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승인에 대한 의문 제기, 외부전문가 '사퇴'
아두카누맙 등장으로 국내 치매 관련 의료 업계는 '기대'
유력 위탁 생산 후보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목

FDA 알츠하이머 신약 승인./ 연합뉴스
FDA 알츠하이머 신약 승인./ 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의 치매 치료제 신약이 출시되면서, 국내 관련 기업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의 유력 위탁생산(CMO) 후보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두카누맙'에 대한 효능 논란속에 FDA의 외부전문가인 자문위원들이 잇따라 사임하면서 리스크는 남아있다는 우려가 있다.

바이오젠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와 스위스 졸로투른 등 현지에 있는 생산시설에서 아두카누맙을 생산할 계획이지만, 이 시설만으로는 전 세계적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바이오젠과 특별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삼성바이오직스가 위탁생산을 맡을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으로 설립할 정도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추가로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해 JP모건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관련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전 세계 5000만명의 알츠하이머 환자 중 10%가 아두카누맙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42t의 약이 필요하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이 거의 20t을 생산할 수 있으므로 공장은 2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에 국내 알츠하이머 진단시약과 진단키트 생산업체 주가도 일시적으로 올랐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처방이 늘어나면 이에 따라 진단 시약과 키트 수요도 많아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 PET 검사만큼의 민감도를 가진 베타-아밀로이드 진단검사법이 개발돼 주목받고 있는데, 혈액 내에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OAβ)' 수치와 신경인지기능과의 연관성을 밝혀,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 조기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검사법이 최초로 개발된 것이다.

이같은 진단검사법을 개발한 피플바이오는 현재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등 몇몇 병원과 함께 조기 치매 선별검사를 시행 중이다. 회사측 설명에 따르면, 기존의 치매 진단 비용의 10분의 1만으로도 조기 치매 진단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피플바이오는 작년 7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신경과 박경일 교수와 함께 진행한 '아밀로이드 베타 혈액검사와 치매인지평가의 상관관계' 연구 결과가 MDPI(Multidisciplinary Digital Publishing Lab)가 발행하는 'Diagnostics' 저널에 게재돼 주목받기도 했다.

FDA 신약 승인 논란

FDA의 외부전문가 자문그룹인 말초·중추 신경계 약물(PCNS) 자문위 소속인 신경과 전문의 데이비드 노프먼은 이번 승인 조처에 반발해 사임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CNN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프먼은 "아두카누맙과 관련해 외부 전문가들이 존중받지 못한 그런 대우를 받고 싶지 않아 사임했다"며 "신약 승인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문위원 조엘 펄머터 박사도 사임했다는 의료전문지 STAT뉴스의 보도도 나온 상태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아두카누맙'의 효능에 의문을 제기했고, 특히 FDA는 외부 전문가 그룹인 PCNS 자문위의 반대에도 이를 승인해 논란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이 약물이 승인되는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바이오젠은 이 신약의 임상시험 두 건을 진행했지만, 약효를 보이지 못하자 지난 2019년 시험을 중단했다. 그러나 불과 몇 달 뒤 추가 데이터 검토를 통해 약효가 확인됐다고 입장을 바꿨다는 게 미국 언론의 설명이다.

FDA 자문위원들은 주사 요법인 이 신약을 승인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지난해 11월, 승인을 권고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자문위는 이 신약이 환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반대했고, 또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의문들에도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FDA는 바이오젠 데이터를 토대로 승인했고, 이후 논란을 의식한 듯 바이오젠 측에 약효 확인을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도록 하는 요건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CNN은 "FDA는 자문위 권고에 얽매이지 않지만, 보통 이를 따랐기에 이 약의 승인 결정은 이례적이었고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추가로 연간 5만 6000 달러(약 6200만원)에 달하는 비용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승인을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신약에 대한 필요성이 절박하다는 입장이지만, 반대론자는 신약이 오히려 환자를 돕지 못하면서도 바이오젠에 수십억 달러를 벌어다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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