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없애고 대중교통 이용한 참신한 선거운동
'청년 이준석'을 통해 기득권 안주 보수정치 심판
"민주당 등 야권에도 변화 도미노 일으킬지 주목"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당 대표 후보(36)가 최종 승리했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0선의 30대 제1야당 대표가 현실이 됐다. 30대 당대표는 한국 정치사에서 처음 벌어진 '사건'이다. 이로써 기득권에 갇혔던 보수정치권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는 '586세대'라는 두터운 기득권 세력에 막혀 있는 민주당에도 상당한 자극이 된 전망이다.

기존 틀 깬 신선한 선거운동…SNS 이용한 후원금 모금 

이 신임 대표는 합산 지지율 43.8%를 차지해 나경원(37.14%), 주호영(14.02%), 조경태(2.81%), 홍문표(2.22%) 후보를 따돌려 당선됐다. 이 대표는 일반 여론조사에서 58.76%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당원투표에서는 37.41%로 나경원(40.93%) 후보에 뒤졌다. 당원 투표 70%, 일반 여론조사 30%를 합산한 결과임을 감안한다면 괄목할만한 평가다. 

이 신임 대표의 신선함은 기존 선거운동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는 평가다. 기존에는 정치인이 선거운동을 하려면 당에 내야 하는 기탁금과 인건비, 홍보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선거에서 캠프 사무실을 별도로 두지 않고 전국을 무대로 활동했다. 선거지원 차량도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고 본인이 직접 연설문을 쓰기도 했다. 

특히 예비경선을 통과한 다음 날 후원금을 모은다는 글을 SNS에 올려 당 대표 경선 후보가 모을 수 있는 후원금 한도인 1억 5000만원을 이틀 만에 달성하기도 했다. 그마저도 그는 1500만원만 썼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이준석 돌풍'은 불문률이던 보수와 진보의 장벽도 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바람'이 불자 정의당 2030 정치인들을 시작으로 40세 이상으로 규정한 대통령 피선거권을 폐지하자는 개헌론을 꺼냈다. 그들은 "36세 이준석이 제1야당의 대표가 될 수 있다면 40세가 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여권 대권 주자인 이낙연, 박용진, 김두관 의원도 차례로 개헌론에 동참했다. 또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등 9개 정당 소속 청년 의원 24명은 지난 8일 "정치는 특정세대의 전유물이 아니어야 한다"며 출마 연령 제한 폐지를 촉구했다. 실제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원포인트' 개헌안을 연내 발의할 계획이다. 

정권 교체 바라는 보수 유권자의 열망이 '청년 이준석'으로 표출 

이 신임 대표의 당선을 두고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심판과 불만이 '청년 이준석'을 통해 분출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준석을 향한 지지보다는 기득권 정치 전반을 겨냥한 근본적 변화의 목소리라는 것이다. 특히 내년 대선 구도를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교수는 이 신임 대표의 당선과 관련해 "혁신과 변화를 통해서 정권을 교체하라는 국민의 요구가 모아진 것"이라며 "정권 교체를 향한 열망으로 대선 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당정치에서 세대교체가 MZ세대로 신호탄이 쏘아진 것은 맞지만 단순히 연령적 세대교체가 아니다"면서 "특정 세대가 주류였던 기존의 정치적 관행과 문화에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가 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보수 유권자들의 강력한 집권의지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당 대표를 통해 분출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며 "윤석열 1위 현상도 마찬가지고, 이명박·박근혜와 선을 그은 대선 후보, 당 대표 이런 파격을 내세워서 보수 정당에 대한 비토 정서를 완화하겠다는 보수층의 전략적 선택이 나타났다고 보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이준석 대표는 험난한 길이다. 정치력 입증도 안 됐고, 경험도 없다. 나이도 파격적으로 어리다. 보수로 가득찬 정당에서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지 잘 버텨내면 보수가 정말 새롭게 변화하면서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겠지만 중도에 좌초한다면 반동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기획 대표는 "이준석 바람은 정권 교체를 향한 열망과 다른 하나는 불공정 문제에 대한 MZ세대의 분노가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번 당대표는 내년 정권 탈환을 위한 가장 적합한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낼 심판이자 감독이어야 한다"면서 "슬기롭게 조절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렸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준석 호의 출범으로 지난해 21대 국회의원 총선 패배 후 1년 넘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이어왔던 국민의힘은 임시 지도체제를 끝낸다. 이 신임 대표와 새 지도부는 내년 3월 열리는 대선을 진두지휘하며, 공식 임기는 2년이다.

이 대표는 1985년생으로 서울과학고와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다. 2011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표에 의해 발탁돼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했고, 20대 총선과 2018년 재보궐 선거, 21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앞서 4.7재보궐선거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선거 캠프에서 뉴미디어 본부장으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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