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로시간 공개적 불만 토로
김창한 대표 “게임사는 포괄임금제 유지돼야”
사실상 ‘공짜 야근’ 옹호···2019년 두 차례 적발

크래프톤 직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과 잦은 야근 등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왼쪽)과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오른쪽) 등 경영진들이 앞서 포괄임금제 옹호 및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과거 발언 등을 토대로 이같은 업무환경 문제를 알고도 묵인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크래프톤
크래프톤 직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과 잦은 야근 등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왼쪽)과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오른쪽) 등 경영진들이 앞서 포괄임금제 옹호 및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과거 발언 등을 토대로 이같은 업무환경 문제를 알고도 묵인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크래프톤

크래프톤의 업무환경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해당 문제를 장병규 의장과 김창한 대표가 알면서도 묵인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크래프톤의 기업윤리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다.

상장을 앞둔 크래프톤에게 최근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이른바 기업가치 ‘뻥튀기’ 논란이었다. 하지만 이 논란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것은 바로 크래프톤 직원의 업무환경 문제였다. 

크래프톤 직장 내 괴롭힘 논란과 관련해선 크래프톤 일부 직원이 직장 상사의 갑질을 고발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해당 직원들은 A 유닛장이 자신들에게 야근 및 잔업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A 유닛장은 회사 제도상 보장돼 있는 보상 반일 휴가도 사용하지 말라고 강요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직원들은 또 갑질 외에도 A 유닛장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3.3㎡(한 평)짜리 전화부스에 출근을 시켜 이 곳에서 업무와 식사를 해결하도록 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크래프톤의 B 팀장도 직장 내 괴롭힘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언급된 A 유닛장의 괴롭힘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B 팀장이 회의에서 “A 유닛장은 한 명을 찍으면 끝까지 괴롭힌다. 우리 팀에서 그런 사람이 나오길 원치 않는다”고 말해 논란을 축소화 혹은 은폐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B 팀장은 이외에도 이명이 발병한 직원이 병을 악화시킬 수 있는 업무를 줄여 달라 요청했으나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거부했다는 내용도 폭로된 상태다.

직장 내 괴롭힘을 주장하는 직원들은 크래프톤 사내 인사팀에 이같은 내용을 고발하는 동시에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에도 진정서를 제출했다. 변호사도 선임해 적극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크래프톤은 직장 내 갑질 및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신고를 접수한 뒤 외부 노무법인을 고용해 조사를 시작했다. 우선 조사 중인 구성원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 하에 유급휴가를 보냈다. 크래프톤은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양측에 대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도 추가적인 논란이 제기됐다. 일부 구성원들은 크래프톤이 고용한 외부 노무법인을 두고 “평소 자문 업무를 맡겼던 곳”이라며 공정한 조사가 이뤄질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크래프톤은 “평소 복수의 노무 법인에 노무 자문 업무를 의뢰하고 있다”며 “(이번 직장 내 괴롭힘 논란 등과 관련한 조사는)해당 분야에 경험이 많고 전문적이라고 생각되는 법인에 원칙적으로 공정하게 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크래프톤은 “조사와 심의는 분리해 진행한다. 면담 및 조사는 신뢰할 수 있는 자문 노무 법인을 통해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해당 노무 법인은 심의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구성원에게도 미리 안내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즉, 논란에 대한 조사와 심의를 하는 노무 법인을 분리하는 등 공정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크래프톤은 구성원이 요청할 경우, 크래프톤이 의뢰한 자문 법인 이외에도 복수의 노무법인 풀을 제공해 구성원이 원하는 노무 법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현재 크래프톤은 양측의 입장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사해, 이를 심의할 계획이다.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크래프톤의 직장 내 괴롭힘 논란과 관련돼 포괄임금제 문제도 불거졌다. 크래프톤은 2019년에도 연장근로 제한 및 보상과 관련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두 차례 시정 지시를 받았다. /크래프톤
크래프톤의 직장 내 괴롭힘 논란과 관련돼 포괄임금제 문제도 불거졌다. 크래프톤은 2019년에도 연장근로 제한 및 보상과 관련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두 차례 시정 지시를 받았다. /크래프톤

직장 내 괴롭힘 논란과 관련해 포괄임금제 문제도 불거졌다. 특히 이 문제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계약 체결시 연장, 야간, 휴일근로 등을 미리 정해 예정된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의 임금제도다. 일을 더 한 것만큼 보수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기에 회사가 야근을 마음대로 시킬 수 있는 제도로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이슈로 떠올랐고, 지난 2010년 대법원이 포괄임금제 요건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린 뒤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크래프톤은 달랐다. 수장들이 나서서 포괄임금제 및 추가 근무를 옹호했다. 

김창한 대표는 지난 2월 사내 프로그램에 포괄임금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크래프톤같은 게임사는 컨베이어 벨트로 돌아가는 공장 회사가 아니다. 주어진 시간대로 일하는 것이 아니어서 근무시간을 정확히 서로 체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장병규 이사회 의장은 일주일 최대 52시간 이상 근무할 수 없도록 한 근로기준법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장 의장은 크래프톤 창업자이자 개인 최대 주주기도 하다.

크래프톤 수장들의 이같은 입장이 회사 경영에 그대로 반영이 돼서인지 크래프톤은 지난 2019년에도 고용노동부로부터 근로기준법 조항 위반으로 두 차례의 시정 지시를 받았다. 연장근로 제한 및 보상과 관련해 위반사항이 적발됐다는 이유였다.

크래프톤은 이를 파격적인 임금 인상으로 대체하려 한다. 크래프톤은 올해 개발직군의 연봉을 2000만원, 비개발직군 연봉을 1500만원 인상하며 업계 주목을 받았다. 당시엔 지난해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도 6800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이뤘기에 크래프톤이 회사의 이익을 직원들과 공유한다는 긍정적 시선이 있었다. 그러나 포괄임금제 및 이를 통한 야근 강요 등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불거지자, 임금 인상도 결국 공짜 야근을 시키기 위한 허울 좋은 핑계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게임 ‘배틀그라운드’(사진) IP로 신화를 일궈낸 크래프톤은 상장 후 게임업계 판도를 바꿀 기업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상장을 코앞에 두고 온갖 리스크에 직면한 상태다. /크래프톤
게임 ‘배틀그라운드’(사진) IP로 신화를 일궈낸 크래프톤은 상장 후 게임업계 판도를 바꿀 기업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상장을 코앞에 두고 온갖 리스크에 직면한 상태다. /크래프톤

한편, 크래프톤은 상장을 앞두고 많은 기대를 받았으나 온갖 악재에 직면했다. 당초 공모가 45만 8000원에서 55만 7000원 사이에 공모주식수 1006만 230주를 기재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자 공모 희망가를 40만원에서 49만 8000원 사이로 10% 이상 낮췄고, 공모주식수도 865만 4230주로 줄였다.

공모가 산정 기준으로 삼았던 비교 대상 기업도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국내 상장된 주요 4개 기업으로 줄였다. 기존 비교 기업엔 글로벌 콘텐츠 업체인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세계적 게임기업인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렉트로닉 아츠(EA) 등이 포함됐었다.

이외에도 크래프톤은 “2021년 1분기 매출 중 96.7%가 ‘배틀그라운드’와 관련해 발생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영업수익이 감소할 경우 당사의 사업, 재무상태 및 영업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른바 ‘원히트원더’ 논란을 인정했고, “향후 중국 내 게임 관련 규제가 확대되거나, 중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경우, 당사 사업, 재무상태 및 영업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최근 불거진 ‘텐센트 리스크’ 역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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