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단백질 운반체, 골수 종양에 축적 가능성↑
연구진 "mRNA 전달체와 다른 방식 백신 개발해야"

코로나19 백신 접종./ 픽사베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픽사베이

<팩트경제신문>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희귀병 환자들의 상황을 취재했다. 이들에 대한 백신 접종은 항체형성 효과가 미미할 뿐더러 부작용 위험까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지침과 가이드라인이 없어 의료현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다.

특히 전두환씨가 앓고 있다는 혈액함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이 문제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질병에 걸린 환자는 코로나19 백신 항체가 잘 형성되지 않는다. 다발성 골수종 환자에게 투여되는 항-CD38 또는 벨라마프로라는 물질이 코로나19 백신 항체 형성을 방해한단 얘기다.

프랑스 파리 코친 병원 마거리트 비뇽(Marguerite Vignon)박사 연구팀은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골수종 치료에 사용되는 면역억제제가 코로나19 백신의 항체 형성을 방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의 엘레니 코롬포키 연구원은 <팩트경제신문>과의 단독 통화에서 "항-CD38과 항-SLAMF7 단일클론 항체 등을 통해 다발성 골수종 치료를 받는 환자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으면 이 백신에 대한 추가 항체 양성을 방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골수종 환자 등 암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그 위험성은 일반인보다 더 커질 수 있다"며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원칙이긴 하지만, 그 효능에 대해서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mRNA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추출한 유전 물질로 만든다. 해당 유전 물질에는 백신의 항원인 스파이크(S) 단백질 등을 코로나 항체로 운반하게 되는데, 이 때 S단백질 mRNA는 리포솜에 캡슐화되어 나노 입자로 전달된다. 연구진에 따르면, 해당 전달체가 체내에서 항체로 운반하는 과정에서 골수 종양에 축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효과도 적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엘레니 교수는 "골수종 등 혈액암의 종양 조직에 리포솜이 흡수될 가능성과 관련, 해당 환자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투여할 때, 투여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본다"며 "암세포에 대한 리포솜 형태의 S단백질이 축적되면 종양 면역의 변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종양 생물학에 대한 리포솜 백신의 영향을 살펴보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다발성 골수종 등 희귀 혈액암 환자를 위해 mRNA 대체 형태(리보솜으로 투여되지 않는)의 백신 개발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대학의 한 연구팀이 발표한 '다발성 골수종 환자와 코로나바이러스 백신과의 관계 논문./ Hema Sphere
프랑스 대학의 한 연구팀이 발표한 '다발성 골수종 환자와 코로나바이러스 백신과의 관계 논문./ Hema Sphere

한편, 백신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고위험군을 다루는 일선 병원에선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월 18일, 고령자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한다'는 방침을 밝히며, 현재까지 백신 예방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고위험군 우선 접종’ 방침과 달리, 암환자·희귀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백신 접종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얘기다.

김성주 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요양병원 입원 중 항암 치료 등을 이유로 백신 접종을 미루면 '환자 미동의'(백신 접종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로 처리해 이후 연령대 대상 백신 접종에서도 제외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요양병원에선 백신 안전성 검증 자료나 근거 등이 부족해 고령층 환자가 부작용을 우려해 백신 접종을 기피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요양병원의 한 관계자는 "고령층 암 환자 등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기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일반적으로 항암치료 시작 전, 시작 시점, 치료 중간, 치료 이후 모두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그런데 심한 골수저하를 유발하는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할 때는 담당 의료진의 (임의) 판단 하에 접종을 고려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종양내과학회는 최근 림프종, 다발골수종 등 혈액암 환자에 대한 조사에서, '동종 혹은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혹은 CAR-T 등의 세포치료를 시행 받은 환자의 경우 치료 종결 최소 3개월 이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사회적·신체적 제약 등으로 접종이 어려운 대상군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접종대책을 수립해 방역·접종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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