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비대칭' 시장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미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은?

14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에서 미디어 공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내년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베이징 시내와 베이징 외곽 옌칭구, 베이징에서 190㎞ 떨어진 장자커우 등 3곳에서 열린다./연합뉴스

임성한 작가의 TV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부부 관계에 대한 통속적 이야기를 다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2가 나왔고 갈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 그 인기의 비결은 한때 행복을 함께 꿈꾸었던 세 부부가 이혼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세밀한 심리적 묘사에 있다.

결혼을 작사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꿈이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같고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은 꿈이다. 이 꿈이 헛된 것이었음을 깨달았을 때 부부는 이혼을 결심한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상실되는 순간 이혼에 대한 작곡은 시작된다.

결혼이 이혼으로 이어지는 것은 실상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만 상대방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으로 다룬다. 나는 내가 가진 것의 가치와 약점을 잘 알고 있지만 나의 거래 상대방은 그것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내가 가진 것을 사기 위해 얼마를 내야 할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이처럼 정보가 비대칭적일 때에는 상대방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시장 평균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내가 가진 것의 가치가 시장 평균보다 훨씬 높다고 확신한다면 나는 더 이상 내가 가진 것을 시장에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결국 시장에는 평균 이하의 가치를 가진 것들만 매물로 나오고 매수자는 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고 만다.

미국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이커로프(George Akerlof)는 이를 ‘레몬시장의 역설’이라 불렀다. 중고차시장에 정보의 비대칭이 심하게 나타날 경우 질 낮은 중고차를 의미하는 레몬들이 질 좋은 차들을 시장 밖으로 내몰아 시장 자체가 붕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의 기능을 복구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는 여러 제도다. 중고차의 과거 사고 이력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나 개인과 기업의 신용도를 제대로 분석해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같은 것들이다.

임성한 작가의 TV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사진./TV조선
임성한 작가의 TV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사진./TV조선

금융기관은 다양한 고객들의 정보를 수집해 위험을 분석하고 대출 결정을 내림으로써 예금자와 차입자 간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한다. 정부는 상장 기업에 대하여 중요한 경영 및 재무적 정보를 공시할 의무를 지움으로써 경영자와 투자자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 해소에 기여한다.

그러나 부부 간에는 상대방을 속이려 작심했을 때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 부부간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고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은 ‘공감적 대화’가 거의 유일하다. 따라서, 혼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는 끊임 없는 대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은 국가 간 외교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어떤 연유로 두 나라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게 되었다고 하자. 양국은 보복적으로 자국에 상주하는 외교관과 언론인, 그리고 사업가를 추방한다. 국가간 공감적 대화는 결여되고 상대방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이 더욱 커진다. 이는 상대국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게 하고 리스크를 과대평가하게 한다.

현재 강대강으로 대치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 이후 미국은 소련의 공산주의 블록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했다. 닉슨과 레이건 전 대통령은 북경을 방문하여 중국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했다.

이에 대한 답례로 등샤오핑도 워싱턴을 방문하고 개혁개방정책을 이끌면서 세계를 향해 중국의 문을 활짝 열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원함으로써 경제 발전에 전기를 마련해 주었다. 중국의 성장을 엄청난 기회로 본 미국과 서방의 자본들이 중국으로 몰려들었다. 중국은 이들을 귀빈으로 접대하고 친구로 대했다.

중국에 대한 투자가 증진되고 중국으로의 유학과 이주가 늘어나고 언론들이 지사를 설립하면서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은 현격히 낮아졌다. 중국이 글로벌 경제체제에 편입되어 국제평화의 증진에 기여하고 종국에는 민주화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미국 측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오른쪽 2번째)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 중국 측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왼쪽 2번째)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이 지난 3월 18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미중 고위급 외교 회담을 시작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나 2013년 시진핑이 집권한 이후 중국은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를 강화하고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며 전제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길로 급선회하였다. 신장-위구르와 티벳 지역에서 인권을 탄압하고 홍콩 민주화 시위를 강제 진압했다. 여기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서방 국가에 대하여는 경제 제재를 동원하여 재갈을 물리려 했다.

중국정부는 또 신장-위구르 캠프의 수백만에 대한 강제노역, 성고문, 불임시술 등을 보도한 BBC 등 서방언론을 추방하거나 탄압하였다. 그로부터 중국의 실상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은 한층 더 커지고 있다. 한편, 중국은 위구르와 티벳의 인권탄압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서방국가들은 중국 정부가 언론의 접근을 막고 관련 사실을 은폐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이 커질수록 중국은 과거 히틀러 치하의 나치와 스탈린 치하의 소련과 같이 패권을 추구하는 평균적 전체주의 국가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실제 미국의 연방의회 의원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 테스트를 한다는 명목하에 2022 베이징동계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DNA를 수집하고 그 유전정보를 슈퍼솔저의 개발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선수 보호를 위해 동계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원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서 자신감을 얻은 히틀러가 유태인 제노사이드와 제2차 세계대전으로 달려갔듯이,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중국의 중화민족주의 강화와 대만 침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과연 미국은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결정할까? 이 질문의 답은 여전히 열려 있다. 어떤 이는 개최 장소의 변경을 요구한다. 다른 이는 선수단만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외교적 보이콧(diplomatic boycott)을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보이는 미중 양국의 행보는 양국 간 외교적 이혼작곡이 착착 진행되는 모습이다.

미국은 수년 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대한 재무 감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했다. 이를 수용할 생각이 없는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을 틀어막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가 중국상품에 대해 올린 관세를 내리지 않고 중국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하여 부품 수출을 막고 있다. 이혼은 경제적 분리로부터 출발한다. 향후 양국 간 정보의 비대칭이 커진다면 베이징 올림픽은 보이콧을 통하여 미중 양국이 이혼을 선언하는 장이 될 것이다.

김성재 가드너웹대학교 경영학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국제투자업무를 7년간 담당했고 예금보험공사에서 6년간 근무했다. 미국에서 유학하여 코넬대에서 응용경제학석사,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박사 (파이낸스)를 취득했다. 2012년부터 노스캐롤라이나주 가드너웹대학교에서 재무·금융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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