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9개월 앞두고 민주당 '쇄신 경쟁'에 뒤쳐저
野 30대 당수에 "대선 기획단장은 혁신적 인물로"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신임 당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신임 당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서 헌정사상 첫 30대 당수가 선출되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상대당에서는 일제히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하지만 대선을 9개월 앞두고 국민의힘과 쇄신 경쟁을 벌이던 민주당 입장에서는 축하 일색 속에 복잡한 속내가 감춰진 모습이다. 다음주 중 대선 기획단을 출범시킬 민주당은 다선·중진 의원이 아닌 혁신적인 인물로 단장을 세워 '이준석 체제'에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준석 당선에 민주당 일제히 축하

11일 이 신임 대표의 당선 소식이 전해진 뒤 문재인 대통령은 전화를 걸어 "아주 큰 일을 하셨다. 우리 정치사에 길이 남을 일"이라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입장문을 통해 "우리나라 정당 사상 최연소 제1야당 당대표 선출을 계기로 정치가 새롭게 변화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국민의힘이 탄핵의강을 넘고 합리적 보수로 발전하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진영 논리를 벗어나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논쟁하며 발전해가는 여야 관계가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권 대권 주자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대권 주자들은 기성 정치인으로서의 반성과 함께 자신만의 강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라며 "민주당은 기성정치의 구태를 얼마나 끊어냈는지 돌아본다"고 적었다. 이 지사측은 이 지사와 이 대표가 원외 0선이라는 공통점을 강조하며 개혁과 쇄신을 이끌 적임자임을 내세웠다. 

이낙연 전 대표는 "서로의 생각은 다르지만 국민을 향하려는 노력은 하나"라며 "국민의 삶을 지켜드리기 위해 우리 정치를 바꾸고 혁신하는 일에 국민의힘도 이 대표도 함께 하길 기대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말씀에 적극 공감한다"며 "대한민국 모든 차별도 함께 깨고 정략적이고 낡은 진영논리와 증오와 분열, 좌우 이념의 관성도 함께 깨자"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이 대표 돌풍을 계기로 대통령 출마 자격을 만 40세 이상으로 규정한 현행 헌법을 바꿔야 한다며 각각 개헌 카드를 내세우고 있다. 

"꼰대정당 될라" vs "우리도 바뀌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준석 돌풍'을 바라보는 여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4.7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송 대표가 조국 사태에 사과하고 부동산 의혹 의원 12명의 탈당을 권유하는 등 쇄신 작업에 몰두하고 있지만, 반전의 동력으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어서다. 

특히 86운동권 그룹과 50대 이상 대권 주자들이 다수인 민주당으로선 상대적으로 30대 당수에 밀려 '꼰대 정당'으로 보일까 경계하는 기류도 흐른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야권의 변화에 맞대응할 카드가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당장 대선 체제에 돌입하는 민주당은 우선 대선 기획단을 출범하지만 단장은 혁신적인 인사로 뽑는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팩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와 맞대응할 만큼 스타성이 있고 신선한 인물이 마땅치 않다"며 "'이준석 효과'가 대선정국까지 이어질까하는 걱정도 상존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 일로 다선 중진의원이 대선 기획단장을 맡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여권에서 이준석 대표의 등장을 반기는 목소리도 있다. 70년생이자 90년대 학번, 민주당의 비주류인 박용진 의원이다. 여권에서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던 그는 최근 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3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젊은 정치인'에 대한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도 더 큰 변화로 세대교체를 통해 시대교체를 만들어야 한다"며 "유일한 97세대, 여야 대선 주자 중 가장 젊은 박용진 돌풍을 시작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민주당 내 30대 의원들도 "함께 변화해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인 장경태 의원은 "(이 대표가) 우려들을 이겨내고 구태정치에서 세대교체 열망을 함께 실현해가길 희망한다"며 "대통령 출마자격 40세 이상 제한 폐지부터 피선거권 18세 하향 등에 적극 나서달라"고 말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팩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이준석의 등장은 민주당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소위 '꼰대 중진'을 내세우면 안되겠다는 분위기가 흐를 것"이라며 "오히려 정치적인 경험이 짧은 사람이 유리할 수 있다. 정세균, 이낙연 보다는 박용진의 돌풍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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