 발표하는 등 사실상 백기투항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100% 지분을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 사회적 가치 창출 집중 등 책임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직접 상생안을 발표하는 등 사실상 백기투항했다. /카카오

이같은 결정은 카카오가 최근 사회 전방위적 비판에 결국 백기투항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김범수 의장이 직접 나서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카카오와 모든 계열 회사들은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 것은 비판 여론을 받아들이고 깊이 사과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같은 사과 및 상생안 발표에도 카카오에 대한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카카오 관련 주가 하락, 계열사 상장 연기 우려 등 카카오 악재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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