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보유율, 베트남 1위... 인도네시아·인도 등 상위 5개국 아시아국가

베트남 비트코인 단말기./ 뚜오이체 온라인판 캡처
베트남 비트코인 단말기./ 뚜오이체 온라인판 캡처

암호화폐는 2021년 시세 급등과 함께 빠르게 대중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부분 국가에서 규제의 수준을 계속 높이고 있지만, 암호화폐 보급의 속도를 늦추지는 못하고 있다. 암호화폐 보유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여러 국가에서 비슷하지만, 2021년 들어서 특히 눈에 띄는 곳은 아시아 지역이다.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소의 중추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아시아의 비중이 높았던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암호화폐 보유자수 증가 측면에서 최근 관심을 끄는 곳은 중국이 아닌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다. 여러가지 금융관련 상품에 대한 비교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Finder.com(파인더닷컴) 이 최근 내놓은 27개국의 암호화폐 보급율 보고서를 보면 이러한 경향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아시아가 급격한 암호화폐 보유자수 증가를 발판으로 글로벌한 암호화폐 생태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각 국가별 암호화폐 보유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집계하는 곳은 아직 없다. 여러가지 거래소 통계와 표본 조사를 통한 추정치 정도로 파악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 Finder.com이 27개국 4만 2000명 샘플를 대상으로 한 서베이 조사 결과는 현재 글로벌하게 확산되는 암호화폐 보유자수 증가 트렌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19%가 암호화폐를 이미 소유하고 있다. 보유자의 성별 차이도 유의미한 정도로 차이가 있다. 남자의 22%가 보유하고 있는 반면 여자는 15%를 보유하고 있다. 국가별 보유자율에서는 베트남이 41%로 가장 높다, 그 뒤로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지아, 필리핀 순으로, 상위 5위까지를 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암호화폐가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별 암호화폐 보유자 비율 순위./ 파인더닷컴
국가별 암호화폐 보유자 비율 순위./ 파인더닷컴

베트남은 사실상 암호화폐를 불법화시킨 국가인데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40% 이상이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인도네시아는 비교적 친 암호화폐 규제 프레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합법적인 암호화폐 거래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인도 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지만, 공식적으로 불법화된 상태는 아니다. 말레아시아도 비교적 암호화폐 거래가 자유로운 편에 속하고 거래소를 위한 규제 환경도 빠르게 정비되어 가고 있다. 필리핀도 암호화폐 산업을 제도권내로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암호화폐 기업을 위한 경제 특구를 개방하기도 했다. 

이러한 아시아 국가들에서의 빠른 암호화폐 보유자 확산 배경 중 하나는 국제간 송금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서 번 돈을 자국으로 송금하려는 수요가 많고, 여기에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늘어 나면서 빠르게 인프라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이루어진 다른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암호화폐 분석회사 체인넬리시스(Chainalysis)는 여러가지 지표를 종합해서 글로벌 암호화폐 보급 인데스를 만들어 발표했는데, 여기서도 1위가 베트남이고 2위가 인도다. 

글로벌 암호화폐 보급 인덱스./ 체인넬리시스
글로벌 암호화폐 보급 인덱스./ 체인넬리시스

연령별로 보면, 전체적으로 20대와 30대가 보유자 비율이 높은데 아시아 국가에서 유독 10대 후반에서 30대에 걸쳐 보유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 조사에서는 한국의 경우 45-54세의 연령층의 보유 비율이 높아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는 상당히 다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오프라인 경기 위축으로 온라인에서 소득을 확보려하려는 청년 충의 발빠른 움직임이 암호화폐 붐을 일으키는 또 하나의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연령별 코인 보유자 순위./ 체인넬리시스
연령별 코인 보유자 순위./ 체인넬리시스

P2P 플랫폼의 확산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에서의 암호화폐 보유자의 확산은 기존 사용자들이 많았던 국가의 패턴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존 암호화폐 인기 국가들에서는 주로 중앙화된 거래소에서의 거래 물량이 주가 되고 있지만, 신흥 국가들에서는 P2P 플랫폼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체인넬리시스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개인간 거래 플랫폼 트래픽의 50% 이상을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 지역이 차지하고 있는 반면, 북미 지역의 비중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페이팔이나 로빈훗같은 대형 금융 업체들이 직접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에 뛰어 들고, 기존 금융 기관의 진입도 가속화됨으로써, 갈수록 대형 업체의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의 결과다.

국가별 P2P 플랫폼 성장세. 2019년 4월~2021년 6월./ 체인넬리시스
국가별 P2P 플랫폼 성장세. 2019년 4월~2021년 6월./ 체인넬리시스

국가별 암호화폐 수익

아시아 신흥 국가의 암호화폐 보유자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거래량 규모와 투자 수익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비중이 크지 않다. 

비록 2020년 데이터이고, 비트코인에 한정한 것이기는 하지만, 체인넬리시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의 수익은 40억 달러를 넘어서, 2위인 중국보다 4배 가까이 많다.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에서의 암호화폐 수요가 국제간 송금을 위한 P2P 소액 전송이 중심이다 보니, 아무래도 투자 수익 측면에서는 미국을 따라갈 수 없는 상태다.

국가별 암호화폐 수익./ 체인넬리시스
국가별 암호화폐 수익./ 체인넬리시스

아시아 암호화폐 대중화와 글로벌 생태계 

비트코인의 백서가 만들려고 했던 P2P 화폐 시스템에 부합하는 암호화폐 생태계의 발전은 투자 중심의 선진국보다는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에서 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 사용을 위한 유틸리티를 우선시 할 수 밖에 없는 경제적 상태가 그 배경을 이룬다. 국제적 노동 분업 구조와 이에 대응하는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송금 시스템을 해결하는 데 암호화폐가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암호화폐로 생기는 막대한 새로운 부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아시아와 중남미 지역에서의 암호화폐 사용자의 급증은 암호화폐 생태계의 새로운 대중화 단계로의 진입을 가속화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가치 체인의 구조도 뒤흔들리게 될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최근 베트남의 스타트업이 개발한 엑시 인피니티 게임은 아시아 지역의 사용자를 바탕으로 급격하게 새로운 가치 창출 플랫폼으로 글로벌하게 뻗어나가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암호화폐 보유자의 급증이라는 배경이 없었다면 엑시 인피니티 게임이 이렇게 빠르게 확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엑시 인피니티./ 스카이마비스
엑시 인피니티./ 스카이마비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지역의 사용자가 중심이 되어 생산해낸 게임 아이템과 코인이 중국으로, 한국으로, 급기야 미국으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로서도 국민 기업으로 표창장을 줘도 모자랄 상황이 된 것이다. 암호화폐 생태계에 국적을 이야기하는 것이 또다른 폐쇄적 경쟁 논리를 끌어들이는 것처럼 보일 우려는 있지만, 현실 국제 질서가 심각한 부의 불균형 상태에 빠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자의 입장에서 암호화폐를 통해 새로운 경제 활력을 찾아 가려는 시도를 충분히 긍정적으로 봐도 될만하다. 

아시아 지역에서 불고 있는 암호화폐 열풍을 각국의 정부가 수세적인 입장에서 없애야할 부정적인 것으로 보고 매우 방어적인 전략을 취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을 정부가 아무리 틀어 막아 봐도 미봉책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지금은 방어를 우선시 하기 보다는 글로벌한 시장에서 재구성되고 있는 가치 체인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를 고민하는 공격적인 기조가 훨씬 더 효과적이다. 

암호화폐가 보유자가 많고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고, 개인간 거래가 왕성하게 일어난다는 것은 앞으로 글로벌한 시장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인프라적 성격을 지닌 사회적 자원이 될 것이 분명하다. 마치 거래소 규제가 암호화폐 제도화의 핵심인 듯이 많이들 착각하고 있는데, 중앙화된 거래소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 펼쳐질 암호화폐 생태계의 지엽적인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소수의 중앙화된 거래소의 기득권을 확보해주는 게 암호화폐 정책의 핵심이 되어서는 안된다. 스스로 자신의 키를 직접 관리하면서 게임을 하고 투자를 하고, 다른 국가에 있는 낮선 인물과도 거리낌 없이 트랜잭션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용자들의 수를 어떻게 더 늘릴 수 있을지, 이들을 바탕으로 어떻게 스타트업들이 글로벌한 무대로 더 진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된다.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팩트경제신문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팩트경제신문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국내 블록체인 커뮤니티 1세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 석사 출신으로, 이후 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 커뮤니케이션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아톰릭스랩 대표로 서울 이더리움 밋업 공동 운영자, 한국이더리움 사용자그룹 운영자를 역임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국내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 서울 이더리움 밋업과 한국 이더리움 사용자 그룹을 중심으로 이더리움 커뮤니티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2018년 아톰릭스랩 설립 후 개인키를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키관리 솔루션과 이에 기반한 Dapp 지갑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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