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새로운 정치 찾는 청년의 도전
기초의회부터 '젊치인' 프로젝트, '아이돌 오디션'처럼 
전국의 캐스팅 매니저가 '새 인물' 추천·발굴·교육까지 
기초의원 90% 거대양당, 청년 정치인 20% 배출 목표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 / 이로운넷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 / 이로운넷

선거를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는 담론이 있다. 청년이다. 정치권에서는 정치 신인, 일명 '젊치인(젊은 정치인)'을 발굴하거나, 다양한 청년 공약을 쏟아낸다. 하지만 청년 정치인의 설 자리는 여전히 협소하다. 때문에 기성 정치판에서 청년 정책이나 다양성 정책들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헌정사상 첫 30대 당대표가 되면서 정치권에 모처럼 '청년 돌풍'이 불고 있다. 제1보수 야당 선출직 최고위원에도 여성과 청년이 다수 입성해 이번 파란이 지나가는 바람이 아닐거라는 희망도 보여주고 있다. 이 흐름을 타고, '젊치인'을 키우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정치가 더 '젊어질 필요가 있다'며 젊치인 프로젝트를 기획자한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를 <팩트경제신문>이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모처에서 만났다. 뉴웨이즈는 만 40세 미만 젊치인을 발굴해 내년 6월 열리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구·시·군의회 의원) 20% 이상을 청년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 과정에 전국 각 지역구에 있는 유권자·지지자 그룹인 뉴웨이즈 '캐스팅 매니저'를 선거 전까지 현재 1400명에서 10배로 늘리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 왜 하필 기초의원? 

비영리단체 뉴웨이즈가 매주 발송하는 정치 학습지와 젊은 정치인 인터뷰 '젊터뷰' 화면 / 뉴웨이즈
비영리단체 뉴웨이즈가 매주 발송하는 정치 학습지(왼쪽)와 젊은 정치인 인터뷰 '젊터뷰' 화면 / 뉴웨이즈

뉴웨이즈가 기존 '여의도 정치' 문법을 깨고, '기초의원'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적으로 다른 선거에 비해 적은 비용(기탁금)이 든다는 점과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일상과 가장 가까운 단위가 기초의원이라고 판단해서다. 박혜민 대표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다른 선거 비용에 비해 200만원이라는 기초의원 선거 비용은 '젊치인'들에게 정치 참여 장벽을 낮춘다"며 "겸직도 가능해 교차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N잡' 기초의원들은 좀 더 기발하고 새로운 해결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초의원이 지방선거에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지난 2018년 지방선거(7회)에서 기초의원 당선자가 4016명이었는데, 그 중 2927명(73%)이 기초의원이었어요. 사실 구청장 선거에 누가 나오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가장 작은 단위일수록 다양한 대표성이 반영돼야 하는데, 특히 만 40세 미만 당선자 비율은 6%에요. 저희는 기민한 실행력을 갖고 미래 의제를 끌고 가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기초의회에 집중하게 됐어요."

박 대표의 말처럼 청년 정치인이 설 자리는 여전히 좁다. 뉴웨이즈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만 40세 미만 유권자 비율은 34%, 후보자 비율은 7%, 당선자 비율은 6.6%(192명)다. 비율 상 34%의 청년 유권자 목소리를 6%의 젊치인이 대변하는 셈이다. 만 40세 미만 기초의원이 한 명도 없는 지역구도 전체 226곳 중 144곳(58%)에 달한다. 뉴웨이즈의 목표는 현 6.6%의 젊치인 비율을 3배 가까이(20%) 높이는 것이다. 

박 대표는 "유권자 비율을 기계적으로 맞추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연령대표성 지수는 의사결정권자가 편향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전보다는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양적으로 적다. 전체 집단에 소수만 있다면, 목소리를 내는데 한계가 있어 더 많은 젊치인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할당제, 거대양당은 약속을 지켰을까? 

비영리단체 뉴웨이즈가 지역의 기초의원과 청년 정치인들의 분포를 표시한 구글 맵. 이들의 지지자가 될 캐스팅 매니저들이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만들었다. / 뉴웨이즈
비영리단체 뉴웨이즈가 지역의 기초의원과 청년 정치인들의 분포를 표시한 구글 맵. 이들의 지지자가 될 캐스팅 매니저들이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만들었다. / 뉴웨이즈

지난 지방선거에서 제1여당인 민주당은 기초 30%를 청년에게 할당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후보자 중 청년은 16%에 불과했다.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 역시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 광역·기초 50% 청년 할당을 공약했지만, 광역 11%, 기초 9%에 그쳤다. 뉴웨이즈는 기성 정당들을 향해 공천 할당제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한다. 

박 대표는 "젊치인도 훈련이 필요하고 준비 과정과 지역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지 소명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말 준비가 됐을 때 청년들에게 기회를 줄지는 모르겠다. 중년 정치인에게는 그만큼의 기준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뉴웨이즈는 선거 전까지 출마 후보자를 모집하고 검증 작업까지 진행한다. 후보자들에게 정치 상식을 교육하고 혐오표현을 쓰지 않는 등 기본적인 정치의 상식을 전할 방침이다. 이후 검증된 후보들은 전국의 캐스팅 매니저와 연결돼 든든한 후원을 받는다. 애초 정치기반이 약한 젊치인들에게 지지조직을 결성해주는 것이다.

다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당 밖 시민들의 피선거권과 구의원 출마를 촉구하기 위해 진행됐던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와는 달리 정당을 구분 짓지 않고 '초당파적'으로 활동한다고 전제했다. 정당 시스템 변화보다는 '정치의 변화'를 만들고 싶은 이들의 목표가 반영된 셈이다.

뉴웨이즈의 후보자 타깃은 두 부류다. 지역에서 기초의원이 되길 결심했지만 다음 단계를 모르는 '생초짜 신인', 정당 내에서 이미 활동도 준비도 하고 있지만, 출마 경험은 없는 '정치 신인'. 

# "젊치인 늘어나려면 공천시스템 변화해야"

"더 다양해지기 위해서 젊치인이 필요하다." 뉴웨이즈는 MZ세대의 경험, 태도, 관점, 우선순위가 정치에 반영되도록 더 많은 젊치인을 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 뉴웨이즈 홈페이지
"더 다양해지기 위해서 젊치인이 필요하다." 뉴웨이즈는 MZ세대의 경험, 태도, 관점, 우선순위가 정치에 반영되도록 더 많은 젊치인을 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 뉴웨이즈 홈페이지

청년의 정치 출마 확대를 위해 박 대표는 정당의 공천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거대 양당의 기초의원 공천권은 사실상 지역위원장이 결정하는데, 이들은 자신의 국회의원 선거에 도움을 줄 이들을 후보자로 정한다"면서 "이 경우 (젊치인들은) 기성 정치인을 이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저희는 개인과 정당 사이에 있다고 생각해요. 정치를 하기 위해 정당까지 찾아가는 데에도 엄청난 허들이 존재하는데, 정당은 청년들이 모이지 않고 관심이 없다고만 생각해요.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서 출마를 결심하고 정보를 얻어 실제 출마까지 이어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뉴웨이즈가 솔루션 역할을 할 생각이에요." 

뉴웨이즈는 젊치인 기초의원들이 실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뉴스레터 형식으로 전하기도 한다. 일명 '젊터뷰(젊은 정치인 인터뷰)'를 통해 많은 젊치인 등장의 당위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인천 연수구의회 최연소 기초의원인 조민경 의원을 성공 사례로 들며 기성 정당에 공천 할당제 약속 이행과 변화를 촉구했다.

박 대표는 "조 의원은 코로나19로 청년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것을 막았고, 돌봄 문제 해결을 위해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조례안'을 만들었다"면서 "돌봄 문제는 국회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기초의회에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이 발의한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조례안'으로 연수구에 거주하는 남성 육아휴직자는 6개월 동안 월 5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박 대표는 "현 기초의원들은 보통 명예직으로 하고 계신 분들이 많다"며 "70% 이상이 만 50세 이상이었다. 작은 단위일수록 다양한 대표성이 반영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뉴웨이즈는 당헌·당규가 있지만 그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던 할당제를 정당이 지켜야만 하게끔 하는 여론 조성에도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2030세대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게 아니라 '기존 정치'를 재미없어 하는 것"이라며 "2030세대의 감수성은 어느 세대보다 뜨겁다. 다만 해결하는 방식, 용어의 간극, 진보냐 보수냐 하는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사람들을 대변하는 이들이 적을수록 '나와 비슷한 사람이 결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괴리감을 느끼고 신뢰도 낮아져 세대 갈등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 효능감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청년은 정치 주체로 성장해야 한다. 청년이 정치에 관심 없는 것을 탓할 것이 아니라 구조부터 살펴 봐야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 이준석의 등장...젊치인 나온다고 해결되나?

젊치인을 경기장으로! 뉴웨이즈는 젊치인 부족 국가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 뉴웨이즈 홈페이지
젊치인을 경기장으로! 뉴웨이즈는 젊치인 부족 국가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 뉴웨이즈 홈페이지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당선으로 정치권에 '세대교체'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나이만 젊어진다고 정치 문제가 해결되느냐는 핀잔도 공존한다. 박 대표는 청년이라는 '젊음'이 아닌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젊은 세대가 정치권에 더 많이 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의제의 스피커가 되는 것도 젊치인이다. 다만 '젊치인' 이준석 대표의 장점과 별개로 불평등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점은 우려된다고 했다. 

박 대표는 "30대도 당대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기에 최근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 논의까지 확장됐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는 나와 생각은 다르더라도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한다. 기존 정치 문법과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당내 선거에서 계파주의를 통한 당원 동원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원칙과 아젠다를 갖고 설득하는 방식을 취했다. 흥미롭다"고 했다. 

다만 "과정 자체가 공정하다고 공정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데, 왜 젊치인이 등장할 수 없었는지 불평등한 구조에 대한 성찰이 없다. 노력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쉽게 선택하는 특정 대상의 '갈라치기' 방식은 시민의 입장에서는 동료 시민을 잃어가는 과정에 가깝다"면서 "기회와 자원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특정 세대 안에서 싸우기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뉴웨이즈를 시작한 이유는 모든 문제를 개인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서였어요. 내가 더 유능해지고, 더 탁월해지고, 더 높이 올라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를 생각할 때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봐요. 형식의 공정을 추구한다면 사람들은 연결되기를 포기하고 각자도생으로 승리하는 사회의 문법에 익숙해질거에요. 사회 고질적인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문제를 교차 해결해야 해요. 모든 하단에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전제돼 있어야 합니다.”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