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NFT 융합, P2E(Play To Earn) 확산
이달 초 기준, 액시 인피니티 하루 수 23만명
글로벌 경쟁력 갖춘 한국 게임 시장에서 잠재력↑

게임 하면 돈을 주는 P2E(Play to Earn), 게임 내 활동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axieinfinity
게임 하면 돈을 주는 P2E(Play to Earn), 게임 내 활동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axieinfinity

게임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아마도 한번 쯤은 '하루 종일 재미있는 게임만 해도 먹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게임을 직업적으로 하는 프로 게이머들이 있기는 하나, 이건 아무나 할 수 없는 넘사벽의 세계이니 꿈도 꿀 수 없다. 일반인이 특별한 실력이나 경험이 없어도 비교적 단시간 내에 게임을 해서 남들만큼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이더리움과 사이드체인을 기반으로 만든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라는 블록체인 게임이 이런 상상을 현실화시켜 주고 있다. 벌기 위해서 게임을 한다는 “Play to Earn”이라는 새로운 쟝르로 부각되고 있는 게임이 과연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할 수 있을까?

게임 아이템 거래의 문제

게임 아이템이나 캐릭터가 경제적 교환 가치가 있다는 인식은 블록체인을 사용하지 않는 게임에서도 이미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 남보다 좋은 아이템과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면 게임 안에서 다른 플레이어와 싸우거나 경쟁할 때 엄청 유리하고, 또 그만큼 대접을 받으니 어떻게 해서든 이를 얻고 싶은 수요는 항상 있게 마련이다. 직접 노가다로 아이템을 획득하려면 지루한 반복 작업을 오래 해야하지만 현금을 주고 살 수만 있다면 쉽게 전투력을 올릴 수 있다. 아이템 거래에 대한 수요가 크다 보니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에서는 리니지와 같은 게임 아이템 때문에 생긴 사고들이 언론에 다수 보도된 바 있다. 심지어 조폭까지 개입되어 오픈라인에서의 폭력으로까지 연결된 사례도 있었다. 게임 아이템 거래를 전문적으로 하는 트레이딩 사이트도 다수 있다. 

몇 해전 포키몬 고(Pokemon Go) 모바일 게임이 글로벌하게 인기가 많았을 때 희귀한 몬스터를 보유한 어카운트를 이베이에서 사고 파는 일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게임내에서 아이템이나 캐릭터 거래가 불가능하다 보니 아예 어카운트 로긴 정보를 사고 파는 시장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게임 개발사는 사용자들이 게임 안에서 아이템을 자기네 한테 돈을 주고 사게 만드는게 목적이었지 사용자들 간의 거래를 지원할 의사는 전혀 없었지만, 이미 잘 육성된 캐릭터를 가진 어카운트를 찾는 수요가 있으니 이에 대한 공급자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희귀 포켓몬을 포함한 계정을 매물로 내놓은 이베이 게시물./ 이베이
희귀 포켓몬을 포함한 계정을 매물로 내놓은 이베이 게시물./ 이베이

하지만 블록체인을 사용하지 않는 게임은 이러한 아이템 거래에 몇가지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첫째, 게임 아이템의 지속성에 대한 보장이 없다. 해당 게임 서버가 문을 닫으면 그 게임에서 이용하던 모든 아이템과 캐릭터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모든 데이터는 대부분 중앙화된 서버에 기록되고 일반 사용자는 이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권을 보장 받지 못한다.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릭 부테린이 한 인터뷰에서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필요성을 절감한 계기가 열심히 레벨업을 했던 아이템이 게임 서비스 중단과 함께 일  순간 사라진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는 일화가 있다. 

둘째, 직접적인 사용자간 아이템 거래를 게임 내에서 지원하기에 여러가지 경제적 법적 이슈가 있다. 게임 운영사의 수익 모델이 아이템을 사용자에게 판매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용자들이 직접 판매한다면 이러한 수익 모델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게임 내에서 통용되는 게임 머니도 마찬가지이다. 운영사가 판매해야 하는데 사용자들이 서로 사고 판다면 운영사의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 사용자 간 게임 아이템 거래가 법적 이슈를 일으킬 여지도 많다. 자칫 게임 내부에 거래 시스템을 만들었다가 게임 자체가 등급 심의에 걸릴 수가 있다.  이런 이유로 이미 아이템 거래가 게임 밖에서 활발히 이루어지더라도 게임 운영사는 게임 내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 약관을 가진 경우가 많다. 

셋째, 게임과 관련된 모든 규칙이 게임 운영사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변경될 수 있다. 게임 아이템과 캐릭터의 속성이나 상호 작용과 관련된 모든 규칙이 임의적으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이러한 결정 과정에 투명성이나 형평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이템과 캐릭터의 경제적 가치가 임의적으로 바뀔 수 있다면 이를 거래하는 시장 입장에서 보면 안정성에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블록체인을 사용하지 않는 게임 아이템은 대부분 게임 밖에서 비정상적인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게임 운영사의 입장에서는 법적 책임을 모면할 수 있는 구조일 수는 있지만,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안정하고 안정성이 떨어지는 시장을 이용하게 되는 셈이다. 돈만 가로채고 아이템을 넘겨 주지 않거나, 구입한 아이템이 무용지물이 되기도 하고, 여러가지 형태의 사기 범죄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보니 시장 규모가 제대로 커지기가 쉽지 않다. 

블록체인 게임인 크립토드래곤./ 구글플레이
블록체인 게임인 크립토드래곤./ 구글플레이

블록체인 기반 게임의 진화

게임이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방법은 여러가지 형태가 있고 이더리움이 출시된 이후 다양한 모델이 실험 되었다. 가장 단순한 것은 기존 게임에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접목하는 것이다. 게임 로직 자체는 모두 기존의 중앙화된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되 게임에서 사용되는 아이템을 블록체인에 기반한 고유한 토큰에 대칭시켜서 이에 대한 소유권을 게임 운영사의 직접적인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형태다. 설사 게임 서비스가 중단되어도 게임 아이템 자체는 블록체인 상에 남아 있으니 아이템의 소유권이 지속될 수 있다는 발상이다. 또한 게임 안에서 사용되는 게임 머니를 블록체인 상에 발행하는 토큰으로 대체한 경우도 많다. 모든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 상에 기록함으로써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게임 운영사도 미리 스마트 컨트랙에 설정한 규칙에 의거에서 발행하고 유통시킬 수 있을 뿐 임의로 변경할 수 없으니, 운영사의 횡포에 의해 토큰 가치가 급락할 위험성은 그만큼 줄어 든다. 이러한 외적인 접목 수준을 넘어서서 게임 자체의 로직과 규칙을 스마트 컨트랙으로 코딩해 블록체인 위에 올림으로써 더 완전한 형태의 블록체인 게임으로 진화해 가기도 한다.

게임을 이용하기 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여전히 중앙화된 서버에 호스팅한다고 해도 게임 로직과 아이템 모두 스마트 컨트랙에 의해 관할되기 때문에, 게임과 그 아이템의 지속성은 더 이상 게임 개발사나 운영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게 된다. 어떤 이유에서건 운영사가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사용자들의 전반적인 이해에 반하는 방식으로 변경을 할 경우, 사용자는 독자적인 운영 서비스를 별도로 운영할 수 있다. 게임에 필요한 기본 데이터는 블록체인 상에 있기 때문에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다시 개발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더 발전하면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되 다른 버전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가진 게임이 나올 수도 있고, 데이터를 공유하되 규칙은 상이한 버전이 출시될 수도 있다. 서로 다른 게임 아이템을 하나의 게임안에서 같이 사용하는 융합형 게임이나 조립식 게임이 나올 수도 있다. 게임 커뮤니티 규모의 성장과 관심의 분화는 다양한 형태의 게임 버전으로 분화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게임 개발사와 운영사의 독점적인 통제권은 힘을 잃게 되고 커뮤니티 주도의 생태계가 활성화된다. 

게임 자산의 생성과 관리를 블록체인을 통해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운용하는 모델을 넘어서서 이용자의 게임 플레이에 대한 적극적인 보상을 하는 모델도 등장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 기존 비지니스 모델에 대한 전면적인 발상 전환이 필요했다.

최근 블록체인, NFT를 글로벌 게임 시장으로 접목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Which50
최근 블록체인, NFT를 글로벌 게임 시장으로 접목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Which50

비즈니스 모델을 위한 발상의 전환 

인터넷 비즈니스 조차도 판매자와 소비자라는 고정된 주체를 상정하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 또는 완성된 게임 제품 제공자는 자본과 노동을 투자해서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고 이를 소비자에게 팔아서 수익을 남기는 모델이다. 게임 산업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게임 개발사가 만든 제품을 퍼블리셔 또는 유통 업자가 유통 채널을 이용해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게임 종류마다 다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판매자와 소비자의 역할이 나뉘어져 있고 이익의 원천은 이러한 판매 과정에서 생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모바일 게임이 게임을 무료로 배포하고 대신 그 안에서 아이템 구매를 유도하는 유형도 기본적으로 마찬가지로 아이템 판매라는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비즈니스가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비지니스라는 시각에서 보자면 중앙화된 판매자와 다수의 구매자라는 개념은 네트워크가 가진 역동성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네트워크 가치는 중앙화된 판매자가 일방적으로 미리 만들어 내서 파는 것이 아니고, 이것을 사용하는 참여자들의 집합적인 상호 작용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들 들자면, 구글이 유투브 서비스를 스타트업에게서 거액을 주고 샀을 때, 구글이 유투브 서비스를 이용해 얻을 수 있는 광고 수익은 이에 비해 매우 작았다. 당시 유투브가 가진 컨텐츠의 가치는 그 구매 가격을 정당화하기 어려워 보였다. 유투브의 가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참여자들이 스스로 생성해내는 컨텐츠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면서 부터다. 이전까지는 유투브가 비싼 클라우드 사용료와 방송 전송을 위한 네트워크 트래픽 비용을 물고 있으니 사용자가 무료로 유투브에 영상을 올리고 이를 방송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네트워크 가치를 구글이 만들고 있다는 착각이었던 것이다. 유투브에 영상을 올리고 구독자를 모으기 위해 경쟁적으로 노력하는 사용자들이야말로 네트워크 가치 생산의 본질적인 기반이라는 것을 파악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하지만 유투브의 경우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용자에 대한 보상은 있지만 이를 시청하는 사용자에 대한 보상은 아직 없다. 유투브의 막대한 경제적 이윤은 바로 이 보상을 빼 먹는 것에 있는지도 모른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은 게임 생산자가 모든 가치를 만들어 내고, 소비자가 이것을 돈을 주고 사서 소비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투명하게 공유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게임을 하는 장점을 잘 살리려면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해 한다. 더 많은 사용자가 참여하기 때문에 더 재미가 있다면, 각 사용자들의 게임 플레이가 네트워크 가치 생산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가치 생산을 하고 있다면 이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보상이 필요하고, 그 보상을 통해 더 적극적인 활동과 확장이 일어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보상이 중앙화된 주체에 의해 불투명하게 결정되고 관리되어서는 그 잠재적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없다. 보상으로 배분되는 자원을 통제하는 모든 규칙이 투명한 스마트 컨트랙에 의해 관할되고 문제가 있을 시 커뮤니티가 개선을 위한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장치들이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 기존 중앙화된 게임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본질적인 경쟁력인 것이다. 

게임 이용자들이 열심히 게임을 하고, 친구들과 공유를 하면 그에 대한 합리적이고 투명한 보상이 이루어 질 수 있다면, 게임 네트워크의 가치는 지불된 보상 이상으로 다시 성장할 수 있고, 선순환적인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게임 개발사 또는 운영사의 입장에서도 토큰 발행으로 생긴 토큰 지분의 평가 이익 상승을 통한 보상이 있고, 네트워크 성장에 따른 수수료 수입의 일부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이용자에게 직접 아이템을 판매해서 생기는 수익을 중심에 둘 필요가 없어진다. 

그런데 이러한 새로운 모델을 통해 유투버가 방송만 해서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이 가능해진 것처럼 게임만 해서도 경제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을까? 그것도 아주 뛰어난 기술이나 경험이 없이 평범한 수준의 게임 플레이만으로도 안정적인 수입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를 만들 수 있을까? 누군가의 이익이 다른 누군가의 손해에서 비롯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전체 파이가 성장함에 따라 각 플레이어 간의 개인차는 있더라도 전반적으로 이익을 보는 네트워크 경제 성장의 모델이 가능할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엑시 인피니가 해보려고 시도하고 있다.

엑시 인피니티의 급성장

블록체인 기반 게임은 이미 몇 년전부터 다수 있었고, 그 중에서도 크립토키티는 한 때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마비시킬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만, 지속적인 대중화에는 성공하지는 못했다. 제한된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처리 용량과 비싼 가스 수수료라는 플랫폼 상의 구조적 제약이 원인이기도 했지만, 게임 자체적으로 너무 단순하고 흥미를 지속할만한 요소가 부족했던 점도 사실이다. 그러다가 2020년 하반기부터 암호화폐 시장 전반적인 가격 상승 트렌드와 더불어 급격히 부상하기 시작한 NFT 붐은 엑시 인피니티 같은 블록체인 게임의 급속한 성장의 배경이 되고 있다.

엑시 인피니티는 2018년 베트남 스타트업인 스카이마비스(Sky Mavis)가 론칭한 블록체인 게임인데, 포키몬, 다마고치, 크립토키티 게임 등과 유사한 점이 많다. 초기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자체 토큰인 AXS(Axie Infinty Shards)를 2020년 11월 론칭한 이후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AXS 토큰 외에도 이 게임에 사용되는 SLP(Smooth Love Potions) 토큰이 있다. 게임 캐릭터인 엑시(Axie)는 이더리움 체인 상의 NFT로 발행된다. 모든 게임 자산이 이더리움 메인 체인 위에서 발행된다. 게임 플레이는 자체 사이드 체인인 Ronin 체인에서 돌리고 이 체인과 이더리움 간의 자산 이동을 위해 브릿지를 제공한다. 

엑시의 능력치를 향상시켜 더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고, 새끼를 교배하고 다른 플레이와 대전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게임 토큰을 버는 게 게임의 목적이다. 게임 토큰은 대표적인 디파이 스왑 시장인 유니스왑을 통해 거래가 가능하고 대형 중앙화 거래소에서도 쉽게 현금과 거래를 할 수 있다. 

최근 7일간의 프로토콜 수수료 수입액을 비교하면 엑시 인피니티는 약 1억 달러의 플랫폼 수수료 수입을 거두고 있는데, 이것은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 서비스 수수료 모두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이더리움 메인넷의 수수료 규모를 능가하는 규모다. 이런 규모의 급성장이 불과 몇 개월만에 이루어졌다는 것도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엑시 인피니티 프로토콜 일주일 수수료액 비교./ tokenterminal
최근 월 고유 사용자수는 30만에 가깝다. 월 스마트 컨트랙트 트랜잭션 수는 백만개가 넘고 엑시 거래액은 9억달러에 이른다. 엑시 인피니티 프로토콜 일주일 수수료액 비교./ tokenterminal
엑시 인피니티 주요 지표./ dappradar
엑시 인피니티 주요 지표./ dappradar

엑시 인피니티의 토큰 투자와 관련해서 특이한 점 중의 하나는 전체 거래량의 50% 이상이 한국 업비트 거래소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업비트에서 하루 거래량이 1~3조원에 이른다. 한국에 게임 이용자가 아직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현상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열 상태라고도 볼 수 있다. 

업비트 AXS 거래 현황./ 업비트
업비트 AXS 거래 현황./ 업비트

실제 게임 이용자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의 20~30대가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남미의 이용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로 일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필리판의 청년층에게 인기가 매우 높다는 보도도 있다. 월 1500달러를 벌 수 있다고 하니 아예 직장 찾는 것을 그만 두고 엑시 키우는 것을 전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좀 일찍 시작한 플레이어는 게임 수입으로 집샀다는 이야기마저 들린다. 소득이 작은 국가에서 다수의 노동으로 생산된 캐릭터를 미국 등 부유 국가의 이용자가 사가는 국제적인 분업 시장 마저 형성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021년 6월 현재 엑시 인피니티 이용자 분포./ bitpinas
2021년 6월 현재 엑시 인피니티 이용자 분포./ bitpinas

캐릭터 대여 시장 

게임 아이템과 캐릭터 가격이 상승하다 보니 게임을 시작하는데만 100만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게 된다. 처음 게임을 접하는 사람에게는 무리한 금액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필요한 자산을 투명하게 임대할 수 있는 대출 또는 대여 시장의 육성이 필요하다. 게임 초기에 진입해 쌀 때 많은 아이템과 캐릭터를 확보한 이용자이거나, 장기적인 투자 목적으로 이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이것을 직접 모두 이용해 게임하기가 불가능하다. 사용하지 않는 것을 대여해주고 추가적인 수익을 얻고자하는 동기를 가진 이용자들도 다수 있다. 반대로 이만한 투자를 할 시드 머니가 없는 이용자는 대여를 받아서 수익의 일부를 내더라도 참여하고 싶어한다. 대여를 받아서 두어달 하고 나서 자신이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면 참여하고자 하는 이용자를 더 손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엑시 인피니티 게임을 위한 이런 종류의 대여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는 대여 시스템이 게임 내에 인테그레이션이 된 것이 아니라서 개선할 여지가 남아 있기는 하다. 엑시를 대여해주고 싶은 사람이 엑시를 게임 어카운트에 할당한 후 이 어카운트 로긴 정보를 임차인에게 제공한다. 임차인이 이 어카운트로 플레이를 해서 보상을 얻으면, 임대인은 그 보상을 임차인과 나눈다. 임차인은 게임 어카운트 내에서 자산을 이동시키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자산을 훔칠 수는 없지만, 임대인은 획득한 보상을 약속 데로 지불하지 않고 떼어 먹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 경험이 많은 명성이 높은 임대인에게 빌리라는 팁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부분을 스마트 컨트랙으로 수익 분배를 더 투명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다면 임대 시장을 좀 더 활성화시킬 수 있고 전체 생태계 규모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 게임 전망

게임의 재미를 공동으로 생산하는 게이머의 활동을 적극적인 네트워크 가치 생산 기여 행위로 인정하고 보상하려는 시도는 앞으로 더 다양하게 확대되고 진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게이머를 단순한 비생산적인 소비자로만 인식하는 시각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인공 지능과 로봇에 의해 계속 줄어드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새로운 산업적 기반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델의 성장 과정에서 극복해야할 여러가지 난관도 있고, 주의 깊은 분석이 필요한 대목도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많은 트랜잭션수를 감당하기에는 이더리움 메인넷보다는 사이드체인이나 상당히 중앙되어 효율성을 높인 체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아이템의 자산 규모가 늘어나고 게임에 사용되는 게임 토큰의 가격이 올라가면 보안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메인넷의 보안성에 의존하면서도 확장성을 효과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레이어2 솔루션의 도입이 더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옵티미즘(Optimism)과 아비트룸(Arbitrum)과 같은 레이어2 네트워크에서 작동하는 게임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또 대중화를 위한 사용자 환경의 개선이 더 필요하다. 처음 게임을 접하면 여전히 어떻게 게임 토큰과 아이템을 확보할 수 있는지부터 시작해 게임 로직 말고도 배워야 할게 많아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다. 캐주얼한 이용자가 큰 리스크나 비용 없이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초보자용 환경이 제공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게임 자산이 가치가 있게 되면, 이를 자동화해서 효율적으로 생산하려는 소위 작업장들이 생겨난다. 하지만 봇을 이용한 플레이나 조직적인 집단 플레이가 늘어나면 다른 일반 이용자들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 개인이 혼자 열심히 해봐야 별 성과를 내기가 어려워지는 불리한 경쟁 구도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봇을 이용한 어뷰징이 매우 어렵도록 게임 플레이 규칙을 정교화하거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모두가 손쉽게 봇을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마련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액시인피니티 외에도 이더리움,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 왁스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게임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픽사베이
현재, 액시인피니티 외에도 이더리움,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 왁스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게임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픽사베이

또한 게임 자산은 가격 변동이 매우 심한 위험 자산임을 충분히 인지해야만 한다. 엑시 인피니티 토큰만해도 단기간에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 암호화폐 시세와 해당 게임 자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 국면에서는 계속 상승할 것처럼 보이지만, 하락할 때는 예상치 못한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 게임은 매우 다이나믹한 성장 곡선을 그릴 수 있다. 빚을 내거나 위험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투자가 이루어지면 게임을 즐기면서 수입도 마련해 보자는 애초의 목적은 완전히 퇴색되고 말 것이다. 게임 플레이를 통한 생산 활동에 방점을 두어야지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과 같은 개념으로 투자하는 이용자가 많으면 게임이 장기적으로 발전하는 데도 큰 부담이 된다.  해당 게임이 정말 재미있고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해서 투자 목적으로 개입하는 경우에도 단기적 시세 차익보다는 장기적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게임을 초기에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게임 플레이에 대한 보상을 통한 선순환적 성장이 지속되기 위한 조건에 대한 분석과 실험이 더 필요하다. 엑시 인피니티가 단기간에 큰 성과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과연 장기적으로 이런 인기가 지속될 수 있는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초기 보상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후발 참여자의 손실로 귀결될 가능성도 높다. 게임 참여자 수와 인터액션 강도가 계속 상승하지 못하고 정체되는 구간이 오기 전에 이를 극복할 방안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용자에게 지급되는 보상에는 아이템과 캐릭터 가격 상승에서 비롯되는 부분도 있지만 신규 토큰 발행에 의한 부분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토큰 발행에 의한 보상은 항상 폰지 모델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는 한다. 계속 토큰을 사줄 신규 참여자가 있어야만 기존 참여자의 보상 수준이 유지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것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신규 발행에 의한 생태계 유지 메카니즘을 가진 대부분의 코인에 모두 해당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의 해결은 생태계의 성장에 따른 네트워크 유틸리티의 증가와 신규 토큰 발행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양 쪽 방향에서 이루어져만 한다. 네트워크 유틸리티가 증가하면, 즉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 토큰을 구매해 게임을 하려는 사람을 계속 유지하거나 유입시킬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신규 토큰 발행의 비중을 줄이더라도 자체 내 수수료 수입의 재분배를 통해 이용자에 대한 보상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Play to Earn 장르의 게임이 더 성장하면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사회적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노력은 필요하겠지만, 이 비지니스 모델 자체를 불법화 하거나 범죄시하는 것은 오히려 게임을 음성화시켜 부작용을 더 키우는 결과를 낳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유투버로 돈버는 사람이 늘어난고 해서 이것을 불법적인 소득으로 간주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네트워크 경제에서의 기여 행위로 수입을 얻는 것은 본질적으로 마찬가지다. 무엇이 사람에게 더 유익한 것인지 판단하는 도덕적 잣대를 너무 쉽게 남용하면, 대규모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스스로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더구나 게임 산업은 한국이 글로벌 수준에서 이미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영역이 아니던가.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팩트경제신문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팩트경제신문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국내 블록체인 커뮤니티 1세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 석사 출신으로, 이후 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 커뮤니케이션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아톰릭스랩 대표로 서울 이더리움 밋업 공동 운영자, 한국이더리움 사용자그룹 운영자를 역임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국내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 서울 이더리움 밋업과 한국 이더리움 사용자 그룹을 중심으로 이더리움 커뮤니티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2018년 아톰릭스랩 설립 후 개인키를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키관리 솔루션과 이에 기반한 Dapp 지갑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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