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삼표, 내년 6월까지 철거 합의
차기 대체 부지 선정에 차질, '님비 현상'
성수동 부지, 단일 공장 '세계 최대 수준'
지역 악재였던 공장 이전으로 '호재'

삼표산업의 성수동 레미콘 공장 부지가 다음해 6월 철거를 앞두고 있다. 철거 이후, 기존 ‘서울숲’과 함께 공원으로 재조성될 예정인데, 해당 지역엔 고가 아파트 단지인 ‘트리마제’와 한강, 중랑천 등 입지조건이 강남권과 더불어 '신흥부촌'으로 입지를 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서울시와 삼표산업 등은 지난 2017년, 2022년 6월까지 해당 공장을 타 지역으로 옮기는 것에 합의한 바 있다. 레미콘 공장이어서 소음과 미세먼지, 도로파손 등 문제를 계속 일으킨 데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삼표 측은 아직 성수공장을 대체할 부지를 못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삼표산업은 건설수요가 많은 수도권 일대 부지를 알아보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체부지 선정을 두고 삼표 측은 지방자치단체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건데, 지난해 삼표는 서울시를 포함해 하남시, 성남시, 의왕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과 협의를 거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곳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이 들어오는 것을 피하는 지역의 이른바 ‘NIMBY(Not In My Back Yard)’현상 때문이다.

회사 측은 대체 부지가 없이 내년 6월 공장을 철거하게 되면 레미콘 생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팩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삼표 성수공장의 경우, 규모가 많이 크다”면서 “하루 최대 레미콘 생산량도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 수준인데, 공장을 옮겨서 현재 생산량을 맞추려면 지금와서 대체부지를 구하는 것은 늦은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표 성수공장은 크기만 연면적 2만 7828㎡에 달한다. 하루 최대 레미콘 생산량은 7000㎥다. 서울시 관계자도 <팩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삼표산업이 성수 공장 대체부지를 물색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뚜렷하게 진전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레미콘 트럭기사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 1977년 가동을 시작한 성수 공장은 레미콘 트럭기사 상당수가 이미 성수 공장을 중심으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고 있다.

삼표 입장에선, 이전할 대체 부지를 현재 위치보다 멀리 떨어진 곳으로 확정하게 되면, 기사들의 '대거 이탈'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이다.

성수 공장은 지난해 기준, 서울 레미콘 공급량의 37%가량을 담당할 만큼 규모가 커 계약을 맺은 레미콘 트럭기사도 수백 명에 이른다. 삼표산업은 레미콘 트럭기사가 대규모로 이탈한다면 이를 메우기가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삼표산업 성수 공장의 레미콘 트럭기사들은 성수 공장이 없어질 때 새로운 일감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표산업과 계약한 레미콘 트럭기사들이 성수 공장 이전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내년 6월로 확정된 삼표 성수 공장의 이전 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공공재개발, 재건축을 통해 서울 주택공급 확대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핵심 건설자재인 레미콘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성수 공장 이전시점을 미룰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공사장에는 레미콘 제조시설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사례도 있지만 소규모 공사장은 100% 믹서트럭으로 레미콘을 공급한다”며 “정부 주택공급정책이 소규모단지에 맞춰져 있는 만큼 정책이 본격화한다면 성수공장 이전시점을 미룰 명분은 주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에 대해 삼표산업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서울 최고의 부지, 집값 천정부지 상승할 것

이처럼 삼표레미콘 부지 이전·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 일대는 서울 강남권을 이을 '신흥부촌'으로의 변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성수동의 최대 악재로 꼽혔던 삼표레미콘의 이전으로 주거 여건이 개선되는 데다 서울시의 '최고 35층 층수제한' 예외지역이란 호재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어서다.

지난 2008년 3.3㎡당 4500만원이라는 초고가 분양가를 찍으며 성수동 개벽을 알린 '갤러리아포레(최고 45층)'와 '트리마제(최고 47층)'에 이어 '아크로 포레스트(최고 49층)'를 품은 이 일대는 한강변 초고층 신도시로 꼽힌다.

서울시의 한강변 재건축 단지 35층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점도 성수동의 위상을 더 끌어올린 요인이다. 현재 서울시는 주거단지의 경우 한강변 35층 규정을 적용 하고 있다. 하지만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지난 2009년 '한강르네상스' 일환에 따라 최고 50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상태다.

성수동의 가치는 앞으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그동안 성수동의 유일한 단점으로 꼽혔던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의 철거 예정으로, 서울숲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성수동에서 분양한 아파트 관계자들은 인근의 삼표레미콘 공장이 유일한 단점이라고 지적해 왔다"며 "레미콘 공장 부지 이전으로 성수동의 입지적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이러한 배경과 더불어 기존 아파트 단지에 삼표 레미콘 공장 부지의 공원화가 더해질 경우 성수동의 신흥부촌 지도가 완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성수동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2017년부터 강남에 위치한 연예기획사들도 성수동 일대로 이전해 온 데다 유명 연예인들이 성수동 고가 아파트를 매입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젊은 재력가들이 많이 찾는다"면서 "서울숲의 확대로 주거 환경이 한층 더 개선된다면 성수동은 물론 광장동 등의 주변 일대까지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구 성동구 갑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팩트경제신문>과 통화에 "(레미콘 공장 부지는) 오랫동안 미세먼지와 교통난 등의 문제로 민원이 많기도 했던 지역"이라며 "계획대로 내년에 공장 철거가 시작되면, 서울숲 공간으로 확보가 돼 지역 주민들의 생활권이 확장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원화가 진행되면 지역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문화예술관 등 문화시설을 개소할 계획에 있다"며 "공장 이전에 따라 성수동의 발전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공원화가 되더라도 이 부지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재개발이 진행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는데,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아직까지 개발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고, 그럴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고 했다.

추가로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팩트경제신문>과 통화에 "레미콘 공장의 이전 확정이 성수동의 '신흥부촌'으로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지는데 큰 공을 세운 것"이라며 "아직은 공원화 이후 개발 계획은 없지만, 추후에 이 부지가 개발이 확정되면 '토지 투기'등 후유증이 쏠릴 것. 그만큼 현재로썬 감히 '최고'의 금싸라기 땅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